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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식 문제 ㅣ 한국추리문학선 9
장우석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8월
평점 :
주관식 선생의 추리이야기
성이 주씨고 이름이 관식인 주관식 선생님이 학교에서 아이들과 겪는 문제를 추리기법으로
풀어낸다. 9편에 주관식 선생님이 모두 등장하는 것은 아니며 3편정도 등장해서 사건을 풀어간다.
중간고사 부정행위, 성적 문제 유출, 야간자율학습풍경, 학력위조, 성적에 대한 부모의 폭언, 폭행처럼 입시중심의 한국의 풍경들이 사건의 소재로 등장한다.
과도한 경쟁 의식과 자존심에 선생과 학생들을 속이고 연극한 두 여학생의 이야기, 남에게 폐만 끼치는 아이의 죽음에 만약 모범적인 학생이 연루된 것을 안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더구나 그 죽은 아이가 나를 너무도 괴롭혀서 정신상담까지 받았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안경>편에선 반사회적인 불량아 혜지의 죽음을 둘러싼 추리가 펼쳐진다.
<인멸>에서 한 가장이자 모범적인 경찰인 주인공이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아 청탁 받은 부정한 경찰로 내몰리게 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 범죄에 자식들이 연루되어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인간적인 정 때문에 혹은 대수롭지 않게 처리한 사건들이 자신의 삶을 옥죄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평범한 사람들에겐 별일이 아니지만 정치인이나 고위관직, 경찰 혹은 선생님이란 직업을 갖게 되면 일반 사람들보다 더 엄밀한 윤리적 잣대를 요구 받게 된다.
인상적인 문구
나 중심의 선의가 진짜 선의일까? 생각해 보게 한다.
의대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는 건 좋아. 하지만 그 학과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래. 꼭 의대에 가지 않더라도 자기를 실현하고 타인을 돕는 직업은 많으니까 말이다 <늪>267쪽
목표 중심의 삶은 목표에 달성하면 거기서 멈추고 발전하지 못하고 배회하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자존감이 추락한다. 의대를 진학하고 싶지만 성적으로 고민하는 학생 앞에 두고 저런 말을 해도 당사자가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멀리 생각해보면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
감상
9편의 짧은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은 범죄사건과 연관되는데 십대 청소년들이
사건에 연루된다. 가족으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거나 가족을 사랑하는 아이들이다. 단사건의 발달은 늘 그렇듯 고도의 심리전술과 전략을 구사한 범죄가 아닌 단순하게 시작된다.
추리기법이라 누가 범인일까? 범죄동기는 무엇일까? 추리해 가는 맛이 있다.
그런데 안경편에서 의문이 생긴다. 요즘 중고등학교 건물은 층수가 낮아서 옥상에 떨어져도
죽을 것 같지는 않다. 고등학생들의 사고 장소로 학교 옥상이 종종 등장하는데 실제적으로도 그런지 궁금하다. W 여학교처럼 이니셜로 처리하고 있지만 주변의 건물이나 장소가 실제 장소라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면 요즘 아이들이 매우 잔인하게 보이는데 요즘 아이들만 이런가 하고 과거 기사들을 살펴보니 지금 청소년 범죄도 잔인하지만 80년대 청소년 범죄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10대들이 돈 몇 만원때문에 어린 아이들을 끔찍하게 살해하거나 친구들과의 내기로 죽을 만큼 친구를 패는 것처럼 충동적이고 감정이 격해서 살해방식도 매우 잔인해질 수 있다. 현직 고등학교 선생님이라 고등학교의 분위기나 학교생활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단편소설 <인멸>은 한편의 완전범죄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인멸>은 짧은 단편이지만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혀 좀 더 내용을 채우면 장편소설로 내놓아도 되지 않을까? 긴장하며 숨가쁘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