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학부모가 헛고생하고 있다 - 잔혹한 입시전쟁, 길 잃은 학부모를 위한 최강의 지침서
최영석 지음 / 꿈결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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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학부모가 헛고생하고 있다

 

학력고사 세대라 솔직히 지금의 입시분위기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들어간 수준으로 지금의 대학은 절대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은 듣고 있다.

또 한 상가에 오후 시간만 되면 30분은 족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유인즉슨 그 건물 한층을 통째로 쓰고 있는 영어학원의 아이들이 등원이나 하원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 병원 때문에 우연히 그 시간에 갔던 나는 초등학생들 행렬에 기염을 토했다.

몇십분을 기다리다 걸어서 올라갔던 씁쓸했던 기억.

그러나 그런 긴 행렬에 익숙한 아이들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밝고 쾌활해보였다.

수면부족의 무기력한 얼굴은 절대 아니었다.

[99% 학부모가 헛고생하고 있다] 이 책은 길 잃은 학부모를 위한 최강의 지침서라는 출판사의 부제가 달린 신간인데 다분히 상술적이다. 요즘은 이렇게 부제를 달아야 판매가 되나보다.

이미 이와 비슷한 책을 몇 권 읽어서 비교적 술술 몇시간에 다 읽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챕터가 많았다. 재미있어서 계속 읽었다. 저자가 한때 학원강사에 현재는 학습컨설팅을 하는 분인데 쉽게 쉽게 잘 풀어썼다. 나름 업계에서 인기 있던 분답다.

올해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현재 대학입시조건을 아주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1,2장은 대한민국 입시제도 변천사와 현행 입시제도의 특징과 대학교의 꼼수를 자료를 근거해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강준만의 [입시 잔혹사]라는 책을 통해 한국의 입시제도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음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1장은 입시 잔혹사의 축약본정도 되겠다.

과거에는 소수가 지독하게 사교육을 받았다면 오늘날에는 거의 대다수의 학생들이 사설학원이나 과외를 받고 있다.

2장은 비 수능세대인 학부모가 현행 입시제도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도표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왜 고등학생들보다 중학생의 입시 스트레스가 심한지 알 수 있었다.

SKY를 많이 보내는 특목고에 입성해야만 대학교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중학교의 성적과 준비가 대단히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수시에서 ‘학생부중시전형’은 학교마다 이름이 다 다른데 학교장 추천을 받아야 지원할 수 있고 학교당 2장으로 제한되어있어 전교1~2등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전교 톱 아이들끼리의 정해진 경기이기에 일반 아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나마 입학사정관이란 제도가 이제 막 시행되고 있는데 그 내용만 보자면 부모와 아이가 어릴 때 미리 준비하면 가능성이 제일 높아보이는데 미리 알고 몇 년을 차근차근 준비하는일은 결코 쉽지 않아서 그 가능성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초등고학년 엄마라면 입학사정관제도를 미리 알아두면 입시에 도움이 된다.

2장을 읽고 있으면 사학과 특목고와 학원 삼자가 유착되었다는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간다.

과거의 명문고는 몇 개의 명문고를 제외하고 SKY대를 보내는 비율이 지방에 상관없이 일정했는데 지금은 소수의 특목고 특히 외고가 독점하고 있어서 부모들과 학생들이 외고입시에 열을 올리는건 너무 당연해 보였다.

단순히 극성스런 엄마의 치맛바람이나 욕심으로 단정하기에는 그 골이 꽤 깊고 사학이나 정부가 조장한 바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주의 바람이 사학도 예외는 아니라서 돈벌이에 혈안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일 재미있던 부분은 3장이다.

입시 성공기를 담은 책들을 무협지의 이야기방식과 비교하여 풀어 논 내용이 참으로 신선했다.

3장에 사례로 등장하는 수기의 내용은 이미 나도 읽어본 터라 저자의 말이 너무 공감되었다. 무협지의 영웅처럼 나오는 엄친아, 엄친딸들의 근성, 목표의식을 엄마인 나도 할 수 없는데 우리 아이에게 이 책을 읽고 따라하라고 하기에는 저자가 엄청 강조한 ‘손안대고 코풀기’격이라는 것을... 그런데 수기를 볼 때는 참으로 감동하며 보았는데 저자가 부모의 심리를 정확히 지적하려고 분석한 수기글들을 모아 발췌해 놓고 보니 기인열전 같아서 보는 내내 미친 듯이 웃어 버렸다. 당장 내일 입시 준비하는 수험생이 없는 여유로움도 한 몫 했으리라.

나머지 장들은 이미 비슷한 공부법이나 학습서에 자주 언급되던 내용이라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저자가 사교육장에 있는 분이라 사교육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능시험은 독학으로 절대 안 된다는 말을 저자는 하고 있어서 그 부분이 조금 거슬린다.

강준만의 [입시지옥잔혹사]에서도 뾰족한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 하물며 사교육장에 있는 한 학습컨설팅 운영자한테 대단한 대안을 어떻게 기대할 것인가?

약간의 용두사미 격으로 앞의 시작은 거창했는데 뒷부분은 일반 입시에 대한 학습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솔직히 식상하기도 했다. 공부법이나 동기부여 책은 공신닷컴의 공신 책들이 훨씬 실질적인 도움이 될 듯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올해 입시를 준비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고 학력고사세대라서 2장과 마지막 부록이 도움이 되었다. 또한 현재 사교육열풍에 휩싸인 부모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너무 다그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은 드는데 막상 아이가 입시 준비생이 되면 어떻게 변할지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 저자의 말을 끝으로 깊게 새기며 흔들리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부모의 경제력이 유리한 조건인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경제력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아이들의 노력과 열정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노력과 열정은 부모의 격려와 신뢰 속에서 싹트고 자라난다] -p279 마지막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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