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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메랄다 산에서 인디고 섬까지 ㅣ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2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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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채
2 |
2012.0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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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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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메랄다 산에서 인디고 섬까지
글 그림 프랑수아 플라스 |
알파벳 E에서 I형태의 나라가
순차적으로 나오는데 이야기는 별다른 연관이 없이 서로 독립적이다.
이 책은 각 나라의 풍습과 문화를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내용은 너무나
환상적이고 매력적이라 다 읽고 나서도 이 여행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기 힘들다.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 책에 담긴 나라에 대한 기이한 이야기이지만 정작 오르배 섬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는데 마지막
인디고 섬나라 이야기에선 오르배 섬 사람들이 등장한다.
[에스메랄다 산]에선 꿈을 여는 풀을 태워 연기로 오랑캐의 꿈속을 들어가 오랑캐를 다섯 도시 제국에서 쫓아내는
이야기이다. 남의 꿈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신기하고 주인공이 무사히 꿈속에 갇히지 않고 빠져 나오는
것도 신기했다.
5가지 이야기가 모두
기이하고 환상적이지만 내 감성을 자극한 이야기는 [얼음나라], [웅갈릴들의 나라],
[인디고 섬]의 이야기다.
[얼음나라]는 추운 북극나라로 겨울이 오면 얼음 나라 사람들은 동면하는 동물처럼 잠의 방이라 부르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
긴 겨울잠을 자며 추운 겨울을 보낸다.
왼쪽 뺨 위에 검은 세 줄의 문신이 새겨진 한 가문의 사내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얼음나라 이야기엔 가족들을 위해 사냥을
나가다 곰과 사투를 다해 싸우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준 ‘곰 발톱에서 태어난
녀석’이란 이름의 개가 나온다. 이 노란색 눈을 가진 개의 정체는 무엇일까?
북쪽 나라 사람들에게 개는 운송수단으로 대단히 중요한 존재이며 신성한 동물로 통하나 보다.
빙산을 파내어 잠의 방을 만들고 무당이 잠의 방에 들어가는 독특한 의식을 한다.
작살로 사람들의 가슴을 갖다 대고 태양에도 작살을 꽂아 빛을 거두게 한다. 악령을 몰아낸
뒤 모두 깊은 잠에 빠져 빙산 아래 반대의 나라에 여행을 떠난다. 얼음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한 생애를
살아간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비한 이야기와 가족의 사랑이 느껴져서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웅갈릴들의
나라]엔 피부에 화상을 입히는 매서운 바람 윌뤼질보다 더 잔인한 산적 웅갈릴들이 나온다.
잔인한 웅갈릴의 산적두목과 산적두목에게 납치된 동굴족의 공주, 사랑의 묘약
때문에 납치된 의사 알비니우스가 나온다.
남녀간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가 나와서 읽는 내내 애가 탔다. 이번 책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가장 로맨틱하고 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공주 타위아나의 예상 밖의 주체적인
행동에 놀라게 된다.
옛 이야기에 나오는 납치된 공주들의 수동적인 모습과 대조적으로 자기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여 물건처럼 아버지의 나라로
되돌아 가지 않고 의사 알비니우스를 돕는 생활을 선택한다.
공주가 떠나자 상사병으로 고통을 겪는 소르도가이가 너무도 안타까웠는데 다행이 타위아나 공주와 행복한 결말을
얻는다.
특히 공주가 “이번에는 제가 당신을 납치하지요.” 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공주의
용감하고 주체적인 모습에 반하게 된다.
미녀와 야수의 스토리처럼 낭만적이면서도 산적이 야수의 본성을 누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유를 주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얻게 되는 게 아닐까? 만일
강제로 공주와 결혼했다면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공주를 소유하지만 사랑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동화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내 딸과 모든 여성 남성에게 함께 읽고 토론하고 싶어지는 이야기이다.
[인디고 섬] 이야기가 이 책의 맨 마지막 이야기인데 처음으로 오르배 사람들이 등장한다.
신기루처럼 닿지 않는 아름다운 인디고 섬의 지도를 얻기 위해 구름 하나 하나 측정하다가 시력을 잃은 학자, 삼각측량을 하다가 이성을 잃어 미친 학자, 하늘을 나는 기계와
함께 다를 잃은 학자들이 나온다.
오르배 학자들의 광기 같은 열정으로 아름다운 인디고 섬의 기록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다섯 나라 이야기는 너무도 환상적이고 기묘하여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세밀한 삽화를 통해 내가 상상한 이미지와 대조해서 확인해 보는 즐거움이 있고 내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작가의 그림에 흠뻑
빠지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