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호랑이
권정생 지음,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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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호랑이

권정생쓰고 정승각 그리다

이 책의 주인공은 유복이다. 유복이란 이름은 중의적이다. 복이있다는 유복이란 뜻도 가질 수 있지만 엄마의 배속에 있을 때 아버지를 여의어 유복자란 뜻도 읽혀지는데 유복이는 엄마와 단둘이 깊은 산골에 산다. 남편 없이 과부가 된 엄마와 아들의 삶이 결코 녹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이 애비없는 자식이라며 유복이를 놀리는데 악이 없는 아이들이라도 그 마을사람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친구들의 놀림과 따돌림으로 섞이지 못하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위축된 모습을 고개를 떨구고 축 쳐진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의 놀림으로 아버지에 대해 묻게 되고 아버지가 유명한 사냥꾼이었으며 사람을 많이 죽인 금강산 호랑이를 잡으로 금강산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해다는 어머니의 이야기에 슬픔과 분노를 느끼며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하는 목표를 갖는다.

꿈을 향한 도전과 모험의 여정을 통한 유복이의 성장이야기

비록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것이 목표였지만 유복이는 10년간 스스로 열심히 훈련을 하였고 어머니가 내준 어려운 세 가지 시험을 무사히 통과한다.

10년간 누구의 도움도 없이 단련하는 모습과 10년후 그 결과를 시험하는 모습은 사제지간의 모습과 겹쳐진다.

아무리 뛰어나도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법!

금강산에 간 유복이는 꼬부랑 할머니로 변신한 산신할멈의 도움을 여러 번 받는다. 가진 게 많지 않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한도 내에서 어려움에 처한 낯선 이방인에게 따뜻한 밥과 잠자리를 제공하던 우리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돕는 공동체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삼신할머니의 시험으로 가짜 호랑이를 죽이지만 실제 금강산 호랑이는 너무 크고 세서 어이없게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한 번에 잡아 먹히나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호랑이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목표를 이룬다.

부모를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결국 부모를 뛰어넘어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주인공 유복이는 그렇게 했다.

굵고 대담한 선으로 거침없이 표현한 정승각화백의 그림

권정생님의 작품에 반해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 그림책작가가 된 정승각화백은 권정생님의 작품을 많이 그리셨다. 대표적인 작품이 강아지똥, 오소리네집꽃밭, 황소 아저씨등등 이번엔 혼심을 다해 그리셨다고 하는데 굵은 먹선으로 대담하게 그려낸 그림은 무협지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시원함과 대담함을 보여준다.

유복이에게 달려드는 진짜 금강산 호랑이의 커다란 모습에 압도당하며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감정과 상황에 따라 크기와 색감을 배치해서 스토리를 더욱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며 이전 장면과 달리 마지막 장면은 갈등의 해소와 어른으로 우뚝 성장하여 가정을 꾸린 유복이네 부부의 밝은 미래에 대한 암시와 축복을 담아냈을 뿐 아니라 병약했던 권정생님의 소박한 꿈을 신랑신부의 화사한 혼인식으로 실현시킨다.

군더더기는 생략하고 한자가 그려진 한지를 이용한 꼴라쥬기법과 검은 먹선의 기법을 조화롭게 그려내고 있다.

감상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호랑이뱃속잔치]가 연상되는 이야기이면서 권정생님 특유의 인간적인 면모가 섬세하게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들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들의 도전을 위해 떠나 보내며 정화수를 올려 간절히 기원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내 아이들이 무모해 보이는 꿈을 갖더라도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면 응원해줘야 함을 배운다. 한 아이가 태어나면 온 마을이 함께 길렀다는 말처럼 아이가 한 사람으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자연의 감응이 필요하다. 디지털기술이 지배하는 화려한 테크노시대에 인간과 인간의 직접적 관계를 끊어버려 전인적인 성장을 멈추게 하는 역설적 사회에 이 그림책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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