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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곰입니다 ㅣ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9
장 프랑수아 뒤몽 글.그림, 이주희 옮김 / 봄봄출판사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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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
2012.0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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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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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곰입니다
장 프랑수아 뒤몽 글 그림/ 이주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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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보다 복지수준과 삶의 질이 높은 프랑스에서도 ‘홈리스’가 존재하는지 ‘곰’이란 존재로 집 없이 떠돌아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그림책이 나왔다.
인터넷을 뒤져서 자료를 찾아보니 유럽의 긴축재정과 고 실업의 여파로 홈리스가 급증하고 있다는 글들이 보인다.
아이들 그림책에 맞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곰’의 모습으로 표현한 집 없고 특정 직업이 없이 대도시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표현하였다.
동물원에서 건빵을 받아먹으며 재주를 부리는 곰은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그런 곰이 자기들의 영역을 벗어나 도시를 돌아다니며 내게 말을 건다면 나 역시 깜짝 놀라 달아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기절할지도 모른다.
‘곰’은 ‘인형’으로 있을 때 ‘동물원’에 격리되어있을 때나 즐거움을 준다.

‘홈리스’는 더 이상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닌 격리와 회피의 대상이 돼버렸다.
정육점 주인이 칼을 들고 쫒아오고 경찰을 부르는 그림책 속의 사람들의 시선을 나역시 하고 있던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한다.
더 무서운 건 그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다.
종이상자 속 헌 옷 더미 아래 잠을 자고 있는 곰은 더 이상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런 ‘곰’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어린 소녀가 등장한다. 그 소녀의 관심으로 곰은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고 자신도 깨끗하게 씻고 기다린다.
“곰돌아, 안녕.” 소녀의 이 한마디는
“그 애가 오면 반가워서 가슴이 마구 뛰고 햇살이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오듯 칙칙한 내 삶이 단박에 환해질 거예요.” 곰의 마음에 희망을 준다. 술병과 술잔에서 꽃을 담은 꽃병으로의 변화는 '곰'이 소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작은 희망이 아닐까?
이 책을 읽어주었을 때 아이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림과 내용이 훌륭함에도 글 속에 풍기는 무거운 주제를 직감한 듯하다.
대도시의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사람들 속에서 혼자만 ‘곰’이 되 버린 사람들에게 동정과 연민이 아닌 따뜻한 시선과 말 한마디가 정말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내 딸이 ‘곰’한테 먼저 말을 걸고 포옹을 해준다면 나는 그대로 볼 수 있을까? 소녀의 아버지처럼 아이의 손을 낚아채며 훈계를 하지 않을까? 아이의 선한 행동을 ‘곰’이 악용하여 데려간다면 어떻게 할까?
아무래도 거처 없이 떠돌아 다니는 ‘곰돌이’한테 경계를 풀고 내 이웃처럼 대하긴 솔직히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소녀처럼 따뜻한 포옹까지는 어려워도 따뜻한 말 한마디는 건넬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어느 날 갑자기 일터와 살던 집을 잃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져 도시의 한 귀퉁이에서 쓰레기를 뒤지며 신문지를 덮고 잘 수도 있다. 실제로 홈리스 중에는 잘나가던 사람들이 많다.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기 이전에 ‘곰’을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잊지 않고 그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며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줌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