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의 공부 - 소설가 농부가 텃밭에서 배운 작고 서툰 손의 힘
조두진 지음 / 유유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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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농의 공부

조두진 지음

 

청년농부의 텃밭분양과 또래 유아들의 모임을 올해 가졌다. 부모들은 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아이들은 비교적 안전한 농장에서 맨발로 돌아다니며 작물에게 물을 주거나 채소가 자라는 것을 함께 볼 수 있다. 이번 텃밭도 실패로 끝났다.

처음엔 눈에 띄지 않았던 자생초가 장마 후엔 너무 깊게 뿌리를 내리고 무성하게 자라 자생초가 텃밭채소들을 에워쌌고 호미로 도저히 베 수 없어 결국 기계로 땅을 밀어버렸다. 자생초가 얼마나 강인한지 기계로 밀었어도 뿌리는 남아있어 제거작업을 별도로 해야 한다. 농장은 자동차로 이동하면 15분 거리지만 집 근처는 아니라 운전을 못하면 자주 가서 관리하기 힘들다.

비록 실패했지만 방울토마토와 토마토가 자라면 따서 먹었는데 시중에 파는 토마토보다 새콤달콤하며 너무 신선하고 맛있었다. 왜 과육이 잘 떨어지고 터지는지 궁금했는데 저자의 [소농의 공부]를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신문기자였다가 현재는 소설가이면서 텃밭을 일구는 농부이며 대구도시농부학교를 열어 초보도시농부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며 텃밭도 분양해서 텃밭공동체 활동을 한다.

[소농의 공부]는 도시인이었던 저자가 무농약과 최소한의 퇴비로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이웃과 지인에게 농작물을 나누면서 정과 기쁨을 함께 쌓아간다.

농사 자체로 기쁨을 얻는 텃밭농부와 많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전업농부의 농사짓는 방법을 통해 고도의 전문화와 분업화가 가져온 효율을 극대화하는 생산방식이 자연과 동식물뿐 아니라 인간의 노동까지 도구화시켰음을 깨닫게 한다.

아파트에 텃밭을 분양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하며 이웃과의 친밀감이 높아지고 장애인들과 독고노인들 역시 텃밭이란 공통적 소재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도우며 일을 통한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부모들이 자녀들을 함께 기르는 공동육아와 도시농부학교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텃밭이 가져온 긍정적인 가치들에 대한 저자의 인문학적 성찰들을 만날 수 있다.

감상

아파트의 텃밭분양, 독고노인들에게 텃밭상자지원이나 텃밭가꾸기는 많은 재정이 드는 것도 아니지만 음식을 직접 요리하거나 채소를 더 많이 먹고 몸을 더 많이 움직여 개인적인 건강도 개선되며 무엇보다 채소를 기르고 나누는 과정에서 이웃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며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텃밭 하나가 가져온 경이는 실로 놀랍다. 자연이 주는 만큼만 수확하면서 이웃과 나누는 텃밭농사를 통해 오늘날의 표준화된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점들과 그런 문제점들을 자연스럽게 균열시키는 해법들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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