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구마 겐고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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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겐고, 건축을 말하다

구마겐고

인간중심의 근대, 산업화,공업화 사회가 낳은 기후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기술제일중심의 해결이 아닌 기술이 자연의 공존과 같이 나아가야 함을 화두로 던진다.

코로나만큼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세계 사람들의 공통된 아픔과 상처이고 아직도 진행중이다. 고도성장기의 수직성이 강하고 화려한 건축이 아닌 작고, 낮고, 느리게란 부제를 단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란 책에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안도 다다오를 잇는 일보의 4세대 건축가인 구마겐고의 건축에 대한 철학과 구마겐고란 건축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구마겐고, 건축을 말하다>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반복되는 키워드들이 여러 개가 등장하는데 내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키워드는 원점(시작점, 출발점, 뿌리, 토대), 경계, 연결이었다.

나무와 그 지역의 돌들을 즐겨 사용하는 건축가로 유명하다. 특히 나무의 질감과 경계없이 연결하는 방식에 몰두한다.

어린 시절 대숲의 체험(원점)과 흙을 직접 맞닿는 즉물성에 대한 깊은 체험은 건축을 위해 지형을 변형시키지 않고 지형이나 주변에 맞춰 숲을 재현하려고 하거나 필로티처럼 지면을 띄우지 않고 흙을 밟는 질감, 중력감을 전달하려고 하고 전통적인 일본의 목조건축에 매료되어 저자의 건축물엔 일본의 전통성이 브리콜라주로 변형되어 녹아 있다.

분절은 두되를 사용하는 인공적인 조작이다. 분절을 해놓으면 공간이 인공적인 딱딱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굴이 될 수 없다. 같은 질감, 같은 모양, 같은 결을 가진 하나의 피부로 덮여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굴로 느낄 수 있다.

집요하게 하나의 스킨으로 덮은 이유는 건축을 하나의 생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략(53)

생물 개체의 유한성, 피부처럼 경계없이 이어진 유연성,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들의 연결성이 그의 건축에 관통하며 인간의 신체와 자연을 기능적, 기계적으로 보며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보는 산업화시대의 사고관과 달리 생물의 본질을 작은 세포라는 단위와 주변과의 흐름으로 보는 저자는 그런 세계관을 담은 실험적인 프로젝트와 목조를 이용한 모듈방식의 유닛을 구성한 시스템을 구성하기도 하는데 이런 유닛방식은 가구 집기 시스템에도 본 적이 있는데 겐조의 영향을 받아서 나온 것일까?

현재라는 범위 안에 과거가 있고 미래가 있다. 나의 내부에 타인이 있고 타인의 내부에는 내가 있다. 그런 중층성이야 말로 근대= 모던이라는 황혼 시대의 본질이다.

감상

제주도 롯데리조트내 아트빌라스 한 블록이 구마겐고가 설계했고 갔다 온 사람들의 글을 보면 나무의 질감이 느껴지는 따뜻함과 다른 블록과 달리 1층으로 구성된 낮은 건물이라고 한다.

구마겐고의 건축물은 많기도 하고 워낙 유명한 건축가라 그의 건축에 대한 설계의도나 철학은 유튜브나 온라인에 게시된 건축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무를 이용한 경우 성낭개비와 나무젓가락, 나무 블록을 교차 적층하여 쌓아 올린 장난감처럼 내게는 실제 거주할 수 있는 건축물보다는 설치 미술처럼 보이기도 한다. 건축의 거장들은 늘 기존의 건축 관념을 부수고 거장들의 독특한 신념체계를 후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데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과 그 건축에 내재한 사상과 여러 건축가들의 건축사상을 겐조는 가볍게 비평하고 있어 비교해 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심미안이 없는 내가 봤을 땐 자연의 부드럽고 따듯하며 소박한 자연재료처럼 보이는 고급 건축물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외형으론 소박하고 편안한 복장이지만 명품브랜드라 일반사람들은 접근조차도 할 수 할 수 없는 고급 옷! 인공적인 건축물에 자연의 색채, 질감, , 통풍 그 사이에 인간의 연결을 체험하게 하려는 재료와 형태란 외형에 목적적으로 매달리는 집요함이 느껴져서 무섭고 질린다. 한 부분을 집요하게 수직적으로 파고들어가는 일본인의 빈틈없는 특성이 느껴진다.

틈새와 빈틈의 미학을 빈틈없이 매달려서 보여주는 역설성을 드러내고 있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구마겐고의 철학이 우리나라 아파트에 적용된다면 어떤식일까?

한국의 대다수 사람들은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아파트와 빌라에 거주하는데 내부는 문을 닫으면 고립된다. 이런 구조를 구마겐고의 건축에서 힌트를 얻어 방의 분절성과 고립성을 연결할 수 있는 방안들, 모두가 높고 수직직인 아파트가 아닌 좀 더 다양한 외관의 아파트들, 지하철이나 GTX, 신도시처럼 그 주변을 다 밀어서 전혀 다른 인공적이고 편리한 공간을 증축하지 않고 주변의 지형을 이용한 건축물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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