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에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30
전이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소중한 사람에게

전이수

13살 아동 그림작가인 전이수의 또 다른 그림에세이 책이다.

그림책작가 전이수의 일상과 그 가족의 삶이 녹여 있는 글과 그림이다.

인권과 평화와 생태에 관심이 많은 작가의 관심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책을 감상하면서 내게도 편견이 있음을 알았다. 머리를 길게 묶거나 풀어헤친 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성별을 구별하려고 하고 감수성도 풍부하고 외관도 머리가 길어서 소녀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동생이 형이라고 부르는 문구로 소년임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성별이 중요한 건 아닌데 말이다. 중학생 딸은 작가의 성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작가의 심성이나 감수성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면서 속이 매우 깊어 저자의 책은 또래 아동뿐 아니라 그 이상의 성인독자들에게도 많은 울림을 준다.

 부모가 어떻게 키우면 이런 자녀로 성장하는 걸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부모이다 보니 작가와 작가의 형제들 그리고 부모를 살피게 되는데 인내심이 강하며 자녀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분임을 알 수 있었다.

엄마는 나무라지도, 다그치지도, 명령하지도 않는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엄마는 내게 얘기해 주었다. 너도 예전에 지금 동생들의 모습과 똑같았다고. 그러니 잠깐 기다려 주자고.

오늘 나에게 말한다. “사람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그게 답답하다고 말하지만 기다려 주어야 해. 너도 그랬잖아!”

성급하게 해결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엄마, 다른 사람의 말을 먼저 알아주는 엄마. 스스로 설계하도록 개입하지 않는 엄마이다.

검은 머리는 거두는 게 아니다란 핏줄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뿌리깊은 인습으로 입양을 기피하고 불법이지만 아들을 낳기 위해 현대판 씨받이가 존재하는 나라에서 더구나 장애가 있는 아이를 공개 입양하여 함께 기른다. 어릴 때 내 아이들도 기르기 힘들어 불평인데 비만보다 장애를 덜 중요하게 여겨 정부 지원이 거의 안되는 장애 아동의 입양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선택이다.

늘 더 배려해야 하고 기다려야 하고 보살펴 줘야 하는 가족이 있어서일까?

또래 아이보다 많이 느린 동생 유정이를 장애로 보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시간 개념이 다름으로 받아들이는 부모들이기에 기꺼이 유정이와 함께 살아가는 것 일 게다.

따뜻하고 다채로운 색감의 개성 있는 그림과 시 같은 울림이 있는 글을 읽으며 위로와 연민, 사랑을 배운다.

자신의 눈으로만 보는 사람은 고집이 세다. 자신의 생각이 다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것은 곧 성장할 수 없다는 말이다. 누군가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나를 되돌아볼 수 없기 때문에 생각의 폭이 좁아지고, 귓구멍이 퇴화되어 점점 작아져 바늘구멍처럼 변하지 않을까? 그땐 내 말만 많이 하는 큰 입만 도드라져 보일 것이다.

바늘처럼 작아진 귓구멍과 도드라진 큰 입에 대한 그림과 글이 매우 솔직하면서 가슴에 탁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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