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은 왜 담장을 쌓았을까?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32
장 프랑수아 뒤몽 글.그림, 이주희 옮김 / 봄봄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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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2012.10.21

5

닭들은 왜 담장을 쌓았을까?

장 프랑수아 뒤몽 글 그림

그림책 동물농장이라고나 할까? 현대 사회 대중의 병폐를 다루고 있다.

고슴도치 한 마리의 출현은 일상적이고 평온한 농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다.

뾰족한 밤송이같이 생긴 고슴도치를 처음 본 동물들은 시끄럽게 쑥덕거리지만 먼저 고슴도치한테 다가가

물어보지 못한다.

도둑처럼 내빼다니, 수상한걸.”

병아리들 다 있나 세어 봤어? 우리 달걀도 세어 봐

특정 집단에서 타인 특히 이방인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처럼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바짝 긴장하여 경계하는 닭들의 모습들을 알 수 있다.

지렁이도 고슴도치가 다 잡아먹었을 것 같고 닭들 사이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알 수 없는 불안은 무리에 전파되어 점점 커지고 확산되어 간다.

공포심을 이용해 수탉은 암탉들을 통제하려는 목적에 담장을 만들자고 선동하고 암탉들은 확인해 보지 않고 수탉에 지배되어 바벨탑을 만든다.

농장에 사는 다른 동물들은 담장을 쌓는 닭들을 멀찍이 떨어져 관망하며 비웃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담장을 쌓느라 지쳐 달걀을 낳는 일도 잊어버린 암탉들.

그런데 이를 어쩌나!

고슴도치도 담장 안 닭들과 함께 있었다. 문도 만들지 않은 담장 안에서 닭들은 고슴도치와 함께 생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맞게 된다.

집단전체는 개개인의 단순 합이 아니다. 때로는 집단의 우매함은 한 명의 잘못된 선택보다 더 나쁠 수 있다.

글로벌시대에 다양성에 대한 상호 존중하자고 말하나, 익숙지 않은 이질감에 날 선 우리의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공개된다.

닭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비웃지만 따뜻한 시선이나 조언을 해 주는 않는 다른 농장의 동물들의 모습은 익명의 게시판에 타인에 대해 함부로 비방하는 네티즌들과 겹쳐진다.

마지막 반전은 그림책 특유의 동화적인 장치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아름답지 않는 현실의 모습을 그렇지 않은 척 왜곡하지 않고 보여주지만 사람에 대한 낙관과 따뜻함을 잊지 않는다.

군중행동을 보이는 인간을 꼬집고 있지만 어린 연령의 아동들은 그림책을 통해서 알아채기 어렵다.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그림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통해 어린 아동들은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책 자체로 유쾌하게 즐길 수 있고 좀 더 큰 아동이상의 독자들은 사회고발적인 풍자미를 그림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현대사회의 인간의 모습을 날카롭게 꿰뚫고 풍자하지만 깃털처럼 가볍고 유쾌하게 결말을 이끌며 그림책의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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