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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의 힘 -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토리의 원형을 찾아서
신동흔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비슷한 모티브를 가진 동서양의 옛이야긴 그림형제민담, 러시아 민담,한국민담처럼 세계에 오랫동안 구비문학으로 전승되어 보존된 옛이야기를 갈무리해서 이면의 상징적인 내용들을 심층적으로 탐색한다.
독자들에게 전형적이고 식상한 계몽주의 동화라고 생각했던 익숙한 동화들 혹은 상업주의 문화나 가부장제나 계급주의, 기독교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를 전달한다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시각으로 이야기 요소를 작가의 관점으로 편집하여 그 지혜와 문화적 가치들이 묻혀버릴 수 있는데 옛이야기의 힘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민담 <수정구슬>에서 구슬이 함의하는 생명, 참자아를 상징하는데 심청인가 연꽃과 구슬로 환생하는 것도 같은 의미로 읽힐 수 있을 듯하다.
그림형제민담의<샘가의 거위지기 소녀>와 한국민담 <내 복에 산다>는 아버지가 세딸에게 사랑을 시험하는 이야기인데 거위지기 소녀와 내 복에 산의 막내딸 이야기는 비슷하면서 심리와 태도는 다르다. 시대와 나라가 다름에도 이야기 구조는 비슷하지만 두 막내딸의 태도는 대조적이다.
부모에게 의존적인 사람들은 상처가 더 커서 거위지기 소녀처럼 상처를 치유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사랑하는 부모의 인정보다 자기확신이 있는 사람들은 <내 복에 산다>의 막내딸처럼 미련없이 스스로 개척할 것이다.
아름답고 재능이 빼어난 사람들부터 남과 다른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 부모와의 갈등, 편애로 자기 답게 살지 못하고 깊은 상처를 가진 주인공이 자신의 생명력을 찾아가는 험난한 여정에서 타인의 도움과 연대로 성장해 가는 모습에 울림을 준다.
감상
책이 두꺼울 수밖에 없다. 익히 알고 있던 동화부터 처음 접하는 생소한 그림형제 옛이야기와 한국의 설화,민담을 건조하게 약술하지 않고 이야기 맛과 형태을 살리면서 전달하여 옛이야기의 재미가 살아나며 옛이야기 이면의 비의를 해석하며 각자의 서사를 다양하게 투시하도록 돕는다.
표지부터 내용까지 매력적인 책이다. 한국의 구비설화전문가가 일반 독자들이 옛이야기에서 재미뿐 아니라 원가족이나 관계에서 받은 상처로 평생 약자나 피해자로 자신을 규정짓지 않고 자기만의 서사를 찾고 각자 주체성을 발휘하여 단단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이정표를 제시한다.
내 삶의 정체성과 삶의 궤적이 통하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신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