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 법정이 우리의 가슴에 새긴 글씨
법정 지음, 현장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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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섬

2017.01.21

 

시작할

마음으로

법정이 우리의 가슴에 새긴 글씨

집에 한 권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법정스님의 [무소유]책을 가지고 있지만 그 유명세에 비해 법정스님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시고 가신 법정스님의 시는 절제되어 군더더기가 없으면서 여러 번 음미하게 한다.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는 법정스님이 보살님과 이 책을 엮은 현장스님, 제자와 주고 받은 서신 글과 강의 모음 글, 출간에세이 일부, 이혜인 수녀님과의 서신 글과 법정스님이 지인과 도반에게 써주신 붓글씨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앞 부분은 법정스님의 강론과 타종교와의 교류 활동, 애송한 시를 통해 법정스님이 자신의 믿음에는 한치의 흔들림이 없는 신념을 갖고 계시면서 타인의 종교에는 존중하는 모습을 교류 활동을 통해 알 수 있다.

<책속으로>

세 가지 적어야 할 것

입 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이 세가지 적은 것이 있으면 신선도 될 수 있다. 본문 90

법정스님의 절제의 미학이 돋보이는 간결한 말씀이다.

신선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마음에 일이 많아 잘 못 뱉은 말로 사람을 잃었고 뱃속에 가득한 밥으로

몸만 무거워지고 마음이 탁해졌다. 마음이 탁해지니 마음에 엉뚱한 욕심과 사람에 대한 미움이 생겨 말이 거칠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홀로 지내는 시간

 홀로 지내는 시간에 충만된 시간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홀로 지내더라도 자신의 질서 안에서 지낸다면 여럿 속에서 얻는 이해에 못지 않는 덕을 갖추게 될 것이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지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본문 141쪽 덕현이란 제자에게 보내는 서신 중

수행하는 제자에게 보내는 서신이지만 공부를 하거나 어린 아이를 돌보느라 상대적으로 사람들과의 교류가 뜸해져 외롭고 힘들어 지칠 때 나를 좀 더 단련시킬 수 있어 내게 유난히 더 와 닿는 글귀다.

높은 곳에 살면 툭 터인 앞을 내다보는 대가로

비바람도 다 받아주어야 합니다.

일장일단이란 바로 이런 걸 가리킵니다

이게 다 세상 살아가는 도리이지요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일거일동이

그대로 산교육입니다 148쪽 일부

법정 스님이 보살님에게 보내는 서신인데 자식이 주는 기쁨보다 책임과 구속감으로 번민할 때

나의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말씀이다.

덜어냄은 21세기의 시대정신

법정 스님은 소유물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스스로를 우주적인 생명으로 승화시키는 맑은 가난, 청빈의 삶을 몸으로 실천했다.

절제하는 선택한 맑은 가난은 수도자들만의 덕목이 아니다.

성장지향적인 경제모델로 미세먼지, 이상기후, 유전자조작식품으로 인한 먹거리위기,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감, 경제영향의 나비효과들로 예측할 수 없는 위험가능성이 극대화되었다.

덜 먹고 덜 쓰는 덜어냄의 미학은 저성장시대의 고갈되는 자원과 미래세대에게 전가하는 오물과 방사능 쓰레기를 줄여줄 수 있다. 또한 덜어냄의 미학은 소비적인 물질적 삶의 욕망에서 거리를 둠으로 소홀했던 내적인 본질에 좀 더 충실하게 살아가게 한다.

감상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나라는 인간은 너무도 간사하여 작년의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고자 하던 처음의 마음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용두사미로 마감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덜어내고 비워내면서 지나치게 장식적인 삶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삶에 집중하고 충실하고자 한다.

그날그날 헛되이 살지 않으면 좋은 삶이 될 것입니다. 190

여러 번 반복하여 읽으면서 지식으로만 남지 않고 행할 수 있도록 하루에 30분이라도 나의 존재를 위해 이 책의 내용 반복해서 읽으며 나의 나쁜 습관들을 고쳐 나와 내 가정에 좀 더 충실하게 살아가고 싶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덜 헛되이 살겠다.

올해 첫 시작에 임하는 첫 마음을 연말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잡아줄 수 있는 너무도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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