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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실망시키기 - 터키 소녀의 진짜 진로탐험기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오즈게 사만즈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8년 7월
평점 :
터키 출신인 저자의 자서전적인 이야기 [당당하게 실망시키기]는 터키의 굴절된 근대화의 과정과 군부독재의
출현으로 민족주의와 군사 국가가 결합하여 개인의 자유보다는 민족주의적인 전체주의가 지배하여 사회와 가정 그리고 학교에서 철저하게 세뇌교육을 하는
과정을 저자의 일상에서 촘촘하게 보여준다. 1923년 붕괴된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터키 공화국을 건국한 장군 아타튀르크는15년간 장기 집권하면서 터키 건국의 아버지이며
터키의 근대화와 산업화에 기여하였지만 박정희처럼 독재적인 권력을 휘두르며 국가주도의 획일적이고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이념교육을 받으며 개인을
감시하는 사회, 가부장적인 이슬람종교의 문화에서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개개인의 개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터키 소녀의 가족과 친구들, 자아 성장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데 한국 근대사와 한국 아이들의
과열된 입시경쟁과 성공에 대한 사회의 관점이 터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를 매우 잘해 부모의 기대를 받는 언니보다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하지만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망과 모험적이고 자유로운
기질의 성향에 자유분방한 삼촌의 영향으로 자신의 욕망과 부모 기대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한다.
수학과에선
연극인이고 연극 학교에선 수학자처럼 둘 다 자신이 선택하고 도전한 학교지만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왔다 갔다 하며 아슬아슬하게
학교생활을 하다 수학과에선 낙제를 연극학교에선 쫓겨 난다.
고아 출신의 매우 현실적인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온 주인공 오즈게가 스스로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엔 성공에 대한 동일한 잣대에 대한 신화들로
가득 찬 사회에서 다른 길을 선택하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순종적이지 않고 탐구적이며 고집적인 성향의 주인공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학과를 졸업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인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수학과에서도 연극에서도 빛나는 재능을 성취하지 못했지만 도망가지 않고 직접 부딪치며 최선을
다한 주인공은 부모가 기대하는 삶의 성취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사실 그녀의 진로 탐색의 길을 잘 살펴보면 매우
우울하고 잔혹하다. 오즈게 사만즈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며 한국 아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기초한 잔혹한 입시이야기는 대부분 우울하며 무거운데 저자는 유쾌하고 재미있게
끌어가서 무직한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며 저자를 응원하게 한다. 일류대학에 들어갈 정도의 머리와 노력을
가진 자녀가 인류대학을 포기하고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예술가의 삶을 살려고 한다면 나를 비롯해 많은 한국의 부모들이 먼저 반대할 것이다.
이 책은 경제적으로 낙후하고 이질적인
이슬람문화가 지배적인 터키의 근대화 과정이 우리의 근대화와 많이 닮아있음을 발견하며 그런 터키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서 살아가는 터키 소녀의
입시 진로 탐색을 매우 흥미롭게 풀어내며 입시 지옥에 살고 있는 한국의 수험생과 부모들에게도 많은 공감과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