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명수 지음, 고원태 그림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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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지옥일 때

 

지은이 이명수/영감자 정혜신

 

<책소개>

 

세월호 참사는 살아 돌아와 부모의 품에 안기 가족들과 자식이 돌아오지 못해 충격을 받은 세월호 가족들, 그리고 무자비한 공권력 탄압으로 이중 고통을 지속적으로 받은 가족들에게 자발적으로 그들의 아픔을 나누고자 치유센터를 열며 함께 해온 이명수와 정혜신씨의 3여년의 공동작업에서 시가 가지고 있는 치유적 메시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실질, 질병, 실패, 병적인 관계에서 오는 마음의 고통에 대한 심리학적인 이해와 시에 대한 저자의 해석들이 쉽게 달려있다. 특히 여러 시인들의 시를 저자가 임의로 분류하였는데 그의 시적 해석은 난해하지 않다. 시를 풍부하게 체험하도록 돕는다.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누구나 스스로 시를 감상하고 해석할 수 있음을 저자의 쉬운 해석을 통해 치료제인 시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치유적 관점으로 읽는 시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고 있는 이요 [비스듬히] 정현종

 

사랑을 듬뿍 받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맏딸로서 동생들의 기둥이 되어야 했던 엄마는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근면함을 가지고 있다. 반면 매우 신경질적이고 예민하시지만 사회성은 좋아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하시는 분이다. 정서적 외로움과 지독한 궁핍함에도 기댈 곳이 없던 엄마가 종교에 의탁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다. 남에게 폐끼치는 것을 너무도 싫어하시면서 동생들이나 주변의 도움에는 손길을 주셨던 분. 그런 엄마를 보고 자라 나는 내가 힘들어도 누구한테 손 내미는 일이 너무도 어려웠다. 남의 등에 빨대 꼽아선 안되지만 힘들면 힘들다고 징징거리며 남에게 기대는 것도 필요하다.

시는 내면의 감정을 적절하게 배설하도록 돕는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업어준다는 것]  박서영 56

 

내가 아기 때 엄마의 등에 마음 놓고 업히듯 내 아이도 내 등에 마음 놓고 업힌다.

 

~ 아이들을 더 오래 업어 줄 것을……  기쁘게 행복하게 업어 줄 것을 ……

 

 

사는 동안 내내 열리지 않던 문이

나를 향해 열리는 날처럼 기쁜 날이

어디 있겠는가 문이 천천히 열리는

 그 작은 삐걱임과 빛의 양이 점점 많아지는 소리

희망의 소리도 그와 같으리니 [열쇠] 중 도종환 120쪽

 

도종환님의 시는 너무도 향기롭고 맑다. 그분의 부드럽지만 강인하고 따뜻한 성정과 삶이 고스란히 녹아나 악취는 사라지고 입에서 몸에서 향기가 난다.

 

<감상>

 

저자가 읽어 온 수천 편의 시중 82편을 임의로 골라 치유적 관점으로 해석하였고 그 해석의 일부 문구가 이 책의 소제목이다. 책 제목과 목차만 읽어도 위로가 된다.

여기서는 한 자리에 계속 머물 거면 힘껏 달려야 하고. 다른 곳에 가려면 적어도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하지!” 겨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한 말이다. 남들보다 두 배 빨리 노력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전력을 다해서 살지 않으면 도퇴된다. 한국사회는 전력 질주를 하지 않으면 아이도 어른도 생존하기 어려운 사회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아이들부터 맞벌이, 주부 모두 바쁘게 열심히 산다. 결혼한 한국 여성들은 사실 많이 피로하다. 평등적인 교육을 받고 성장했지만 직장과 결혼에서 그리고 여성 스스로 마음속에선 저항하는 것보다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부분들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동화되기도 하지만 억울함이 분노로 변하면서 지옥을 맛본다. 나 역시 결혼하고 시가와의 갈등으로 매우 힘들었는데 그 중심엔 방관자인 남의 편인 남편도 있었다.  지금도 시아버지와는 갈등과 앙금이 남아있다. 50살까지 아들을 낳으라며 막내가 돌도 채 안됐을 때 정색을 하며 대를 끊어놨다고 호통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며느리의 도리를 따지며 말도 안 되는 것을 요구하고 지배하려는 어른들을 볼 때마다 숨이 막혀오지만 그 고통도 내가 유지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내가 쿨하지 못하고 시부모님의 기대에 일희일비한다는 것은 내 스스로 이러이러해야 한다란 강박의 심리적 족쇄를 채웠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와 내담자로 만난 저자는 각각의 가정을 깨고 재혼한 케이스로 한국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대상들이다. 주변의 눈을 의식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감정에 너무도 충실한 사람들이다. 내면의 건강한 자아가 선택한 대상이라서 일까? 둘의 만남은 서로를 더욱 발전시키며 빛나게 한다. 서로가 아껴주는 부부이면서 스승이며 함께 공동으로 작업한 그 결과물인 이 책은 치유제로서의 시의 매력을 맑고 쉽게 보여주며 메말랐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시가 그 자체로 부작용이 없는 치유제(프롤로그 중 글 인용)임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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