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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사회인들의 ‘상’들이 존재하고 때론 조직에서 ‘상’을 요구한다. 우리는 다양한 관계를 이루어 살아간다.
그 속에서 내가 생존하기 위해서 여러 다양한 페르소나(가면)을 갖게 된다.
나의 본성과 페르소나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본성으로 돌아가려는 내면에 의해 병이 들기도 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때가 오는데 [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란 책은 자신을 진지하게 마주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삶의 속도에 지치거나 지나치게 과다한 경쟁속에 자신을 고갈시키며 회의가 물밀듯이 올 때 읽으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어떤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악 이득과 손실, 경쟁, 쓸모있음과 쓸모없음, 고통과 기쁨등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를 지배하는 가치관에 대해 장자는 여러 우화를 통해 자신이 내린 가치관이 자신의 본성와 얼마나 부합한지 들여다 보게 한다..
장자의 재미있는 우화와 대화를 통해 5000자 밖에 안 되는 노자의 도덕경을 풍부하게 알 수 있다.
특히 철학자인 저자는 자신의 여러 경험을 곁들이고 장자의 이야기에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서 어려울 수 있는 노자와 장자의 지혜를 전달하고 있다. 정확히는 장자 원문을 풀이한 책이 아니라 저자의 독특한 장자해석이 되겠다.
고전을 이렇게 쉽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작가의 탁월한 글 솜씨와 독자를 배려한 부분이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덕분에 글귀 해석에 매달리지 않고 글의 속뜻을 중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는 때때로 유교 사상과의 비교를 통해서 노장사상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한다.
장자의 글귀중에 내마음을 사로잡은 글들이 있어서 몇 가지만 감동받은 글귀를 적어보겠다.
자유롭게 살기 위해선(소요유편) 외화이내불화해야 한다.
자신과는 안(安)해야 하고, 남과는 화(化)해야 하며, 자연과는 락(樂)해야 하고, 도와는 유(遊)해야 한다.
[노자]의 ‘화광동진’과 장자의 ‘외화’는 같은 의미인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속에서 사람들과 교류할 때 남의 삶을 존중하고 함께 살겠다는 적극성을 내포하면선 마음속엔 사람들의 말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 내불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렇게 높은 경지속에 살기 위해선 일상 생활 속에서 마음수련을 하지 않으면 어렵다.
확실히 장자의 사상은 혜시가 말했듯이 그 뜻이 너무 넓고 커서 일반인이 실천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
[검소함은 보물이다편]에선 부자들의 고민 여섯 가지가 나오는데 그 여섯 가지는 부자들뿐 아니라 현대인들의 삶에 적용해도 딱 들어맞는 내용이라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현대인들은 영양 과잉으로 질병에 시달리고 끝없이 탐욕을 부추기는 환경에 노출되어 더 많은 부를 얻기를 욕망하고 많은 공포와 근심속에 놓여있다. 근심과 공포속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하려면 어느 정도는 장자처럼 욕심을 내려놓는 삶에 필요하다.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관직도 마다하고 스스로 곤궁하게 살았던 장자. 소박하게 사는 것은 좋은데
친구에게 끼니를 구걸할 정도로 빈곤한 건 지나친 게 아닐까? 아내와 자식까지 있었는데 소박함을 넘어서 장자의 지나친 가난함은 예찬할 수 없다.
행색은 초라해도 깨끗하고, 간소하고 거칠게 먹어도 구걸하지 않을 정도의 가난이 좋다고 생각된다.
항상 삶에 균형점을 찾고자 했던 장자가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 가족을 이루지 않고 혼자 독신으로 살았다면 그건 또 장자의 삶이라고 인정하겠지만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소요의 삶으로 인해 가족이 지독한 가난함으로 고통을 받았다면 장자가 진정 자유롭게 살 수 있었을까?
장자의 가족 이야기가 간접적으로 조금 나오기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며칠을 굶고 친구한테 구걸하러 가는 장면이나 행색을 보면 초라하다 못해 너무 굶어 병색이 있어보여 그의 가난함은 지나친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자의 사상이 현대인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자연에서 너무 멀어져 문명화된 사회 속에서 지나치게 효율과 속도와 물질추구만을 내면화시키는 인위적인 삶에 균형을 상실하여 메말라 버린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기 때문일 것이다.
속도를 줄이고 내면을 들여다 보며 내 마음속의 울림을 발견하여 균형점을 찾게 해주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