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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 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하여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4월
평점 :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준만 지음
정치적 소비자 운동은 소비 행위를 상품 자체의 문제를 떠나 소비자의 이념적 정치적 윤리적 신념과 결부시켜 특정 상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보이코팅, 지지하는 바이콧팅등의 정치적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비자 운동과 구별된다.
일반적 소비자 운동은 상품과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알리고 해결하는 데 주력하는 반면 정치적 소비자 운동은 상품의 생산 과정에서부터 기업 경영자의 행태에 이르기까지 매우 포괄적인 범주에 걸쳐 이념적 정치적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정치화 한다. 6쪽 인용
이런 개념을 염두에 두면 한국은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발달한 나라는 분명 아니지만 일반 소지자 운동이 점차 확산되면서 갑질기업, 불량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거나 쇼셜 펀딩을 통해 기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회적 가치실현을 목표로한 다큐멘터리영화나 위안부 역사관 등에 투자한다.
이 책에선 당사자 정치운동을 실현시킨 사립유치원 비리를 밝히고 유치원3법을 법제화한 정치하는 엄마들의 성공사례와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외면사례,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탄압, 진보언론의 불매위협 및 시민단체와 후원감소 등의 긍정적인 사례와 정치적 소비자 운동의 갑질형태의 부정적 사례들을 함께 살펴본다.
아울러 작년 몇 개월을 달군 조국사태에 대한 운동권의 조직 보위론과 팬덤 정치가 어용 저널리즘을 낳아 현정부를 비판한 언론들의 절독으로 응징하는 시민소비자들 정치참여와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뒷부분에선 정치적 소비자 운동의 이론과 서구와 한국의 소비자 운동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미국 독립과 민주주의 탄생의 역사를 정치소비자운동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새로웠으며 미국 민권법을 만든 로자 파크스의 버스 보이콧 운동 및 기타 정치적 소비자 운동들의 성공사례와 시대에 따라 변용된 정치 소비자운동의 사례들을 배울 수 있다.
인상적인 문구
시민들의 소비자 단체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 온라인에서 충동적 감정 표현은 잘하지만, 어느 정도의 노력이 요구되는 조직적 운동은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업 선호도가 높을수록 불매운동 참여 의도가 낮아지며, 문제 행위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도 심각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지각한다
한국 소비자 운동의 현실을 보여주는데 나는 정치에 적용해도 들어맞는다는 생각했다. 한국 소비자 운동의 모습은 정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당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국민의 수는 상대적으로 낮으며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수록 문제행위를 일으키는 정당의 의원들에 대한 심각성을 낮게 지각한다.
감상
이 책에선 정치적 소비자 운동의 많은 문제와 한계도 동시에 지적한다 한국 소비자의 갑질문제와 일시적이며 느슨한 연대란 약한 연결의 문제점, 정당정치의 확장이 아닌 정당정치의 불신으로 기존의 정치운동의 쇠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정치의 거대담론보다는 그러나 일상의 구매행위가 사회 지향성 공익 지향성을 이끌 수도 있다.
처음엔 자기 지향성과 사익 중심을 보이지만 인터넷 카페나 단체를 통해 토론과 공부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정치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적 목적에 부합할 때에 정의로운 도덕적 분노를 느낀다. 그게 바로 공익을 위한 집단행동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164쪽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내 자녀에게 안전한 식품을 먹이기를 원하는 자기 지향성으로 출발하고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식품을 피하거나 먹어야 하는지 식품이나 제품정보를 찾으로 들어와서 탈핵운동과 에너지 소비문제, 푸드마일리지와 같은 환경에 대한 문제로 확장할 수 있으며 탈원전하겠다고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기도 했다. 물론 카페 회원 대부분은 유령회원이며 환경운동이나 탈핵운동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행동주의를 하는 회원들은 소수이긴 하다.
미세먼지문제도 마스크와 공청기등의 상품선택정보로 모였다가 각 학교의 공청기 설치와 같은 요구와 기준 강화등을 시와 교육당국에 민원을 넣고 집회를 결성해서 지금의 기준치로 강화시키며 기준치에 따른 외부활동의 지침에 대한 매뉴얼이 나올 수 있었다. 이런 행동주의는 분명 소비자에서 출발한 정치행위이다.
정치적 소비자 운동은 유권자들이 믿을 수 없거나 의지할 수 없는 정부 정당 등의 공적 기구의 변화를 기다리느니 스스로 개인적 차원에서 자신의 소비의 힘을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선 자구책의 성격을 갖고 있다. 167쪽
반정치 현상이지만 기존 정당 중심의 민주주의가 퇴조하는 가운데 유권자가 소비자화되면서 개인화된 정치를 구현하여 정치참여의 형태가 변화되고 있다면 정치와 사적 생활의 조화를 추구하는 일상의 정치라는 점에서 우리 각자가 시민소비자로서 선택의 힘을 정치행위로 보여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