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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부모를 위한 SNS 심리학 - 소셜 미디어는 아이들의 마음과 인간관계,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케이트 아이크혼 지음, 이종민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9월
평점 :
Z세대 부모를 위한 SNS 심리학 #소셜 미디어는 아이들의 마음과 인간관계,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케이트 아이크혼 지음 |
중2아이는 코로나로 온라인수업과 친구들과 온라인채팅을 매일 한다. 수면, 식사, 세면, 배변처럼 생리학적인 기본욕구들을 해결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노출된 생활패턴을 갖는다.
그럼에도 아이는 자신의 사적인 비밀들을 친구나 가족에게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온라인네트워크를 통해 거의 노출된 아이에게도 한두가지 비밀이 있으며 그 비밀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청소년인 아이는 부모보다도 자기 또래의 동질집단과 깊은 유대를 형성하며 일체화와 인정을 갈구하면서도 매우 은밀한 영역도 존재하며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예민한 중2아이는 자신의 비밀스런 고민들을 글쓰기를 통해 배설하고 삭제한다. 스스로 무엇을 기록하고 타인과 공유하며 망각할지 선택적으로 편집하는 아이의 행위는 청소년기에 매우 자연스러운 행위임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프로이드의 차폐기억의 논문중에 인상적인 내용은 유년기의 기억이 쉽게 변형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유년기를 정확하게 재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년기의 경험을 재구성하는데 이런 기억의 조작은 불쾌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인상들을 억압하고 대체하게 위한 자기보호충동과 더 관련있다. 조작된 기억들은 원래 기억에 속한시기가 아니라 그보다 한참 뒤인 환기하는 시기에 만들어진다.
역사적 정황성과는 무관하게 기억의 형성뿐 아니라 선택 자체에도 많은 동기가 작용한다 121쪽 인용
디지털 멀티 미디어의 발달은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삶을 편집하고 통제할 수 있는 공간 및 재구성의 과정을 철저하게 방해하여 과거의 트라우마나 수치스러운 기억들을 망각할 수 없게 한다. 청소년들의 발자취가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태그가 달려 추적해서 온라인의 일상들이 기업이나 타인들에게 모니터링되거나 한순간의 일탈행위들이나 우발적인 실수, 혹은 각종 정치적 행위들, 성정체성에 꼬리표가 달려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심리사회적 유예의 특권을 악화시키게 된다. 이 책은 디지털미디어가 시공간의 지형을 변화시켜서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탐색한 책이다.
감상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난 날을 까맣게 잊는다. 이런 망각의 특성 때문에 망각보다 망각하지 않고 기억하려는데 더 많은 노력을 들이며 ICT는 아이들의 성장사진과 즐거웠던 순간들을 상시적으로 기록하고 저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인간은 아카이브를 통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공공기록물과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자료들을 저장한다. 휴대폰의 저장용량의 한계나 백업용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창작물을 유튜브계정에 올려서 보존하거나 익명의 사람들, 친구들과 소통한다. 그런데 아이가 나중에 자신의 저작물이나 흔적을 지우려고 할 때 이미 자신의 창작물이 누군가에 의해 캡쳐되거나 보존된다면 어떻게 될까?
나 역시 보존에 대한 강박만 생각했지 디지털정보화시대 잊힐 권리에 대해선 잊고 있었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정보생성활동에 왕성하게 참여하는 아이들은 새로운 정체성을 탐구하고 시험할 기회를 잃고 한 때의 일탈이나 실수가 박제화될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정보의 주체로서의 청소년들에게 망각할 권리는 성장기에 꼭 필요한 과정이며 매우 중요함을 깨닫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