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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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우화

류시화

저자가 폴란드에서 발견한 옛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하거나 보태서 나온 44가지의 우화다. 이 우화의 장소는 폴란드의 가상의 마을 헤움에 사는 사람들의 유머가 넘치며 때때로 어처구니 없는 바보스런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내 모습이기도 하다.

신이 어리석은 영혼들을 모두 자루에 담아 데려오라고 천사에게 명을 하였는데 자루에 담긴 영혼들의 아우성으로 자루가 어느 한 마을에 떨어져 어리석은 영혼들이 모여 살게 된 마을이 바로 헤움이다.

이 마을엔 은행도 도서관도 관공서도 없어 극단적인 소득불평등도 허영적인 지식도 부정부패도 없는 마을이다. 물론 위대한 시인이라고 따로 추앙 받는 존재도 없어 모두가 시적 능력을 표출하며 아름다움을 글로 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지만 또한 지혜롭다.

나는 헤엄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통해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발견하며 그들의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에 경탄하기도 한다.

우리가 구입한 정의에서 악취가 나는 이유는 세상 어디에서나 정의가 부패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만의 정의를 헤움에 세울 시간이 되었습니다 본문 46

한 장수꾼에게 속아서 썩은 생선꾸러미를 정의라고 구입한 헤움 사람들의 결론은 [정의를 구합니다]에 나온다.

[대신 걱정해 주는 사람]편은 마을 사람들이 너무 걱정을 많이 해서 걱정전문가를 고용해서 대신 걱정해 주게 하는데 전문가는 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고 마을 사람들은 전문가에게 돈을 지불할 걱정을 또 해서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걱정을 멈추면 좋은 미래가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많은 걱정을 하며 두려워한다. 자녀의 교육문제, 각종 환경문제, 범죄치안문제 등등 그러나 걱정만 하면 세상은 매우 위험한 곳이 되며 그런 걱정은 아이들에게 쉽게 전염되며 걱정을 불안 공포로 이어져 어떤 일을 시도하는데 장애를 일으키거나 부조건 불신하게 된다.

그건 인간이 논리적인 이성적 사고보다는 감정이 먼저 작동하기 때문인데 지나치면 합리적 사고 자체가 어려워 잘못된 믿음과 결론으로 치닫는다.

[단추 한 개]편에선 가난하지만 누구보다도 화목한 물장수 가족이 단추 하나를 사기 위해 이웃마을에 갔다가 단추 한 개로 가족의 옷 전부 누추하고 초라한 것에 불행을 느껴 단추를 버리기로 결정한다.

[단추 한 개]편은 일상에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가구나 물건 하나를 바꾸면 다른 것도 바꾸고 싶고 나중엔 전부를 새 거로 바꾸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 이전엔 별 문제없었던 물건들이 초라하고 낡게 느껴진다. 필요에 의해 바꾼 새 물건 하나나 혹은 선물로 받은 물건 하나가 불만으로 이어진 경험을 했기에  [단추 한 개]의 이야기는 정말 공감이 갔다.

우리의 관습적이고 고집적인 태도, 사물의 본질을 가리는 말과 행동, 본질보다 비 본질에 집착하는 모습들을 헤움 마을 사람들로부터 발견하게 한다.

도덕적으로 훈계하지 않으면서 웃으며 반면교사로 삶게 하는 인생우화는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으며 곱씹는 맛이 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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