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초콜릿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염정용 옮김 / F(에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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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에바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커다란 가슴, 불록 나온 배, 굵은 다리를 가진 뚱뚱한 소녀가 보였다 본문 184

소녀를 빼면 저 문장은 나를 설명하고 있어 깜짝 놀라게 한다.

지금은 더 뚱뚱해졌지만 15살 나이엔 키 작고 똥똥했다. 똥똥하면 지방이 많아서 가슴도 커지기 마련이고 지방으로 커진 가슴을 가리기 위해 언제나 박스 티를 입고 다녔던 씁쓸한 기억이 난다.

살을 빼면 더 예쁠 텐데 거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던 시절!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면모가 있는 회계사 아버지와 부드럽지만 남편에게 의존적인 전업주부 엄마, 남동생, 10분 거리의 조부모님을 가족들이 매주 일요일에 찾아가는 비교적 단란한 평범한 가족이다.

아빠에게 반항해 따귀를 맞으면 엄마가 달콤한 초콜릿을 한판 준다.

속상하고 우울하면 엄마가 주시는 초콜릿 한판! 그녀에게 있어 초콜릿은 씁쓸할 수 밖에 없다.

인문중등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나름 잘 하지만 사춘기 특유의 부모에 대한 저항과 자의식 과잉으로 자기 신체에 대한 콤플렉스가 매우 심해 학교에서 스스로 자신을 고립시키며 외롭게 지낸다.

남들보다 예민하여 상처받기 쉬운 기질도 가지고 있지만 남들에 대한 의식이 심하며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고 스스로를 자학하는데 그런 내면적인 목소리를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억지로 끼니를 굶다가 허기져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며 자신의 비계살을 구역질 나는 덩어리로 역겨운 지방층으로 그녀와 주변 사람을 분리시킨다며 자신의 살들을 자신과 분리시키며 위축되고 스스로 혐오하지만 누구와도 토로하지 않은 채 혼자 괴로워하며 주변을 왜곡해서 바라본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길가에서 부딪힌 미헬이란 동갑내기 이성친구와 서로 이성적인 호감을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댄스모임에서 미헬의 형 프랑크가 에바를 뚱보라고 모욕해 형제끼리 크게 싸우게 되는 사건이 터지는 계기로 자신이 뚱보라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그 순간 내면의 변화가 시작되며 뚱보인 자신을 편견 없이 좋아하는 친구 프란체스카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내보이며 우정을 다진다.

에바는 매우 뚱뚱한 편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자기 의견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똑 부러진 소녀다.

이성친구인 미헬이 뚱뚱하고 보 잘 것 없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해서 깊은 관계를 허락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점에선 박수를 쳤다. 사실 이성에 대한 왕성한 욕구로 넘치는 혈기왕성한 사춘기 소년이 순진한 에바를 여러 번 유혹하는 장면이 부모로서 걱정되었는데 깊은 교제를 해본 경험이 있는 미헬도 나름 괜찮은 순순한 소년이지만 소년의 의도에 비주체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에바의 행동은 참으로 용감해서 박수 쳐주고 싶었으며 그 이후 반 이동 문제와 다이어트 요리에 대해 부모에게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행동하는 모습에서 어느 새 정신적으로 단련된 에바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 책은 사춘기 소녀의 성장스토리로 큰 모험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 이성친구와 동성친구간의 교유관계, 사춘기 딸을 제제하는 엄격한 부모와의 갈등을 꽤 치밀하게 다루고 있어 나도 에바의 아빠처럼 너무 억압적이거나 아이의 섬세한 부분들을 무시한 것은 없는지 고민해보게 한다.

클림프의 키스를 초코릿에 담은 표지도 예쁘고 내용과 문장 모두 유쾌하게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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