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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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

2012.09.08

대통령과 루이비통

글 황상민

 

심리학자 황상민씨는 전문가 집단의 특성과 상당히 다른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보통의 고학력의 전문가 집단은 목소리에 감정을 담지 않고 조용하고 천천히 말을 한다. 잘 흥분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분은 고음에 흥분도 대단히 잘하면서도 날카롭게 상대방이 겉으로 말하는 상담과 달리 내면을 날카롭게 분석해서 직설적인 충격화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지금은 종료된 프로그램이지만 색다른 상담소의 황상민 교수 코너를 열심히 듣던 애청자로 그의 날카롭고 개성 있는 목소리의 상담을 좋아했다.

그러나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오랜 연구를 해왔던 학자답게 그의 글은 흥분된 어조와는 달리 차분하고 논리적이며 설득력 있는 문체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번에 새로 나온 신간 <대통령과 루이비통>은 책 목차의 3부에 해당되면서 명품소비를 통해 나타나는 한국인의 심리를 풀어낸 책이다.

그런데 책 제목이 상당히 자극적이다. 현정권의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댓글이 몇 천 개가 달리고 그의 행동을 많은 시민들이 주의 깊게 보고 거침없이 비판한다. 또한 올해 대통령선거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후보에 관심이 많다.

둘째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일반적인 소비는 위축되었지만 명품소비만 늘어나는 현상은 일반 대중들의 심리와는 괴리가 있는 현상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이다.

명품 손수건 한 장 없고 짝퉁 브랜드 가방 하나 없는 내겐 명품은 내 관심 밖의 대상이지만 자극적인 제목에 호기심이 동했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1부에서 3부 마지막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체의 마케터들은 팔고자 하는 자기들의 상품구매를 높이기 위해서 심리학자들을 고용하여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선호도를 연구하였는데 저자도 기업체의 마케터들의 주문을 통해 연구했던 자신의 프로젝트의 사례들을 인용하고 있다.

특정 상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한가지 유형이 아니라 여러 유형 군으로 나타나고 각 유형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확인해 보며 그 이면의 심리들을 내 삶 속에서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미국 서구적인 정신을 수입하여 그 가치를 지향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집단적인 동양적 질서 속에서 개인적인 자기 실현이나 자아를 드러내기 어려운 현실과의 괴리는 이중적인 속물근성의 가치를 낳고 명품을 통해 자신을 과시하려는 소비행태로 나타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조금 불편했다. 사람들의 소비심리의 관점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모든 영역에서 모든 가치가 소비행태로 치환되고 상품과 이미지만이 우리의 삶을 점령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가 그 사람의 전부인양 표현한 글에선 눈살이 찌푸려진다. 개인적으로 권력을 시장에 넘긴 대통령의 업적을 다 좋게 칭찬할 수 없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무능하지 않았다. 언론에서 부드러운 동네 이장 같은 편안한 말투를 무능함으로 나약함의 이미지로 둔갑시켰을 뿐이지 무능한 이미지가 그 사람의 무능함을 입증하지 못한다. 그런데 마치 그 이미지가 사실인 마냥 쓰여있어서 깜짝 놀랐다. 오히려 상품의 이미지가 상품의 본질과 상관없이 어떻게 왜곡되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지 그 이면을 분석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이 사실 아쉽고 마지막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인 에필로그를 본문으로 가져가 우리의 이중적인 가치관이 어떻게 명품소비로 이어지는지 어떻게 최악의 대통령을 뽑게 되었는지 심도 있게 다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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