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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무선) ㅣ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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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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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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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오에 겐자부로가
쓴 소설이며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소설의 분위기는 기괴하고 음울하며 폭력과 성적 금기를 넘는 소재들이
매우 자극적이라 소설이 취한 표면만 본다면 한국인 정서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퇴폐성으로 그 내용에 있는 무게의 진실을 외면할 수도 있다.
‘만엔원년’은 막부 말기에 딱 1년만 쓴 연호로 1860년을 가리킨다. 이 해에 농민봉기가 많이 발생했으며 100년 뒤인 1960년 미일안보투쟁운동과 포개진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형 미쓰사부로는 뇌에 혹이 달린 채 태어난 비정상적인
첫아들을 보호시설에 맡기고는 삶의 의욕을 상실했다. 아내 역시 보호시설에 있는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로 알코올중독에 빠져 있으며 가학적으로 자살한 친구, 조선인 부락을 습격하여 결국 살해당한 S형의 죽음을 목격했던 경험, 백치 여동생의 의문의 죽음처럼 성장기
가까운 가족과 친구의 죽음은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타인에게 전달 불가능한 불안에 사로잡힌 (164쪽
인용)주인공을 두 번이나 자기처벌의 순간으로 내몰지만 동생 다카시의 심지가 타들어가고 있는 폭발물 같은
진실 고백 (318쪽 인용)후 자기처벌적 죽음에 대한 이해하려는
과정을 토앻 살아갈 이유를 얻게 된다.
동생 다카시는 안보세대로 투쟁에 직접 관여하여 좌익 학생 운동을
주도하다 전향 형 미쓰사부로는 방관자이다. 두 사람은 고향인 골짜기로 내려가는데, 이들은 증조부 세대의 1860년 농민 봉기의 역사와 그들의 윗형인
S형에 대한 상반대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만엔 원년에 일어난 농민봉기, 1945년 제 2차세계대전 종전과 일본의 패전, 그리고 미일안보조약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이 펼쳐진 1960년대를 연결한다.
농민봉기 때 농민봉기를 진압했던 증조부할아버지와 농민봉기를 이끌었던
증조부의 동생, 증조부의 동생과 조선인부락을 습격했던 S 형을
영웅시하며 그들과 동일시하는 다카시는 경제적으로 침체되고 고립된 고향마을의 젊은이들을 선동하여 마을의 경제권을 쥔 조선인 슈퍼마켓 천황을 적대시하며
슈퍼마켓을 습격하여 마을을 폭동화시킨다.
지극히 사적인 은밀한 상처와 죄의식 그리고 수치심들을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폭력을 주축으로 영웅과
희생양으로 성장한 일본 근대사의 흐름에서 개개인들의 삶이 용해되어 그 흐름에서 비껴갈 수 없음을 감지한다.
뇌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작가의 개인적 고통의 체험과 일본 전후세대로서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타자의 폭력의
목도와 패전에 의한 공황기적 일본인들의 집단적인 수치심과 수치심을 속죄양으로 배설하며 유지하는 공동체 집단의 폭력성과 아무 직접적인 연관도 없어
보이는 그 이후의 세대들도 은밀하게 공유하고 있음을 냉정하게 말하고 있는 것일까?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