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개 장발 웅진책마을 44
황선미 글, 김은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웅진주니어

2012.10.24

5

푸른개 장발

황선미 글 김동성 그림

 

어릴 때 집에서 개를 길렀다. 애완용이나 반려 견이 아닌 집 지키는 용도로 길렀는데 낮은 담장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흰색 진돗개는 이웃들의 불평으로 집을 떠났고 작은 개는 낯선 개가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물려서 죽었고 한 마리는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고 어떤 개는 밤마다 너무 울어 집을 떠났다.

우리 집을 거쳐간 개가 꽤 많았지만 개와의 이별은 어린 내겐 큰 고통으로 다가왔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동물을 좋아한다. 고양이 개 모두 좋아한다. 푸른색의 긴 털을 가진 청 삽살개의 표지가 눈에 들어오는 [푸른개 장발]은 저자의 어린 시절 배경을 담고 있다.

푸른 개 장발과 용접 일을 하는 노인 목청씨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이 시리도록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누렁이 어미 개 속에 나온 청색의 긴 털을 가진 개 장발은 형제와 이질적인 외모로 따돌림을 당하고 엄마한테도 사랑을 받지 못한다. 사랑 받지 못했음에도 형제들에 대한 애뜻한 마음을 가졌던 장발은 주인이 없는 사이 도둑 개 장수에 의해 형제들과 엄마를 잃고 장발 자신의 새끼들도 목청씨가 개 장수에게 팔아 생이별의 고통을 겪게 된다.

목청씨 역시 씨 어미로 장발을 원하지 않았지만 영특한 장발만 위험에서 벗어나 목청씨 집에 남게 된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손주 보육비를 위해 장발이 낳은 새끼들을 파는 목청씨는 개들을 주머닛 돈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목청씨의 팔을 물어버리고 목청씨를 싫어하지만 새끼와 헤어진 장발과 손주와 자식을 외롭게 기다리는 목청씨의 모습은 서로 닮아있다.

시골이 배경임에도 동네사람들간의 따뜻한 정은 보이지 않는다. 동네 개 장수는 목청씨가 없는 사이 개들을 훔쳐가고 목청씨가 수술 받으러 집을 며칠 비워서 장발이 굶어가는데도 이웃인 침술원 여자는 같이 개를 키우면서도 장발을 챙길 줄 모른다. 동네 수컷 개들의 텃세, 늙은 고양이의 조롱과 비웃음, 장발의 밥을 탐내고 부리로 쪼아대는 씨암탉 시누이님 등 장발 주변의 동물들은 하나같이 냉소적이고 싸늘하다. 장발이의 주변도 삭막한 인간들 세계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장발에게 세상은 너무 가혹하고 잔인하다. 그러나 마냥 자신의 운명을 주인의 손에 맡기지 않는다.

. 그런 강인하고 용감한 장발이 눈에 들어왔을까? 장발과 목청씨는 미움과 증오의 관계에서 삶에 대한 슬픔과 외로움을 공감하는 벗이 된다.

얄미웠던 늙은 고양이와 특별한 친구가 되듯이 말이다.

왜 이렇게 가슴이 시리고 슬플까?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푸른색의 칙칙함과 우울함이 책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사는 게 원래 그런 거잖아. 헤어지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내가 인생을 조금 아는데 말이야. 새끼들 다 데리고 사는 개는 한 번도 못 봤다.”-p 90

자식과 손주를 기다리는 노부부를 보니 우리 부모님이 부쩍 그리워진다. 아이 키운다는 핑계로 자주 연락도 드리지 못하고 자주 찾아 뵙지도 못했다. 목청씨의 자식들처럼 빈손으로 방문하여 잔뜩 챙겨가면서 말이다.

개 장발조차 헤어진 자식의 소식을 듣고 찾으로 다니는데 부모가 된 나는 정작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자식들은 말이야, 혼자 안다니까. 같이 살려고도 않지, 어미가 아파도 전화 없어…….” –p 24

좀 더 자주 찾아 뵙고 연락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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