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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왕 ㅣ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25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한우리 옮김 / 더클래식 / 2020년 3월
평점 :
리어왕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한우리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025
두 가문의 막장 스토리로 보여주는 비극성
너희들 중 누가 가장 나를 사랑한다 말하겠느냐? 나에 대한 사랑과 효심이 제일 깊은 딸에게 제일 큰 몫을 주겠다
말로는 결코 입증할 수 없는 효심과 애정을 시험하여 재산을 나눠주려는 리어왕의 오만함과 왕의로서의 불관용은 교언영색한 두 언니와 달리 마음속에 있는 것을 말로 다 할 수 없고 자식 된 도리에 따라 아버님을 사랑한다는 그녀의 진솔하고 꾸밈없는 말이 리어왕의 귀엔 초라한 변명으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제일 사랑하는 딸에게 돌아온 답변이 너무도 평범하다 못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아 리어왕은 재산을 두 딸에게만 주고 막내 딸 코딜리어를 지참금도 없이 내보내고 코딜리어의 미덕을 알아챈 프랑스왕의 구혼으로 영국을 떠난다. 막내 딸 코딜리어는 1막과 4막에만 잠시 나온다. 중요한 인물이지만 다른 딸들에 비해 배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분노와 변덕으로 어리석음에 빠진 군주에게 직언을 한 충신 켄트 역시 리어왕의 불 같은 노여움을 사서 쫓겨나지만 왕의 앞날이 걱정되어 위장하고 다시 그의 곁으로 그를 보필한다.
늘 경솔하고 변덕스러우며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성격적 결함을 가진 리어왕은 결국 두 딸들에게 왕의로서의 권위와 권력, 재산 모두를 빼앗기며 폭풍우 치는 밤에 홀로 버림받는다.
절대적인 힘과 권력을 갖고 있는 군주의 자리에서 벗어나 맨몸의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인간으로 마주했을 때 진실에 눈뜨게 되는 아이러니와 슬픔은 그를 반 광인으로 만든다.
리어왕에 두개의 가문에 대한 비극적 이야기가 두 축으로 전개되며 비극적으로 얽히게 된다.
주플롯은 리어왕 가문이라면 부플롯은 글로스터 가문으로 글로스터 백작 또한 젊을 때의 쾌락에 탐닉한 불륜의 결과인 서자 애드먼드의 신분상승 욕구에 의한 부자사이의 모략으로 적자인 애드가를 쫓아내고 글로스터 백작 또한 반역자로 몰려 두 눈을 뽑히는 형벌을 받는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 이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리어왕에 나오는 인물들은 자신들에 기인되는 성격적 결함이 비극적인 파국을 이끈다.
달콤하게 우리를 유혹하는 사기꾼에게 낚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기꾼의 언어는 달콤하고 교묘해서 투박한 진실보다 늘 대중을 사로잡는다. 아첨하는자나 사기꾼이 존재하는 이유는 속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듣고 싶어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는 조심하고 겸손하지만 그 상황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만해진다. 오만해지면 타인의 직언이 기분 나쁘며 잘 들리지 않는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나의 사소한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늘 겸손해야 한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달콤하고 그럴싸한 말로 시민들의 표를 구걸하며 심지어 엎드리면서 충성을 맹세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자신들이 한 약속을 저버리며 본색을 드러내는 정치인들에게 속지 않으려면 그들의 달콤하고 듣기 좋은 말보다는 그들이 살아온 모습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내가 부모로서 물질적인 것으로 계량하고 수치화로 애초에 수량으로 가늠할 수 없는 가치들을 저울질한다면 그것을 본 내 자식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자식을 사랑하지만 애정이 비뚤어질 때 자식이 나를 배반하는 역설적 상황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감상
중학생아이와 함께 낭독하며 읽은 리어왕은 풍자적인 언어유희가 드러날 때는 피식 웃으며
격렬하고 극단적인 화법으로 가득한 언어로 표출되어 중학생과 읽기에는 많이 부담스러웠다. 리어가 자신을 배반한 딸들에게 하는 말들은 거의 저주에 가깝고 저주대로 실현된다.
또한 내용이 막장 중 막장이며 매우 폭력적이고 잔인해서 중학생과 읽기엔 참으로 부절적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맘에 드는 캐릭터가 있냐고 내가 물으니 그나마 광대라고 말한다. 바보(광대)만이 진실을 말하는 시대는 확실히 슬픈시대다.
리어왕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로 매우 유명해서 400년이 지나 현대에까지 지속적으로 연극, 영화, 책으로 이어진다. 리어왕의 현대에 맞게 재구성한 연극도 있고 내용과 인물을 분석하거나 비평한 글들도 찾아보면 꽤 나오기에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