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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놀이 - 그 여자, 그 남자의
김진애 지음 / 반비 / 2018년 2월
평점 :
그
여자 그남자의 집놀이
김진애
어릴
땐 여름엔 너무 덮고 꿉꿉하며 습하고 겨울엔 이불밖에 코를 내밀면 코가 차갑다 못해 얼어버려 감각이 마비되는 주택에 살았다. 부모님이 집을 새로 짓겠다며 살고 있는 동안 제대로 보수하지 않아서 따뜻한 아파트에 살고 싶었다. 그런데 결혼해서 아파트에 살게 되니 아파트가 편하고 덜 추우면서 내 집처럼 편안하지 않고 기숙사생활을 하는
기분이었다. 툭하면 방송이 나오고 옆집 물내리는 소리,
핸드폰 벨 소리 등 밤이면 아이의 걸음으로 아래층에 민폐 끼칠까 조마조마하고 여간 불편하지 않다.
개인의 공간이지만 온전한 개인 공간은 아니며 앞집 옆집과 얼굴은 알지만 그 이상의 친밀감이 형성되지 않는 기묘한 공간이다. 현관문을 나오면 더 이상 심리적 공간이 확장되지 않는 곳 아파트.
이런 곳에 텃밭이라도 있으면 더욱 친해질 텐데 수시로 바뀌는 아파트 주민들과 기질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으로 8년을 한 곳에 살면서 쉽게 마음을 터놓고 사는 주민이 거의 없다.
여전히 낯설다. 직장에 다닐 때는 잠만 자는 곳이었던 집은 내게 그냥 집이었다. 지금은 8년산 집의 물건을 덜어내고 사람이 좀 더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집이다.
<책소개>
저자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건축가로서 그리고 생활인으로서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람의 심리와 관계를 관찰한 인문학에 관한 이야기다. 결국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결혼해서 독립하여
가정을 꾸리며 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에는 추상적 행복이 당장 오늘 저녁은 무엇을 만들어 먹어야 하나와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집
놀이의 네 가지 주제의 첫 번째 편에서 집에서 여자 남자가 덜 싸우며 살까? 부부간의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과 저자만의 경험담과 노하우도 전해준다.
혼자 하면 그리 소외감이 드는데, 왜 같이 하면 노는 것 같을까? 34쪽
함께 하는 놀이로 만들지 못하고
소외시키는 것은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나만 편하고 익숙한 공간으로 만들어 독점하여 결국 소외감을
만들어 버렸다. 가족들도 요리할 수 있게 주방도구와 재료들을 찾기 쉽도록 배치해야 한다.
이 책은 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집놀이 즉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호텔처럼 익명의 사람들이 잠시 쉬다 가는 소소한 일상과 자질구레한
가정의 일을 비용을 지불한 공간이 아닌 하루만 밥그릇을 씻지 않으면 다음 날 꺼내서 사용할 그릇과 수저가 없는 현실의 집을 말하고 있다. 그런 현실에선 집안에서 끝없이 나오는 일감처럼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들도 나온다. 그런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는 방법을 집놀이로 보여준다.
둘째 주제는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관심을 많이 가질 주제로 아이들이 스스로 자랄 수 있을까? 편으로 매우 흥미로웠고 유익했다.
아이 키 높이와 얼추 비슷해서 종종
부딪히는 사각식탁테이블을 처분하고 라운드테이블을 구입하려고 하니 공간 효율이 떨어진다며 반대해서 아직 구입하지 못했는데 둥근 테이블만 고집할
것이 아닌 테이블을 공적인 공간의 세계로 만들어보라는 저자의 조언이 내게 쏘옥 들어온다.
아이들의 경제감각과 집 안을 속속들이
알게 하는 스스로 집안일하고 돈벌기 방법이다.
스스로가
집안일을 찾아 단가를 매기고 일하고 싶을 나서서 일하고 청구하는 방법이다.
집안일에
아이들을 동참하는 부분은 일반 양육전문가와 큰 차이가 없지만 아이들 스스로 단가를 매기고 참여하고 싶을 때 자율적을 참여하는 방법은 아이들이
보다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당근효과가 있어 우리 가정에 도입해 보고 싶다.
<아쉬운점>
작가의
집을 공개하지 않는다. 오로지 글로만 표현한다. 소박하고
청소 안하고 마음 편한 집이 대체 어떤 집일까?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 놀 수 있는 편안한집 정말
궁금하다. 이 책은 오로지 독자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아마도 사진이란 고정된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 독자들을 염려한 작가의 넓은 아량일까?
포토로 담은 정지된 순간이 그 집을 만해 줄 수 없기에 사진으로 잡아두지 않았을 것이다.
감상
환갑이
넘었는데도 더욱 아름답고 당차면서 눈빛이 반짝이는 분이시라 김진애라는 이름 석자 땜에 읽고 싶었던 책이다.
집놀이는 김어준의 공장장의 건축가 김진애의 코너였으며 김진애님과 김어준님 모두 개개인이 좀 더 애써야 하는 주택에 살며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집을 통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짧은 코너였지만 대단히 인상적이었고 일터나
학교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혹은 혼자 보내는 곳인 ‘집’
+_’놀이’란 단어를 결합한 집놀이란 인문학 책으로 집에 대한 화두엔 결국 가족, 친지, 친구와 같은 사람간의 관계가 녹아있다. 평생 하는 집놀이로 가장 가까운 아내, 남편, 자녀와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하는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