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홍련전 빛나는 우리 고전 그림책 시리즈 1
강벼리 글, 한태희 그림, 권순긍 자문 / 장영(황제펭귄)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황제펭귄

2012.03.19

 

장화홍련전

 

 

파랑새를 따라 연못에 빠지는 장면을 언니와 상봉하는 장면처럼 처리한 그림이 몽환적이다.
 

 

 

작자미상인 조선후기 전래동화 [장화홍련전]철산살인사건이란 엽기적이고 잔혹한 의문의 죽음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비극적인 가정사를 다룬 이야기임을 이 책의 뒷면의 해설을 통해 알게 된다.

[장화홍련전]은 계모가 전처소실의 아이들 장화와 홍련을 지독한 학대와 억울하고 더러운 누명을 씌워 죽음으로 몰아가게 한다.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던가. 둘은 귀신이 되어 관청에 밤마다 나온다.

전처 장씨가 죽기 전 에고, 나 죽으면 어린 너희는 어찌 살꼬?” 마치 앞날을 예견한 듯한 근심걱정은 사실화된다.

새 부인 허씨의 간악한 음모는 솔직히 너무도 소름이 끼친다. 현대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유산도 그리 명예롭지 못한데 조선 중후기를 생각하면 더구나 쥐의 시체를 이용한 점은 간악하기 이를 데 없다. 어린이 동화에선 이런 내용이 생략되기도 하는데 이 책에선 허씨와 장남의 계략이 생략 없이 나온다. 허씨는 왜 이렇게 장화와 홍련을 잔혹하게 해쳐야 했을까?

예전엔 살해동기가 궁금했는데 이 그림책에선 그 동기가 나온다.

책의 본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허씨는, 장화 자매가 시집가면 재산들을 나눠 줘야 하는 게 죽기보다 싫었어.

네 이년들, 내가 쉽게 재물을 내줄 것 같으냐!”

 

그림책 본문의 내용으로 보면 재물 때문에 장화홍련을 해치는 동기가 나온다.

장화와 홍련전에는 장화홍련을 죽음으로 몰고 간 주모자 허씨부인과 가담자 맏아들 장쇠만 벌을 받는다. 두 배다른 남동생에 대한 내용은 언급이 없다. 즉 권선징악적으로 죄지은 자들만 철저하게 응징한다. 그러나 한편 찜찜한 부분이 있다.

여기서 배좌수 아버지는 허수아비처럼 아버지로서 자식을 전혀 보호하지 않고 장화를 죽게 하는데 일조한다. 장화와 홍련의 평소 성품을 알고 있을 텐데 알아 보려 하지 않고 너무도 무기력하고 어리석은 존재로 나오며 가문만 생각한다.

그런 아버지의 천륜을 어긴 대 중죄를 장화 홍련은 처벌하지 않게 원님께 용서해 달라고 청하여 아버지만 면죄부를 받는다.

아버지의 죄는 빼고 오로지 장화홍련과 계모와의 대립구도만을 부각하여 철저하게 벌하는 시대상의 한계가 많은 작품이다. 21세기인 오늘날에도 남아선호사상이 강하게 남아있어 아들을 낳기 위해 갖은 비법을 연구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오랜 관습과 가치관은 쉽게 변하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감안할 때 가부장적인 조선시대 가문의 보존을 더 중시한 시대적 한계를 알면서도 문학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한태희님의 환상적이면서 무서운 그림이 장화홍련전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더려운 계모의 누명으로 연못에 빠진 장화와 호랑이에 의해 팔과 다리를 잘리는 장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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