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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최종규 글 사름벼리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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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고 생각해야하는
아름다운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수수께끼 001
얼핏 단단해 보여
아마 딱딱해 보이지
어쩌면 튼튼해 보이고
그런데 무척 부드럽지
모래를 품었지
흙을 품었어
뜨거운 불길을 품었고
비바람 듬뿍 담았어
눈을 감고 돌아다녀
조용히 온누리를 돌아
묵직한 몸을 두고 다녀
그저 마음으로 날지
너희는 날 다리로도 삼고
디딤자리로도 삼고
집으로도 삼지
무덤으로도 삼더라
첫장을 펼치면 나오는 첫번째 수수께끼 동시다. 사물의 현상을
어렵지 않게 표현하면서도
단면이 아닌 여러면을 두루 살피며 우리들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까지 표현하다.
잘 생각하면 벽돌, 돌처럼 대상에 접근할 수 있다.
아이들이 읽기 쉽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읽는 시가 동시다.
이 시의 독자층은 아이들이다. 각 시들은 두 수수께끼 일련번호의
임시 제목이 달려있다.
저자가 낸 수수께끼의 대상인 제목은 책 뒷부분에 달려있다. 시의
제목이자 대상인 단어에 대한개념을 상세하게 풀어낸 방식이 매우 신선하며 사물의 개념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국어사전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돌 [돌:]
- 1.광물질의 덩어리
- 2.건축 등의 재료로 쓰이는 암석을 이르는 말
- 3.바둑을 둘 때, 바둑판
위에 놓는 엄지손톱 크기의 둥글고 납작한 돌/다음 인터넷 국어사전
아이가 돌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인터넷 사전을 검색하면 첫번째에 나오는 개념으론 이해할 수 없다. 첫번째와 두번째 사전적 의미를 읽어도 광물질과 암석을 또 찾아야 하는 되돌이 과정을 겪어야 한다. 국어사전으론 대상에 대한 개념을 알 수가 없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의 001에 해당되는 대상인 돌을 이 책의
풀이로 찾아보면
뭉처서 굳으면 제법 셉니다. 모래알이나 진흙일 적에는 쉬
흩어지지만 덩이를 이루면서 굳으면 흩어지거나 깨지지 않곤 해요. 이런 단단한 덩이를 ‘돌’이라 하고, 꽤 크면
‘바위’라 합니다. 아기가
자라 열두 달이 지나면 ‘돌’이라 해요. 몸이 튼튼해진다는 뜻이랍니다. 때로는 딱딱하지만 때로는 더없이 부드러우면서
센 ‘돌’이에요 204쪽
아동부터 성인까지 돌에 대해 쉽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태어나서 1년을
‘돌’로 세는 이유를 돌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연의 사물의 특성을 아이들에게 소망한 우리 선조들의 삶을 알 수 있다.
자연의 부분인 풀, 돌, 별, 구름, 비, 꽃, 씨앗, 그리고 우리의 신체부분, 아이들이
관심있는 대상들 모두가 수수께끼가 된다. 시를 듣고 대상의 개념을 쉽게 풀이하면서 자여의 대상과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확대해주는 멋진 동시다.
감상
아이들은 호기심이 가득해서 언어를 가지고 장난하는 말놀이나 수수께끼를 좋아한다.
우리 아이도 어린이집에서 알아온 우스개소리 말놀이를 가져와 우리에게 물어본다.
왕이 떨어지면? 아이들이 먹는 우유? 와 같은 재미있는 수수께끼들이 대부분이다.
두 번 세 번 들으면 신선했던 감흥도 시시해지고 낡아지며 번뜩였던 호기심이 사그라들지만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는 그 반대다. 처음엔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모든 사물과
생물의 현상뿐 아니라 그 이면을 살펴봐야 해서 성인인 나도 여러 번 읽어도 와 닿지 않는 수수께끼 동시도 많다.
.아이는 골똘히
생각해보지 않고 성급하게 제목을 알아내려고만 한다. 심지어는 제목을 알아내려고 페이지의 상부나 하단을
보려고 한다 대부분 즉각적이고 짧은 재미있는 수수께끼에 익숙해서 이런 동시가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시를 들려주고 어려워하면 그 시의 대상을 풀이한 개념을 찾아서 읽어준다. 몇 번 하면 아이가 맞추게
된다.
164개의 개념을
우리말로 알기 쉽게 그리고 유기적인 특성들을 풀어내고 있어 우리는 개별적으로 보이는 사물들의 촘촘한 그물망의 세계를 맛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