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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하지 않고 언성을 높이지 않으면서 내 의견을 남에게 설득하는 힘은 사회를 살아가는데 참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남과 부딪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말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분통터지겠는가? 항상 집에 와서 그때는 그렇게 말했어야 하는데 하며 자신의 머리를 때린적도 많다. 흥분해서 상대편의 말에 말려들거나 머리가 하애져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거나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조근조근 내 의견을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백지연의 끝장토론의 특집편인 대학생 토론 프로그램<대학토론배틀>을 책으로 만들었다.
프로그램을 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토너먼트식의 경기진행방식으로 한 번 지면 탈락되는 경쟁방식이다.
오디션을 거쳐서 나온 토론팀은 32강부터 16강 8강 4강 결승의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고 주제에 따른 찬반을 선택한 토론팀들이 각각의 논거로 상대 토론 팀을 설득하고 최종은 전문평가단과 일반평가단의 투표로 우승자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한국사회에서 많이 거론되기도 하고 이슈가 되는 내용들이라서 자못 흥미로웠다.
한 가지 주제로 토론이 진행될 때 토론 바이블로 좋은 토론에 대한 어드바이스를 준다. 토론이 끝나면 전문 심사위원들이 찬성 반대측 논거에 대해 더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자신의 논거방식을 제시해주어서 토론자와 심사위원의 논거를 비교해 볼 수 있다. 한 챕터가 끝나면 프로듀서의 현장스케치를 통해 본문에서 못다한 내용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해준다.
여러 흥미로운 주제들이 참 많았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바라본 게 있다면 마지막 결승대결에 나온 내용을 통해서다.
결승 대한민국,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인가?
대학생들의 결승배틀을 재미있게 관전하면서 나도 모르게 놓치고 지나간 부분을 발견하였다. 나역시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의 구태의연한 프레임에 갇혀 있었던건 아닐까?
처음부터 내마음은 연대 토론헌터팀에게 기울여져있었다. 기존의 용의 대한 프레임을 깨지 못하고 방어만 했던 고려대학생들의 토론에 대해 왜 저렇게 억지주장할까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는데 나중에 손석춘씨가 지적한 부분에서 머리를 한 대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개천에서 용’을 한 사람의 성공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다수의 시민으로 새로운 시각의 틀로 바라보니 현재의 역동적인 정치사항들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다수 권력집단이 언론과 정권으로 통제하려고 해도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그 방식이 실로 다양하고 자유롭다.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한 나라의 지도자의 후보를 거론하는 시대에 와있다. 그런 틀로 보니 기존의 구태의연한 개천에서의 용의 패러다임 깨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역시 기존 지식인들의 생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는데 토론을 통해서 시야가 열림을 받고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이런게 토론의 미학인가 보다.
학생들의 토론 배틀이 100분토론에서 나오는 유명 정치인들보다 세련된 토론을 구사하며 인신공격을 하지도 않고 약간의 흥분은 있으나 언쟁하지 않는다.
물론 다소 기존의 논쟁해석에 집착하여 실제적인 전개를 하지 못하고 찬성하느냐 반성하느냐에만 얽매여 다양한 의견들을 개진하지 못한 토론도 있어다.
예전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달 교수의 강의에서는 정말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다른 생각들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국내에서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도 많이 있고 다문화학생들도 많을 텐데 토론에서는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이 토론은 최강자를 뽑는 배틀형식이다. 찬성과 반대라는 두가지 상반된 입장을 선택해서 자신의 논조를 상대방에게 얼마나 잘 설득하냐 그리고 패널들에게 높은 점수를 얻는냐이기에 오락적인 부분들이 존재한다.
이런 오락성은 방송프로그램상 필요한 부분이지만 사실 여기에 선별된 주제들은 한국의 현실사회에서 중요한 내용일 수 있는데 그 의미가 배틀전으로 축소될 여지가 있다. 또 아쉬움이 있다면 방송으로 했던 토론자들의 토론 내용을 그대로 엮어서 읽을 때 산만해져서 읽기가 다소 불편했다.
미래를 담당하는 20대가 깊이 생각하고 여러 사람들과 진진하게 토론하면서 자신의 생각들을 타인에게 설득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이런 토론자리들이 많이 나오길 희망한다. 20대들은 사회와 개인의 여러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미 기성세대가 된 나로서는 20대의 생각을 알 수 없기에 호기심이 동했고 어떻게 상대방에게 자신의 논리를 설득할지 전개방식도 배우고 싶다. 나라면 어떻게 토론했을까? 중간중간 내가 토론자가 되면을 상상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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