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도 아니고 익힌 것도 아닌 - 우리 문명을 살찌운 거의 모든 발효의 역사
생각정거장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것도 아니고 익힌 것도 아닌

마리클레르 프레데리크 지음

.

농경으로 곡류생산량을 늘린 이유가 을 위한 것이 아닌 을 위한 것임을 몇 주전 지인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다시 그 이야기를 다시 자세하게 접하게 되니 실로 놀랍다. 지나치게 소비적인 유흥문화에 대해 부정적이 인식이 강해서 술로 탕진하는 곡류와 들어가는 품이 너무 아까웠는데 오늘날 공장에서 만들어진 술이 아닌 발효주엔 미생물과 인간의 공존 그리고 인간의 문명이 그대로 녹아있다. 제사엔 발효한 술뿐만 아니라 식혜나 매실 탄 발효음료를 올린다. 왜 발효주와 발효음료를 올리는지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로 재창조되는 삶의 원형을 간직할 수 있었던 인류의 문명엔 발효음식이 있었음을 세계 여러 나라의 발효음식의 기원을 내포한 신화와 역사, 언어의 유래로 빵, , 치즈, 김치, 각종 저장식품들을 추적하면서 흥미롭게 보여준다.

미생물하면 가치 중립적이지만 하면 부패와 질병이란 부정적인 생각이 바로 떠오른다.

사실 음식물의 발효와 부패는 모두 미생물이 작용한 결과다. 발효와 부패의 다른 점은 이 새롭게 생성된 성분의 용도에만, 즉 변화과정의 목적성에만 있다. 278

관점과 결과물에 따른 인간의 분류가 부패와 발효를 구분할 뿐이지 발효는 인간 문명을 부패는 전 지구의 생명유지의 기반이다.

미생물과 함께 해온 우리 인간의 문명에 위생개념으로 무장한 식품산업은 100년만에 균을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대상으로 만들었고 멸균, 살균이 위생적이고 좋은 것으로 생각했고 그 결과로 장내 유익균은 감소하고 대신 해로운 균이 더 증식하며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는다.

의학연구자들이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을 이제 깨달아 질병에 걸린 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균을 넣어주는 연구까지 한다. 왜 굳이 건강한 사람의 균을 받아야만 할까?

산업화와 현대의 위생개념이 우리에게 앗아간 것은 사소하고 대체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풍요롭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허상이었으며 우리의 식탁과 건강 그리고 삶의 감각을 위협한다.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핸드메이드는 비경제적이고 고급스러움을 의미하는 그 이상을 담고 있었다.

최근엔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과 발효음식의 가치를 깨달아 가족끼리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김장축제로 놀이로 함께 김장을 직접 담가서 품을 나누며 좋은 먹거리를 공유하며 전통적인 방식을 배울 수 있다. 젊은 부부들이 자녀의 건강과 면역을 위해 가정에서 직접 식혜를 만들어 먹이기도 하며 된장과 장아찌 레시피를 서로 공유한다. 항생제 남용은 내성균의 문제뿐 아니라 장내 유익균까지 죽이며 우리의 자율적인 신체균형을 무너뜨린다.

인간도 아기에서 어른으로 곧바로 성장할 수 없듯 반드시 숙성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인간이 그러하듯 발효음식 역시 숙성의 시간을 품고 기다려야지만 한다. 발효음식이야 말로 인간처럼 철저한 사회적 산물이었으며 가정에서의 발효음식이 실종은 인간문명의 쇠락이다.

발효 음식의 역사를 통해 인간 문명의 발달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식품 위생과 산업화가 우리의 다채롭고 풍부한 음식들을 유대적인 친밀함을 어떻게 거세시키며 왜곡시켜왔는지 알게 되었으며 전통음식을 보존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조들을 기억한다는 의미 이상이다. 빠른 속도와 표준화란 제조공정의 효율성과 경제성(?)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며 오랜 숙성과정을 거치는 발효음식과는 정면으로 대치된다. 그리고 식품산업은 진짜 발효음식을 대신할 수 없다.

수고롭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발효식품을 먹어야 하는 이유와 그 가치를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수고로운 노동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김치와 장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끼며 이제 기꺼이 그 수고로움에 동참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