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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다시 로크먼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양육과 가정일에 대해 여성이 더 특별하게 잘한다는 역할 정당화는 노동의 문화적 분담을 공평할 뿐 아니라 심지어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것으로 규정해 현 상황을 적법하다고 인지하는 데 기여한다 365쪽
저항을 불러 일으키는 적대적 성차별과는 달리 온정적 성차별은 폭넓은 지지를 얻고 사회 변화를 위한 집단행동을 억누르는 기능이 있다.
여자든 남자든 태어날 때부터 성차별주의적 사고와 행동양식을 받아들이게끔 사회화되었다. 이런 사회화 때문에 여자도 남자만큼이나 성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해 성차별주의자이며, 마찬가지로 성차별주의자인 남편과 더불어 이런 성차별주의를 확인하고 재생산한다. 175쪽
제도적인 성차별은 사라졌다. 그러나 남편 생일 3일전 양가 어머니들로부터 내 남편의 생일임을 알고 있어냐고 나에게 전화 먼저 해서 남편 미역국을 끓여 주라는 오더(당부)는 젊은 시절보다는 덜 분노하지만 여전히 불쾌하다. 이런 문화지체현상이 사실 가정에서 대물림 된다.
남편 생일이니 축하 연락을 하면 될텐데 나한테 잘 챙기라는 사족의 말들이 딸이나 며느리에게 상처가 된다는 생각조차 없다.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나는 여러 선택지가 있다. 너무도 바빠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하는 남편에게 따뜻한 생일밥상을 챙겨줄 수 있다. 아니면 외식도 가능하다. 복수심으로 미역국이 아닌 다른 국을 끓일 수도 있다. 생일은 1년에 한 번이니까 내 생일 때 남편에게 내 미역국을 끓여주라는 당부는 양가 부모님 모두 하지 않았다.
아빠와 시아버지는 그런 연락 자체가 없는데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의 이런 전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사소하지만 일상에서 나타나는 동일하지 않는 미묘한 태도의 차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일도 동등하게 하니 가정의 업무도 분담하기를 바라며 내가 자녀를 신경 쓰는 방식처럼 동등하게 양육과 가사업무를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말이다.
직장에선 가능한 업무 분담이 가정에선 불가능하고 직장에선 유능한 남편이 가정에선 무능함에 가까운 무관심과 양육과 가사일을 보조적으로 도와주는 객체적 태도에는 남성에게 좀 더 유리하게 돌아가는 성질서가 사회 문화와 사람들의 인식에 깔려 있음을 저자의 경험과 여러 연구사례로 들고 있다.
제도나 의식은 바뀌지 않고 가정내 부부사이에서만 갈등을 조정하려고 하며 특히 억울함과 피해의식을 가진 여성이 남편에게 무엇인가 요청한다면 합리적으로 풀어낼 수 없다.
갈등을 중재할 중재자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저자는 지나치게 모든 일상의 행동 하나 하나를 성차별로 인식하고 과잉 대응한다. 제품 품질 향상 인터뷰 거절에 요청한 젊은 남성판매사원의 매서운 반응조차 저자 자신이 여성이었기 때문이라는 피해의식은 너무 나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젊은 남성 판매사원이 여자답지 못하다고 화낸 것도 아닌데 단지 젊은 남성 판매사원이 여성인 나에게 고분고분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고 기대했다는 듯이 단정하지만 저자의 피해의식이다. 만일 여성 판매사원의 반응이 매서웠다면 저자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되묻고 싶다.
심리연구에서 남을 돕는 행위를 여성이 거절할 때 부정적 평가가 높아진다는 연구사례를 자신의 경험에 끼어 맞춘다. 7살 딸 생일에 받은 화장품세트를 못가지고 놀게 하는 강압적 태도도 적절하지 못하다.
좀 더 젊은 날에 읽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성차별에 분개하며 남편을 비롯해서 아빠와 남성을적대시했을 것이다.
이 책에선 성평등시대 고소득 전문여성부터 저소득 취약계층여성들 모두 동등하게 맞벌이를 하지만 여성이 더 많은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에 허덕이는 여전히 가정의 단위와 사회에 작동하는 성이데올로기에 대해 임상심리학자로서 개인의 경험과 논문연구, 인터뷰등을 통해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