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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종례 - 맛있는 학교생활을 위한 다정한 레시피
이경준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6월
평점 :
쪽지 종례는 시인이면서 현직교사가 봄부터 학년
말까지 매주 금요일에 작성했던 편지, 일지, 가정통신문
등이 담긴 글모음이다.
3월이면 선생님들은 새학기 준비하느라 바쁘다. 더구나
학생들은 선생님 한 명만 기억하면 되지만 선생님은 해마다 33명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3월 한달 동안 아이들의 개별 폴더를 만들고, 아이들의 억울한 사연을 잘 들어주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의문을 아이들이 작성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도서관 관리자의 형식적이 답변만이 돌아왔지만 억울함의 호소와 분노에서 멈추지 않게 게시판에
훌륭한 건의문을 작성할 수 있는 글쓰기를 배울 수 있게 한 점이 너무도 인상적이다. 왜 공부하고
글쓰기를 배워야 하는지 이보다 산 교육이 있으랴!
어려운 문제로 아이들을 충격에 빠트려서 사과문을
작성하여 선생님이 어려운 문제를 낸 이유도 함께 알려준다. 큰 아이 역시 첫 수학시험에 충격을
받았다. 일반적인 문제풀이를 벗어나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를 사유하는 문제여서 시간도 무제한으로
주어졌지만 큰 아이뿐 아니라 학년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 수학선생님의 의도를 충분히 알지만 아이들에게
왜 그런 문제를 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우리가 관념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을
경험하여 느끼게 해주는 살아 있는 배움을 만나게 된다.
인상적인 글
서로의 마음이 좋지 않을 때 하는 말들은 아무리 좋은 약이어도 엄청 두꺼운 주사바늘 같이
아프니까 참았어.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행사하지 않고 참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을 볼 때 한 마디 해주지 않고
넘어가기 어렵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 순간을 참고 쪽지 종례에 한소리를 한다.
부모가 아이를 감정의 배출구로 이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매일 조금씩 글을 쓰고, 대화하고,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는 차근차근 성장하는 거야 27쪽
공부레벨을 키우는 실질적인 조언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도 알려주시고. 국어 교사가 된 이유를 밝히면서 공부의 이유를 모른 채 다니는
아이들에게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밤하늘의 북극성을 바라보고, 지금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가 어떤지를 번갈아 생각해보렴. ‘절대’로 안 되는
것도 없고, ‘당연한 것’도 없다. 내가 네 삶에서 확신할 수 있는 건, 네 삶에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81쪽
입시라는 현실에만 안주하며 미래를 유보하게
하지도 않고 아이들의 미래를 장미빛으로 무한 긍정하지 않는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아이들이 더 나은
삶과 이상을 꿈꾸도록 그 가능성을 심어준다. 내게도 가슴 뛰게 하는 내용이다.
감상
학생들이 싫어하는 것은 잔소리지, 담임교사의 관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5쪽
나도 아이에게 매주에 한 번 편지를 써 본 적이
없다. 잔소리만 많았지 제대로 아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뜨끔했다. 부모인 나도 아이에게 1주일에 한 번 쪽지를 못쓰는데 선생님이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종례편지를 보내신다. 부모인 내가 아이들과 관계 맺는 방법들, 아이를 이해하는 법과 아이들에게 에티켓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훈계가 아닌 관심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도 아이들의 글과 일화를 통해 접하게 된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풍경과 선생님의
고민들, 선생님 역시 아이들과 같은 존재임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며 내가 내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배운 고마운 책이다.
시인이며 삶의 글쓰기를 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일까? 글들이 살아있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