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뱃속에서 열 달을 보낸 아이들은 작고 아늑한 공간을 좋아한다.
고양이처럼 택배상자가 오면 그 속에 쏘옥 들어가 논다. 장롱 안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거나 이불을 동굴처럼 만들기도 한다. 상자 하나로 아이들을 갖가지 상상을 하며 재미있게 논다. 상자 터널, 오물딱방, 상자 악기, 상자 샌드백, 상자 로봇 상자로 모든지 가능하다.
“나”로 나오는 아이는 7~8세 정도의 아이일까? 커다란 상자에 우산을 씌워 빨간 지붕을 만들어 자신만의 공간인 오물딱방을 만들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오늘 엄마 아빠와 함께 놀이공원에 가기로 했는데 엄마아빠가 다음으로 미뤘다.
너무 속상해서 내가 만든 집에 들어가 울면서 ‘삐빠’를 기다린다.
삐빠. 고양이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한 ‘삐빠’는 나의 친구다.
‘삐빠’는 내가 부르면 언제나 오는 친구는 아니듯 언제 올지 잘 몰라 기다린다. 몰래 찾아오는 ‘삐빠’를 기다리며 ‘삐빠’가 좋아할 음식와 무얼 하며 함께 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속상한 마음을 달랜다.
‘삐빠’는 나와 달리 숫자놀이도 잘 하고 모든지 잘할 거다.
내가 무서워하는 천둥과 어둠도 물리쳐 주는 ‘삐빠’는 멋진 친구다. ‘삐빠’와 함께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다.

오물딱방에서 삐빠를 기다리는 나
숫자놀이를 척척 잘하는 삐빠
어둠을 물리쳐주는 삐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