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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 불평등에 분노하는 밀레니얼, 사회주의에 열광하다
헬렌 레이저 지음, 강은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1월
평점 :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엘렌 레이저 지음
도대체 왜 사람들은 섹스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 같은 인간 따위에게 표를 주었을까?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 진보 지식인층은 반지성주의현상으로 분석했지만 정치적 올바름이란 입바른 소리만 하는 지식인들의 위선에 트럼프에게 표를 준 유권자가 빅엿을 날린 것은 확실하다.
트럼프의 당선은 우연도 어리석은 민중 탓이 아닌 과거에서 있었던 현상이다.
역사적 유물론자인 마르크스는 특정한 경제적 조건이 특정한 정치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후보로 나왔을 때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 8번 허경영처럼 하나의 해프닝으로 생각했고 당선되었을 때는 미국 국민이 미친 게 아닐까? 심지어는 미국선거제도의 문제점까지 생각해 보았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금융위기와 미래에 큰 기대가 없는 프레카리아트 세대들의 물질적 토대를 인지했지만 경제적 진실을 외면하고 덜 중요하게 생각한 민주당의 힐러리와 가난한 계층의 표를 무시한 민주당이 선거에 왜 패배했는지 트럼프의 유세행보와 비교하니 미국유권자들에겐 불행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은 우연이 결코 아니었다. 파시스트주의자인 트럼프는 가난한 유권자들의 부의 불평등이란 경제적 조건을 정확하게 훔쳐서 이용하였다.
개인적 책임을 감당하는 이들로 이루어진, 서로 사랑하고 포용하는 미국 사회에 대한 이상이 통용하려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현실적 기반들이 필요하다.
1장에선 트럼프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이 등장하게 된 사회적 맥락을 경제적인 토대로 흐름들을 짚어보며 2장에선 대량실업과 불완전 고용이란 현실의 문제가 자본주의 내부가 안고 있는 모순임을 마르크스의 이론으로 설명한다. 한때 부유했던 아메리카 드림의 상징인 풍요로웠던 디트로이트 공업도시가 2013년 파산하면서 슬럼화된 사례와 실리콘 밸리의 첨단기술은 대부분의 일자리를 로봇이나 기계로 대체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거나 저임금 일자리에 내몰리게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 냉정하게 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자본주의 생산양식과 자본주의 사고방식하에서 소수를 위한 자유는 모두를 위한 자유의 기만을 낳을 뿐이다.
3,4장에선 빈곤을 진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문화적 불관용, 인종차별, 성차별 같은 순수하게 자유적인 관심사에 집중하는 자유주의적인 페미니스트와 문화문제에만 관심을 쏟는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문제점도 함께 짚어본다. 자유주의적인 페미니스트들은 고위공직자나 유리천장의 자리비중에만 관심을 갖고 열악한 환경의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에는 무관심할까?
물질적 토대(노동자들, 농민들의 경제적 여건)를 외면한 법과 정치와 같은 상부구조만을 말하는 현 정부의 한계도 볼 수 있었다.
감상
앞으로 부모보다 더 많이 공부하지만 부모보다 더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가 살아가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모순을 아주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걸크래쉬한 강력한 카리스마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내재한 모순을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설명한다. 자본주의 작동방식과 모순을 마르크스만큼 잘 설명한 인물은 없는 듯하고 여전히 유효하다.
국가 소득은 3만불언저리인데 임금은 제자리다. 더구나 한국은 서비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외식문화가 발달했고 명품의류와 물품은 비싸지만 과거와 달리 품질이 괜찮은 중저가 의류들도 많다. 몇 백만원씩 하는 한국 일류브랜드 전자제품도 있지만 가성비로 따졌을 때 결코 뒤지지 않는 중국브랜드 전자제품들도 많다. 임금이 낮은 일반 노동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저가 제품들은 결국 중국이나 동남아등의 제3국가의 저렴하고 열악한 노동으로 만들어진 산물이다. 내가 저렴한 괜찮은 서비스와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피와 땀을 훔치고 있는 셈이라 참으로 불편했다.
현 시스템의 위기에 대한 갈등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파시즘이나 인종주의 혹은 젠더적 갈등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혹은 자유주의자들의 기만에 속지 않도록 의식적인 공부가 내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