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의 겁쟁이 탈출기 문학의 즐거움 38
가와후치 게이이치 지음, 김보경 옮김, 오카베 리카 그림 / 개암나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개암나무

2012.08.15

5

뚱보의 겁쟁이 탈출기

가와후치 게이이치 지음

이 책을 절반까지 읽었을 때 주인공 뚱보 모리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겉으론 사람들에게 , 하면서도 속으론 전혀 다른 생각들을 하며 왕따를 묵묵히 견디면서도 저항하거나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어른들을 비웃고 세상에 대해 비딱하게 여기는 아이였다.

심지어 자기를 도와주는 가코가 예쁘지 않고 솔직해서 가코를 좋아하지 않는 정말 왕재수 음흉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삶에 즐거움도 없고 꿈도 없고 어른들을 조롱하고 나름대로 재단하는 소심쟁이라는 느낌이 들어 동화 속 주인공이 매력 없기는 처음이었다.

항상 모깃소리처럼 작게 말하고 땅바닥만 쳐다보는 소심쟁이 모리는 개 아로 아침산책 중에 평소에 말이 없어 사람들의 수군거림의 대상이었던 아침아저씨와 말하게 되고 아저씨도 어린 시절 뚱뚱했음을 알게 된다.

아저씨와의 대화를 통해 부모에게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속마음을 아저씨에게 털어놓으면서 아저씨와 친구가 된다.

이 책은 톰소여의 모험이나 틴틴이의 모험처럼 위대한 꼬마영웅의 환상적이고 스릴이 넘치는 모험이 아니다. 모리의 호기심으로 도둑들에게 붙잡히지만 모리의 용기로 탈출하는 영웅이야기도 아니다.

가코와 아침아저씨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지만 소심해서 모기 소리처럼 말하던 모리가 도둑 두목에게 큰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용기를 냄을 통해 내면의 극적인 변화를 겪는다.

겉으로 보이는 모리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지 않고 느긋하게 바라보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

모리 몰래 모리를 걱정하며 뒤에서 도운 아빠의 사랑이 담겨있는 편지 글에는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 왕따와 놀림을 당했다면 놀림 당한 아이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이런 폭력적인 생각을 했다. 왕따 시키는 아이도 문제이지만 당하는 아이도 문제라고 말이다.

뚱뚱하고 소심하고 남들의 괴롭힘에 저항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해도 된다는 폭력적인 생각이 내 밑바닥에 깔려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늘씬하고 대범하고 씩씩한 바른 어린이 이미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다양한 아이들의 존재를 있고 있었다.

아침아저씨, 모리, 모리가족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다. 그러나 사람들은 비슷한 듯하지만 들여다 보며 다 다르다. 똑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지만 우리는 표준이나 평범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잘 못 받아들인다. 말로는 다양성 다양성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책은 학교의 심각한 왕따문제와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조금씩 내면이 변화하는 모리의 과정을 섬세하게 잘 표현한 글이라서 성장기의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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