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한승태 노동에세이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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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

저자는 고기로 길러지는 동물들이 어떻게 길러지는지 궁금해서 우리가 많이 먹는 대표 고기 닭, 돼지, 개농장을 찾아가 직접 일하면서 겪고 체험한 내용을 자세하게 들려준다. 1프로의 동물복지농장이 아닌 99프로의 고기로 길러지는 농장들이라 채식주의자를 제외하고 100프로 한살림 식자재나 동물복지고기를 먹는 사람이 아닌 일반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는 고기들이 길러지는 과정을 보태지 않고 날것의 그대로 보여준다. 살충제가 검출된 계란, 조류독감으로 해마다 어마어마한 양의 닭과 돼지들을 생매장하고 소비자들은 먹거리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내 입과 내 자식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에 대하서만 조심하고 먹는 것으로 장난하는 생산자, 유통업자를 욕하지만 우리 입에 들어가는 고기들이 사육되는 과정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길냥이와 유기동물에 대해 연민을 느끼면서도 우리가 먹는 고기로 사육하는 동물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 단지 더 싸고 많으면서 부드럽고 맛있는 고기를 원할 뿐이다.

책에선 살아있는 생명이 철저하게 상품이 되어 과정을 보여준다. 사료값이 많이 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키우고 살찌우게 하거나 더 많이 산란하여 돈을 더 많이 버는 방법에만 힘을 기울여 닭은 배터리 케이지방식으로 키우며 양돈장에서 모돈은 한 번이라도 유산하거나 새끼를 못 낳으면 똥 더미에 폐사시킨다.

식용개는 불법이지만 국내에 연간 백만 마리 이상이 소비되며 하루에 거의3천마리씩 고기로 팔려나간다. 식용개 역시 케이지에 2~3마리가 갇혀 부패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목이 매달려 죽는다.

식용가축으로 살아가는 동물의 환경이 폭력적이고 열악할수록 그 동물을 돌보는 사람들의 작업환경도 매우 열악하고 취약했다. 한 달에 두 번 쉬고 150만원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아간다. 돈이 있다면 아무도 선택하고 싶지 않은 직업. 그런 직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한국인들의 조롱과 모욕을 너머 가장 힘들고 고된 업무를 떠맡게 된다. 고기와 그 고기를 사육하고 돌보는 노동자들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노동자들에게 잔인했던 농장주가 돼지를 절대 못 때리게 하거나 사람들에게 매우 선했던 농장주가 돼지들을 함부로 때렸던 이유 모두 고기로 길러지는 가축을 생명이 아닌 상품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라는 점, 불쌍한 길냥이를 정성껏 돌보는 농장부인이 가축은 잔인하게 폐사시킬 수 있는 이유는 가축을 하나의 일거리 이상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명이 물건이 되면 물건의 삶과 인간의 거리가 철저하게 멀어져 대상화되고 인간의 관심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된다.

저자 역시 고기로 길러지는 가축에 대한 연민보다는 부족한 일손으로 빨리 마치고 싶은 일거리로 대하면서 점점 무뎌지게 되는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며 그 지점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는 저자의 노력들을 발견한다.

고기로 길러 지는 가축의 삶과 그 고기를 기르며 돈을 버는 노동자들의 삶들이 중첩되며 우리가 외면하고 불편해 하는 감정의 찌꺼기를 수면위로 올려놓는다.

노동자들의 노동근로환경, 고기로 길러지는 동물의 환경, , 돼지, 소의 식용에 대한 거부감보다 개에 대한 식용 거부가 더 큰 이유가 무엇인지?

저자는 관행적인 사육방식과 노동방식에 대해 정당하고 그렇게 해도 되는지 의심하기를 바라며 나의 마음을 매우 불편하게 했다. 그렇지만 저자의 이전 글인 <인간의 조건>과 다음에 나올 책도 읽고 싶고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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