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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공부 - 책에 살고 책에 죽다
이인호 지음 / 유유 / 2018년 4월
평점 :
책벌레의 공부
이인호 지음
저자는
중국학과 교수이며 책벌레이며 학자이다. 이 책은 옛 중국인들의 지독한 공부법에 관한 글을 모아 그들의
일화에 저자의 사유를 녹인 글이다. 우리나라 옛 선현의 공부법과 옛 중국인들의 공부법이
비슷하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공부법은 심신을 수련하는 방법과 그 이치가 닿는다. 중국의 무협지의 무협인들이 각자 무술을 연마하여 대련하듯 철저하게 혼자 반복해서 눈으로 보고 소리 내어 읽고
필사(책이 귀한 시절이라 남에게 빌려 읽기에 필사가 필수이다)하고 암송하여 완전히 자기 것으로 취한다. 이 책엔 공부
달인들, 책벌레들의 책사랑에 대한 무서울 정도의 열정과 집념을 마주한다.
삼국
시대 종요편에선 서예가 위탄이 [채백개필법]이란 유명한
서첩을 소장하고 있는데 종요가 보여달라고 간절히 부탁해도 끝내 청을 거절해서 서첩을 보지 못한 분으로 피를 토해 생사를 넘나들기도 하며 위탄은
죽을 때 자손에게도 넘겨주지 않고 자신의 묘에 함께 묻어버렸다. 그런데 종요가 위탄의 묘를 파고 그
책을 얻어 서예에 일취월장했다는 이야기는 고승이나 무협지의 고수들이 비법전서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모습만큼이나 처절하다. 죽어서도 혼자만 알려는 탐욕적인 위탄, 남의 묘지를 파헤쳐서
서첩을 손에 넣은 종요 둘 다 인간의 극단적인 욕망을 보여주고 있어 소름 끼친다.
서책이
많아 담벼락처럼 쌓고서 돈을 받고 빌려주며 감시한 장사치도 있었으며(그 놈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책을 빌리기 위해 송민구의 집 근처로 사대부들이 이사해 주변의 월세가 다른 지역에
비해 두 배가 뛰어도 후덕한 장서가인 송민구의 집근처로 사람들이 몰려온 이야기, 서점에 있는 책을
읽어 학문에 통달한 왕충의 이야기, 가나낳여 죽을 끓어 식혀서 굳혀 네조각으로 나눠 아침 저녁 두
조각씩 먹으며 책을 읽어 성공한 범중언의 이야기.
선현들의
공부열전을 듣고 있노라면 각종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공부의 달인들의 독한 공부법과 비슷하기도 하고 한 분야를 뚫고 성공한 대가들의 공부법과
비슷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느 분야에 정통하려면 지속적인 목적의식으로 꾸준하게 공부해야 함을
배운다.
인상
깊은 부분
누군가 물었다.”선생의 박학다식을 배울 수
있습니까? 소식이 대답했다. “물로이지요. 저는 [한서]를 여러
번 읽어서 샅샅이 파악했답니다. 이를테면 통치술,
인물, 지리, 관료 제도, 병법, 경제 등으로 주제를 정하고 한 가지 주제만 집중하여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주제를 바꿔 가며 수 차례 읽었더니 그 책의 모든 사건에 대해 정통하게
되었습니다. [전거을기]
주제별로
정해서 반복해 읽으면 책을 샅샅이 집중해서 읽을 수 있어 좋은 방법이다. 목적을 갖고 반복해서 읽는
독서야 말로 휘발되지 않고 깊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