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에서 말하기로 - 심리학이 놓친 여성의 삶과 목소리
캐럴 길리건 지음, 이경미 옮김 / 심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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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서 말하기로

캐럴 길리건 지음

1982년에 쓰여진 40여전의 페미니즘 고전에 속하는 <침묵에서 말하기로>란 책은 68혁명의 세례를 받아 여성운동이 한참일 때 집필된 책이다.

심리학의 아버지 프로이드부터 프로이드의 심리학을 이어받은 심리학자들의 인간의 생애주기에 대한 연구인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노년기의 대상이 남성의 경험을 토대로 보편적인 인간의 경험을 대변하고 있는 이론의 틀을 비판하고 있다.

기존의 심리학 이론은 아동기에 어머니로부터 분리하여 뚜렷하게 독립하여 정체성을 획득해가는 남아를 기준으로 주양육자와 분리하지 않고 애착관계를 이어 나가는 여아와 소녀들을 남아와 달리 분리과정에 어려움을 느끼는 존재로 오해하여 여성들의 성장과정을 극복의 단계로 이해한다.

그러나 저자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존재하며 그 차이는 극복의 대상이 아닌 서로 다른 기본적인 특성으로 간주하며 그동안 여성의 차이가 기존 질서하에 어떻게 차별화되어 왜곡되고 억압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전통적인 심리학자들의 심리학이론의 규범되는 방식은 남성중심이라 남성중심의 발달 기준을 여성에게 적용하면 여성들은 오히려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분열된다. 사회의 강제적 분리는 심리적인 내면의 갈등과 상처를 남긴다.

남성과 여성의 책임과 자유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마이클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왔던 하인즈 딜레마로 여성과 남성이 윤리적 판단을 구성하는 목소리들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

감상

이 책은 생애주기에 따른 인간 발달 연구가 남성중심이었음을 집요하게 탐색하여 밝히고 있다.

우리의 청소년기와 성인기를 지배하는 담론인 독립성, 자율성에 대한 서사가 남성 중심의 서사였고 한 번도 그 점을 의심해본 적이 없어 다소 충격적이었다. 인간 발달에서 남성처럼 관계를 단절하고 독립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것처럼 평가절하되거나 진지하게 다루지 못했다는 점을 비판한다.

왜 질병에 걸린 부모를 돌보는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거나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대부분 딸들이었는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가부장제에선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죽이고 동생들을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한 장남들도 많고 맏딸들도 많다. 서열에서 마지막 자녀들은 가족들의 요구나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반면 멕시코는 막내딸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고질적인 가부장적 질서가 존재하지만 많이 해체되었다. 가정과 일중에 일을 선택하는 여성들이늘어나 결혼 연령이 늦어지며 돌싱이나 미혼, 비혼 여성들도 많아졌다.

세번 결혼하고 이혼한 여성 소설가를 드러내 놓고 욕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다간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 내 부모 연배의 여성들은 인습을 내면화하여 개인의 욕구를 희생하며 관계를 지켜왔지만 돌봄의 영역에 자본이 들어오고 공교육제도가 확대되면서 남녀 모두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고 개인의 생애에 교육의 비중이 커지면서 여성들도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여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지배하는 페미니즘은 개별간의 차이나 권리보다 생물학적 성별차이와 성별권리투쟁에만 몰두하여 남성도 여성만큼이나 존중 받아야 함을 망각한다.

낙태죄는 진작에 폐지되었어야 함에도 67년간 형법으로 존재하였다. 보수계와 종교계는 존치를 주장하지만 다행하게도 내년1월 1일부터 낙태죄는 사라진다. 여성의 임신중지는 개인이 선택할 자기결정권에 해당되며 이 책에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들이 인습에 의한 도덕적 갈등을 겪는 사례들은 매우 인상적이며 여성의 임신중지의 선택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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