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리젬 명작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야센 기젤레프 그림, 조현진 옮김 / 리잼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야센 기젤레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광란의 다과회]

 

 

어릴 때 명작동화로 본 존 테니얼의 흑백그림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긴 목을 쭉 뻗어서 지붕을 뚫고 나왔던 앨리스의 그림이 지금도 기억난다.

새로 출간된 야센 기젤레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책크기도 황금분활이 아닌 정사각형크기라 다른 책과 크기에서부터 확연히 다르고 전체적인 갈색 톤에 그림들이 참으로 기괴하다. 섬세하면서도 세밀환 터치과 독특한 질감의 그림들은 최근에 출간된 앨리스 그림중에 단연 돋보인다.

시계를 쳐다보며 바쁘다고 외치는 토끼를 따라 들어온 이상한 세상에서 앨리는 ‘나를 마셔요’란 의문의 병에 담긴 액체를 마시고 크기가 자유자대로 변한다.

현실에선 정체를 모르는 음식은 먹으면 안되겠지만 모험심과 호기심이 강한 앨리스의 성격이 잘 들어난다. 140년전에 나온 책을 감안해 보면 이 책에 등장하는 앨리스는 예의도 바르지만 대단한 모험심과 용기가 있는 소녀다. 모르는 낯선 세계에 들어와서 당황하거나 울지 않고 변화에 대해 나름대로 잘 적응한다. 크기가 이랬다 저랬다 변하고 남의 말에 끝까지 귀담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무례한 동물들 사이에서도 무서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질문을 하거나 낯선 장소에 대한 경계도 없이 무한한 탐구심을 갖고  이상한 나라을 거침없이 탐험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야기 구조는 이상한 논리나 말장난, 우스꽝스런 노래가 잔뜩 들어있다. 성인의 관점에서 보면 맥도 없이 이야기가 중간 중간 끊기고 동문서답의 대화는 논리적인 이야기 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짜증을 유발하게 한다.

 

“내 이야기(tale)은 길고도 슬프단다!”

“확실히 꼬리(tail)가 길기는 기네.”

p 54

"안그래(I had not)!"

"매듭(knot)이라고?“

p 103

“지구가 축(axis)을 중심으로 한바퀴 도는 데 24시간이 걸리는데....“

“도끼(axes)를 입에 담다니! 저자의 목을 쳐라!”

 p 111

앨리스와 체셔고양이와의 대화중에

"아까 돼지(pig)라고 했니?, 무화과(fig)라고 했니?"

우리말로만 읽으면 웃을 수 없는 이런 말장난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광란의 다과회에선 정신없이 시종일관 일관적이지 않은 말장난들의 잔치가 난무한다.

 

가짜 거북과의 만남에서 저자의 언어적 기교는 절정을 이룬다. 저자의 자유자재로 언어를 가지고 노는 능력은 탁월하다.

“일단 비틀거리기와 몸부림치기를 제일 먼저 배우지. 그리고 여러 가지의 수학 과목을 들어야 해. 야망, 산만함, 추화, 조롱하기,그런 것들이지.” p 172 중에서

“비틀거리기 reeling는 읽기 reading의 말장난, 몸부림치기 writhing는 쓰기 writing의 말장난,야망 ambition 은 덧셈 addition의 말장난, 추화 uglification은 곱셈 multiplication의 말장난, 조롱 derision은 나눗셈 division의 말장난이다-웅진주니어의 헬린 옥슨버리 그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

이 책에선 별다른 해설이 없이 가짜 거북의 수업내용이 나온다. 이야기가 워낙 뒤죽박죽에 논리를 뛰어넘어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다른 책에서는 해설이 붙어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원문이 아니면 언어를 희롱하는 듯한 말장난의 재미을 알 수 없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곳곳에 이런 언어유희가 많이 숨어있고 그것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어릴때는 언어의 유희와는 상관없이 이상한 노래 그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괴상하게 변하는 앨리스의 모습이 신기해서 그 자체만으로도 형제끼리 낄낄거리며 웃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힘은 바로 이것이다. 지금 성인이 되어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언어적 재치와 희롱으로 어릴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단어들의 나열들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책이지만 챕터와 챕터사이게 별다른 연관도 없어서 맘에 드는 챕터부터 봐서 손색이 없는 책이다.

수학자이면서 논리학자였던 캐롤.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캐롤이 이 책을 어떤 마음으로 앨리스에게 바쳤을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맨 마지막장이 그 해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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