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가와카미 가즈토 지음, 김해용 옮김 / 박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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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학자라고 새를 좋아하는 아닙니다만

가와카미 가즈토 지음

<책속으로>

알기 쉬운 비유로 새들의 생태계와 특성을 풀어낸다

존 오듀본처럼 새를 사랑하지 않았으며 저자 역시 애니메이션의 영향으로 야생 생물 탐구 동아리를 들어가고 이후 조금씩 진로선택에 의한 조류연구의 세계를 수동적으로 접하면서 조류연구를 업으로 삼게 된다. 개성 넘치는 문체와 구체적인 비유로 생생하게 조류학자의 일상을 자신의 경험으로 풀어내며 지루하고 고된 연구과정을 위트와 유머를 적절하게 섞어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위아래로 긴 섬으로 구성된 일본의 서로 다른 기후는 다양한 생물종들이 살아가는 터전을 제공하여 조류와 조류를 둘러싼 생태계를 통해 일본의 기후들을 새롭게 접하게 된다.

저자는 오가사라와제도의 무인도와 유인도의 새서식지를 중심으로 새들의 적응과 진화과정들의 이야기,새 연구를 위한 사체를 표본 하는 과정, 골격 표본이 필요한 이유, 먹이 조사를 위한 똥 연구 등을 일반 독자들도 흥미를 유지하며 알 수 있도록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날렵하고 빠른 바이크의 최적화된 기능미와 새의 공통점을 뽑아내어 새의 최적화된 기능성을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게 설명하며 모리나가 제과의 쵸코볼 마스코트인 가상의 새 교토 짱의 행동과 외모를 조류연구가의 매서운 눈으로 관찰하여 새 발가락의 형태와 보행과의 관계로 새들의 진화특징들을 고찰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외래종의 문제와 유해하여 근절해야만 하는 오가사와라 제도의 곰쥐와 멸종 위기종인 오가사와라말똥가리의 관계로 생태계 균형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며 새조사지가 커피농장으로 바뀐 인도네시아 섬의 사례와 인간의 필요로 기른 염소가 섬의 생태계를 교란하여 생태계 보존을 위해 염소의 개세수를 조절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따른 고충들도 독자들에게 던지면서 자연스럽게 세계의 관계망은 일직선이 아닌 동그라미 구조임을 보여준다.

감상

일본의 대표 과자, 일본 광고, 영화, 민담, 애니메이션 등 일본 대중들이 선호하고 익숙한 소재로 출발하고 중간중간 불러내서 자신이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과 연결시킨다. 도라에몽 노비타와 드래곤볼의 등장인물들처럼 애니메이션 인물들을 자주 소환해서 일본 대중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독자들은 짜증이 날 수도 있고 그런 잦은 소환이 산만하게 느껴지지만 다양한 연령의 독자층을 사로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솜씨가 뛰어나다. 멸충에서 반려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지위를 상당히 올려놓은 기생충의 대부 서민선생처럼 우리에게 생소한 새와 조류학자라는 극한 직업을 간접체험하게 한다. 어쩌면 새를 사랑하지만 소심한 우리 딸은 이 책을 읽고 조류학자란 직업을 미래의 직업순위리스트에서 삭제할지도 모르겠다.

새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중간 중간 이 책에 나온 질문을 던지면 아이가 꽤 잘 대답한다. 평소 그림을 그리기 위해 관찰하는 습성이 있는 아이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선 예리한데 새에 대해선 나보다 많이 안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새의 구조와 색깔, 발가락의 형태와 개수 및 외관의 특징과 진화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너무 흥미롭게 읽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니 아이가 나 다음에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한다. 오호~ 잘됐다! 먼저 권했으면 절대로 거부했을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스스로 선택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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