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있다 샘깊은 오늘고전 13
이경혜 지음, 정정엽 그림, 허균 원작 / 알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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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2.02.04

할 말이 있다

 

 

할 말이 있다

최초의 국문소설 [홍길동전]을 지은 작가 허균이 내가 아는 허균의 전부다.

국어시간에 잠깐 배웠던 허균의 홍길동전.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를 수 없는...]

서얼의 슬픔을 느끼게 해주는 저 문장이 내가 기억하는 홍길동전의 전부인데

허균이 서자라서 자신의 분노를 홍길동전으로 표현했을까? 정도였지 그에 대해 그렇게 많은 궁금증이 없었다.

허균은 조선중기의 뛰어난 시인이며 문장가였고 비평가였음을 [할 말이 있다]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다.

[할 말이 있다]의 저자 이경혜씨가 허균의 시집의 많은 시중에 32편을 아이들과 성인이 읽기 쉽게 다듬어 세상에 내놓고 정정엽씨가 시에 알맞은 그림을 그려서 허균의 시를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아울러 저자는 이전에 허난설헌에 대한 책도 냈는데 허균의 시를 통해 허균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억울한 허균의 죽어가기 전에 [할 말이 있다]라고 한 허균이 끝내 하지 못한 말과 그 삶을 위로하고자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세상에 알리고 싶어하는 작가의 모습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나라를 전복하려고 했던 죄명으로 능지처참 당한 삶.

결안도 없이 집행되어 얼마나 억울했을까?

50살의 생애의 허균의 삶은 12살의 아버지의 죽음이 말해주듯, 명문가의 집안에서 유복하게 태어났지만 그의 험난하고 굴곡진 삶을 보여준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그는 형과 누나, 서얼출신의 스승을 통해 엄격한 유교의 규율에서 벗어나 당시로서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01 |모진 시련속에서도 굴하지 않는다

 

 

 

 

 허균의 '호'이기도 한 ‘교산’에서 나타났듯이 아직은 이무기이지만 용이 되어 비상하겠다는 높은 꿈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을 ‘이무기’라고 생각하고 언젠가는 ‘용’이 되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는데 허균은 용이 되었는가? 그 허균은 당시에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오늘날 ‘홍길동’은 동사무소에도 흔히 마주하는 이름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허균은 이미 '용'이다.

 
 

 

<불경을 읽었다고>란 시에서 보면 마음 둘 곳이 없어서 불경을 읽었다고 시에서 말한다.

아버지를 일찍이 여의고 사랑하는 누이와 형은 병으로 여의고 임진왜란의 피란 길에 아내와 자식마저  잃은

불운한 사람이 어디에 의탁하겠는가? 사랑하는 가족 모두 망자가 되었으니 그의 마음 둘 곳이 없어 불교에 심취하게 된게 아닐까 생각된다.

불교에선 마음의 고통을 끊으라고 하지만 이 시에선 죽은 아내에 대한 회한, 고기에 대한 미련에 대한 속내를 솔직하게 내비친다. 조선사회가 엄격한 유교사회였던만큼 불교를 믿는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의 모습이 결코 평탄할 수 없을듯하다. 역시 허균이 불교를 믿는다 하여 파직당하고 쓴 시이다.

<예절을 배웠다고>는 <불경을 읽었다고>의 다음 연속된 시인데 유교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자유로움이 엿보인다. 그런데 '이백과 두보가 함께 이름을 올린 것이라네'라는 시구는 아무리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데 이 시 다음 장에는 저자가 친절하게 해설해주고 있다.

허균은 불교에 심취해서 파직당할 뿐만 아니라 권력싸움에 패해 옥살이도 하는데 옥살이에도 시를 지었다고

한다.

남한테 헐뜯음과 모함속에서도 '시'를 쓰면서 스스로 위로하고 자부심을 기르며 마음을 다잡았던 허균. 허균이야 말로 진정한 시인이다.

 

 

02 | 책과 글짓기를 사랑한 허균

 

 

글쓰고 책읽기를 몹시 사랑했던 허균. 임란의 피란길에서도 책을 걱정한다.

찌를 붙인 두루마리 책 만 권이라는 오늘날에도 만권읽기 힘든데 귀했던 책을 만권이나 소장하고 일일이 찌를 붙였다니  '음서'라고 칭했을 만큼 책벌레답다는 생각이 든다.

외교관으로 중국에가면 수레에 한가득 책을 사왔다는 그가 얼마나 책을 소중히 여겼는지 전쟁통에도 책을 걱정하는 허균의 마음을 통해 알 수 있다.

 

 

03 | 하층민의 삶을 그대로 쓰다

 

 

<늙은 아낙의 통곡>,<어느 노파의 원통한 이야기를 듣다>에선 임진왜란으로 국토가 황폐해지고 삶이 깨진 양민들의 삶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은유도 없이 적나라하게 묘사해서 참혹함이 그대로 전달된다. 또 <궁사>라 하여 궁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궁궐의 일상적 풍경과 궁녀들의 애환에 관한 시도 지어냈다.

궁에서 살고 임금을 위해 일하는 궁녀는 정작 임금의 얼굴을 평생 볼 기회가 없다니... 임금을 위해 평생 수절하며 살아야 하는 궁녀들의 삶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진다. 자신이 존경하는 스승이나 벗이 서얼이란 이유만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뜻을 펼치지 못하는 모습속에서 소외되고 억압받는 자에 대해 애정과 연민을 느낀다.

할 말이 있다 총평
 

저자가 아니었다면 한문으로 된 그의 시를 죽을 때까지 읽을 기회가 없었을텐데  [할 말이 있다]를 통해 허균의 시와 삶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시를 그대로 읽어도 되지만 뒤에 저자의 풀이가 없다면 도저히 알 수 없거나 의미가 축소되는 단어들이 있는데, 시를 온전히 읽을 수 있도록 하나의 시가 끝나면 바로 다음 장에 시에 관한 쉬운 풀이와 저자의 생각이 함께 들어있다.

시는 허균의 삶의 기록이었다. 소소하게 겪는 모든 일상이 소재가 되었다.

허균의 일기장을 훔쳐본 듯 그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책읽고 글쓰기를 사랑했던 그였기에 험난하고 굴곡있는 삶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낼 수 있던게 아닐까?

내가 과거에 생각했던 의롭고 호걸같은 홍길동의 이미지와는 달리 고민하고 갈등하며 뜻을 알아주는 이없어 곳곳에 자신에 대한 연민에 안타까와하는 모습속에서 나와 같은 평범한 인간 허균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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