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읽는 남자 - 삐딱한 사회학자, 은밀하게 마트를 누비다
외른 회프너 지음, 염정용 옮김 / 파우제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카트읽는남자

외른 회프너 지음

이 책은 신선하다.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대화에서 사용하는 큰 따옴표가 나오면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나온다. 주인공은 관찰자 시점의 저자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러 온 인물들의 의복과 말투와 구입한 물건들, 그리고 행동들을 꼼꼼히 관찰하면서 그들의 사회에서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추론한다.

저자는 슈퍼마켓의 사람들의 장바구니와 그들의 인상착의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지각하는지 그 신호체계를 보여준다. 신호해석과 신호체계를 연구하는 학문을 기호학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사회학자로서 슈퍼마켓의 장바구니에서 세상을 다르게 지각하고 바라보는 사람들을 10가지 정도로 구분하여 해석하며 그들의 통해 독일사회를 흥미롭게 바라본다.

일과 여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시민 중산층의 특징, 디지털 원주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사회생태적 환경주의자, 사회의 가치를 수호하는 보수적 기득권층, 전통주의자, 성과주의자, 미래를 계획하지 않고 지금 이순간의 자극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자기 중심적인 쾌락주의자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각자의 개인이지만 그 각자의 개인을 통해 그 개인이 지각하는 사회와 세상을 새롭게 만나게 된다.

감상

물건을 사로 온 사람들과 수많은 상품 그리고 밝은 조명과 시계가 없어 시간의 감각을 상실하고 한 바퀴면 돌면 피로해져서 자주 가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담고 배송 받을 수 있으면서 더욱 가지 않아 어쩌다 가면 상품 진열장의 위치와 수입상품으로 깜짝 놀라기도 한다.

파이어족처럼 유통기간이 짧은 채소를 구입하기도 하며 어린 아이를 위해 유기농 코너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시식하고 미안한 마음에 구입하기도 하며 할인품목에 충동구매를 하는 가 어떤 부류인지 내가 구매하는 식품으로 나를 알아볼 수 있다니!

사회학자가 분류한 유형에 나는 어떤 부류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아울러 마트에 가게 된다면 힘들어 재빨리 구매하고 튀려는 조급한 마음보다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내가 살고 나를 둘러싼 한국사회를 타인을 통해 알아보고도 싶다. 물론 장바구니에서 확인한 물품으로 한 사람의 정체성을 전부 규정하는 무시무시한 오류를 저지르는 짓은 대단히 위험하고 멍청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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