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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탈리 아줄레 지음,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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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탈리 아줄레 지음 |
사람들은 개별적인 개념을 지칭하는 것을 고유명사로 불렀다. 소크라테스라 불리는 어느 철학자를 지칭하는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처럼.
파리라는 도시를 지칭하는 파리라는 이름처럼. 그리고 일반적인 개념들을 의미하는 것은
일반명사 또는 보통명사라고 불렀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사람이라는 이름, 사자, 개, 말과 같은
이름도 마찬가지다. 22쪽
티투스와 베레니스는 17세기 고전 비극의 대가 장
라신의 베레리스란 희곡의 남녀 주인공 이름이며 이 책의 남녀 주인공이다.
유부남 티투스와 결별하여 상심한 베레니스는 21세기에
흔하디 흔하다. 나 또한 한때 버림받은 베레니스였으니까!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은 흔하디 흔하며 매우 진부하지만 은밀하고 개별적이다.
주인공 베레니스는 이별의 극심한 고통을 라신의 문학작품으로
12음절의 시구로 구성된 그의 작품세계로 빠져든다. 왜
21세기 현대문학이 아닌 17세기 극작가 라신의 작품일까?
정념 비극으로 대표되는 라신의 문학작품은 17세기
극작가들이 그러하듯 그리스 로마의 역서 속에서 인물과 주제를 가져왔는데 라신의 인물들은 극심한 정념에 사로잡혀 내적 갈등을 겪다가 극복하지
못하고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에 휩싸여 그 감정의 포로가 된 라신의 인물들의
최후는 파국으로 치닫을 수 밖에 없다. 불 같은 정념에 휩싸여 불행으로 가는 주인공들의 비장미에
연민과 고통을 느끼며 이별의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현대 여성의 마음을 위로하는지도 모르겠다.
라신의 전기를 보여주듯 그의 삶과 문학과 시대적 배경들을 소환해 작가의 눈으로 라신을 해부하고 그
업적을 조명하는 과정들을 반짝이는 언어들로 보여주는 책이지만 개인적으로 라신과 라신의 작품을 잘 모르기에 읽는 내내 너무도 힘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작가의 어지러운 문장의 미로에 헤매다가 나온
기분이다. 플롯의 방식은 독특하고 신선했다. 21세기
티투스가 베레니스와 헤어져 슬픔의 강에 침잠한 베레니스를 끌어 올린 라신의 생애와 그의 작품 속 베레니스을 절묘하게 포개서 21세기 현대와 17세기를 정신 없이 얽어 놓는다.
내가 상상한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라신의 비가를 저자의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내
기대완 달리 라신의 생애로 라신이 작품에 몰입하는 과정들이 그려지고 있다.
이별로 고통 받는 수 많은 베레니스가 이 책을 읽고 슬픔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지만,
17세기 극작가 라신을
부활시켜 그의 작품을 읽어 보도록 호기심을 일으킨다. 라신의 희곡작품을 직접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책의 찬사에 찬사할 수가 없다. 라신의 작품을 접하고 다시 읽는 다면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재독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내겐 아직 다 못 읽은 미완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