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가다
베른트 하인리히 글 그림
어린 시절의 매우 각별한
즐거운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나치를 피해 열 살 때까지
북부 독일의 숲으로 피난을 가서 살았던 6년의 경험은 저자에겐 빈곤과 불안이 아니
까마귀를 기르고 딱정벌레를 채집했던 즐거운 추억으로 각인되었으며 저자의 직업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끼쳐서 저자는 동식물학자이면서 자연주의자가
된다. 그리고 그 어릴 때 경험과 저자 특유의 모험심은 25년의 문명생활을 접고 홀로 숲으로 들어가게 이끈다.
문명과 동떨어진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또 다른 생태계인 숲으로 들어가 전기도 수도시설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직접 통나무로 집을 짓고 아프리카 원주민들처럼 식수를
구하기 위해 수고롭게 아래에 내려가 직접 우물물을 길어 세수와 식수로 사용하고 땅을 파서 집 옆에 변소를 만들어 사용한다.
새끼 까마귀를 기르며
매일 30킬로 이상을 달리기를 하며 도로 주변에 버려진 빈 맥주병을 치우며 숲 속 주변을 관찰하는
일들이 일상이다.
미국의 메인숲의 사계절의
변화를 일기 형식으로 자세하게 그려내면서 저자의 숲생활의 일상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달리기를 즐겨 땀을 흠뻑
흘리고 씻는 샤워에 사용되는 물의 양은 2리터!
삼다수 1.5리터 펫트 병보다 조금 더 많은 양으론 몸에 물을 살짝 뿌리는 정도일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장작을 패고 한 개씩 불을 지피는 과정은 전기포트나 가스렌지에 데우는 1~2분의 수고로움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노동과 시간을 요구한다.
먹고 마시고 씻는 과정을
도시생활 수준으로 한다면 숲과 동물을 관찰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저자는 동식물학자로서 식물과
동물들의 삶을 자세히 직접 눈으로 보고 관찰하기 위해 들어갔기에 또한 식수가 매우 귀해서 하루에 최소한의 분량만 사용하는 간소하고 절제있는 삶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문명과 다른 숲의 삶은 전원적이고 목가적일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하루하루 숲에서 살아가는 데는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고단함과 불편함보다도 자연의
모습에 매료되는 저자의 모습에 동화되며 자연에 흠뻑 빠지게 된다.
조깅하다 맞부딪힌 수컷
무스와의 경험, 말벌이 애벌레의 몸에 알을 낳는 모습,
흑파리떼에게 살을 뜯기는 순간, 어둑해진 밤길에 개똥벌레 유충을 전등 삼는 장면,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오두막주변과 숲의 전경들, 저마다 고유한 목소리를 지닌 이름도 어려운 새소리들을 구분하는 경험들은
평생 알 수 없는 나 같은 도시인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적인 간접체험을 해준다.
전기도 소음도 없는 고립된
숲에서 홀로 살아가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지인들과 생태학수업을 받는 학생들, 가족과의 소소하고 특별한
파티들은 정겹고 따듯하다.
시간의 구애 없이 애벌레나
단풍의 씨앗을 관찰하며 ‘쓸데없는’ 것에 신기해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저자는 호사스러운 삶을 살아간다고 스스로 말한다.
제한된 호기심을 가지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나무들이 아름답게 물드는 풍요로운 색채와 존재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동식물들의 경이로운 세계를 학자다운 열정과 감수성이
풍부한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인상 깊은
구절
주변에 있는 생명체들은 대개 우리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인간은 숲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너무나 조금밖에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저 꿈속을 헤매는
것과도 같다. 본문 30쪽
지금 이 순간에 매료되었고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주변의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잠길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아주 가까우면서도 영원한 느낌으로 포개지는 것 같았고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마치 큰 까마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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