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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도둑입니다
비외른 잉발젠 지음, 손화수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7월
평점 :
대부분의 주민들이 같은 회사를 다니며 회사의 사택에 살아가는 동네가 있다면 이웃들은 가족처럼 가깝고 친근할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이웃주민들의 한 순간의 잘못은 너그러이 용서해 줄까?
이 책은 아버지가 경찰에 잡혀 조사받고 감옥으로 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이 태어나고 자란 곳, 엄마의 고향인 동네에서 아버지의
도둑질로 엄마는 일자리와 음식을 구하지 못하고 주인공인 나는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조롱을 당한다. 심지어
악의적인 친구의 행동으로 도둑으로 몰리기도 한다.
아빠의 행동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가족이 파국을 치닫을
때까지 진실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내가 물려받은 별장까지 저당 잡히다니. 그 동안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해온 아빠의 모습이 솔직히 무섭기까지 했다.
이웃에 도둑이 살고 있다면 그리고 내가 매우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라면 분명 상처받을 것이다.
가족처럼 지내던 이웃이 밤에는 남의 집 담장을 넘어 물건들을 가져갔다고 생각해 봐라.
서로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좁은 동네에서 이웃주민이었던 사람이 마을 사람들의 물건을 훔쳤다면 이웃들도
익명의 도둑이 훔친 것보다 더 무섭고 두려우며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이 책은 뿌리내리며 살아가던 한 가정이 아버지의 도둑질로 철저하게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웃이었던 사람들, 친구들이 아버지의 죄를 주인공과 엄마에게 그대로
덧씌워 조롱하고 의심하며 모자를 압박한다. 엄마의 외조부부터 살아왔던 엄마의 고향 사람들이 한 순간에
등돌리며 주인공 가족을 철저하게 타자화하는 과정을 잔인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