아이에게 권력을! - 대한민국 부모들에 권하는 역할 교환 프로젝트
요한 메츠거 지음, 엄양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서울문화사

2012.07.27

5

아이에게 권력을!

요헨 메츠거 지음

 

이 책은 독특한 자녀교육서이다.

저자는 양육전문가는 아니지만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자녀 양육에 관심이 많아 책도 많이 읽고 전문가에게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하고 도움을 얻기도 한다.

우연한 사소한 계기로 아이와 어른의 역할을 한 달간 바꿔 생활해 보자고 제의하는 다소 무모하고 엉뚱해 보이는 가족실험기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13살짜리 맏딸 라라와 10살짜리 아들 조니에게 한달 가족생활비와 모든 결정권을 위임하고 부모는 아이들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다소 과격한 모험을 한다.

실험 첫날에는 해빗 래그라는 새로운 상황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습관지연의 심리학적 용어처럼 아이들은 부모에게 지시하는 게 어색하고 언제나 결정권자였던 부모가 아이들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할 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어른역할에 빨리 적응하고 만족해한다.

아이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멋대로 하지 않을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의구심의 눈초리로 한 달간의 기록을 읽어내려 갔다.

처음엔 실험에 잘 맞는 아이는 맏딸 라라가 아닐까 생각했다. 라라는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오히려 가정의 리더로서 막중한 책임의식과 리더처럼 가족들에게 잘 지시하면서 자신을 잘 통제하고 식단이나 가정의 일을 책임 있게 도맡아 하거나 부모보다도 계획적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가정이 잘 돌아가도록 도왔다. 그 과정에 자기 효능감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였지만 지나친 책임감은 심적 부담의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이 실험을 힘겨워하며 처음과 달리 즐기지 못했다.

반면 조니는 어린 왕처럼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며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 모든 책임과 결정사항은 누나한테 떠넘기고 부모의 시중을 받으며 학교도 빼먹고 애니메이션만 종일 보거나 한다.

저자는 그런 위태롭고 걱정스런 상황에서 원칙만 고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유연하게 TV를 보지 못하게 다른 방법을 강구하거나 대처 방안을 찾으면서도 한 달간의 실험을 잘 지켜본다.

이 책에선 1일부터 31일까지 벌어졌던 실험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저자가 늘상 해왔던 역할을 아이들한테 위임하고 아이들의 지시를 따르면서 느낀 감정들을 섬세하게 기술하며 그날 그날 가족들의 소감들을 기록하고 있다.

책에는 쉬어가기 코너를 삽입하여 저자의 일화를 통해서 양육과 심리학적 기제들과 특성에 대한 이론과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한 달이 길다면 충분히 긴 시간인데 그 기간 동안 아내와 저자가 아이들의 결정과 행동에 토를 달지 않은 인내심과 실험정신에 일단은 놀랐다.

반면 저자도 지적했다시피 한달 가족의 생활비를 최저 생계로 설정함에 의해 마치 [만원의 행복]이라는 방송처럼 쪼들리는 용돈과 생활비로 가족간에 돈에 대한 마찰과 갈등, 걱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해 본 실험의 취지에 벗어나는 느낌도 받았다.

이 책은 재미있고 흥미로우면서도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역할 교환을 통해 아이들도 어린애지만 다른 사람들과 똑 같은 권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가 좀 더 자기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고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길 원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믿지 못하고 통제와 간섭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되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저자처럼 덜 간섭하면서도 아이들의 표정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문제점을 읽어내는 촉수가 필요하고 유연한 대처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인상깊은 말

자기 효능감이란 스스로 무언가를 계획해서 그 일을 해내고, 자신의 작업이 세상을 조금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스스로 정말 착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P 113

반항기는 일종의 투사입니다. 반항은 우리 안에 일어나는 일이지, 아이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P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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