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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고 싶지 않아! ㅣ 마음을 쓰담쓰담 1
유수민 지음 / 담푸스 / 2020년 1월
평점 :
나는 하고 싶지 않아!
글 그림 유수민
친구와 놀고 싶은 오소리의 마음은 내 딸의 마음이기도 하다우리 아이는 반에서 가장 작다. 또래보다 2살은 어려 보인다. 말도 잘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발달이 느린 아이는 아니지만 상황을 자신이 주도하지 않아 어떤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성격 좋고 함께 놀아주는 아이보다는 자기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라 주도적인 상황을 잘 만들어 내는 아이가 아이들에게 역할을 시키기도 한다. 집에선 가장 어리나 홈그라운드라서 목소리도 크고 고집도 부리며 왕처럼 굴어도 어린이집은 동등한 아이들이 힘겨루기를 하기 때문에 밀린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 아이들이 하자는 대로 하는 편에 가깝다. 심지어 고집스럽고 멋대로 구는 아이가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면 마음이 상하면서도 함께 어울린다. 그런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었던 책이다.
‘공’셔틀 하는 오소리
친구들이 공놀이를 하면 떨어진 공을 줍는 건 언제나 오소리 몫!
오소리는 친구들이 좋아하니까 열심히 공을 찾아오지만 친구들은 비웃는다.
어느새 오소리는 호구가 되어 버렸다. 칠판엔 오소리를 조롱하고 놀리는 낙서가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함께 어울리고 싶어서 인사(인사이드)가 되고 싶어서 친구들이 부탁(?)하지만 그 일을 하면 할수록
당연히 더 빨리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려서 마음이 무겁다. 뭔가 잘못되었지만 병원에서 선생님이 주신 처방대로 따라하면서 자신의 마음과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다.
예쁜 공이란 허상이 사실은 자신을 짓누르는 무거운 돌이었음을 바라보기 시작하며 그 사실을 직시한다. ‘직시’는 괴롭다. 자신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사실 친구가 아니라 괴롭히는 존재였음을 인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거절해본 적이 없는 오소리가 거절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안 해본 일은 늘 어렵고 두렵다. 그런 오소리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거절 후 학교의 생활이 나오지 않는다. 혼자 산과 들에 나가 노는 데서 끝난다.
결말이 열려 있다.
건강한 자기주장이 필요성
지능적으로 못된 아이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오소리의 부당함을 부당함으로 인식하지 못한 다른 친구들은 뭐지? 오소리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주는 친구들이 하나도 없어 놀랐다.
오소리뿐 아니라 오소리와 같은 친구가 어려움에 봉착하면 함께 목소리를 내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평소 아이들의 목소리를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감상
자녀가 폭력에 노출되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부모도 놀라게 되어 흥분하게 되거나 섣부른 조언이나 비판을 하기도 하고 혹은 아이들은 그렇게 자란다면 작은 일로 무시할 수 있는데 그런 반응에 주의를 주며 자녀에게 공감과 지지할 수 있게 가이드 해준다.
집단에 사랑받거나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오소리뿐만 아니다. 또래 집단의 모임은 평등을 전제로 한다. 수평적 관계이지 절대 수직적 관계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의 또래집단은 현실의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 친구한테 인정받고 함께 어울리려고 했던 여린 친구들을 이용하여 평등의 관계는 갑질의 관계로 변질된다. 그런 조건이 지속되면 노예처럼 마땅히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책무(피해)에 시달리면서도 알아채지 못하거나 너무 늦는다. 아이들끼리의 은밀한 행동들로 선생님조차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선생님이 실질적인 관계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올바른 소리만 하는 경우 아이들은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 영역을 찾아서 은밀하게 행동한다..
이 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주는 메시지가 심상치 않다. 수평적관계에서도 힘의 관계들이 동일하지 않아 괴롭힘이 발생하는데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가진 가정, 직장과 같은 친밀하거나 생계가 달린 일터라면 어떻게 될까? 간호사들의 태움문화, 오너의 갑질 문화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다른 의견을 내며 비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며 악의적인 댓글들과 시선들을 보면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사실 많이 어려운 일이다.
엄마 입장에선 더 낫다고 판단되더라도 아이의 주장을 먼저 들어주고 인정해주어 아이가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자주 듣고 찾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