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 왜 사는지 모르겠는 나를 위한 철학 수업
박연숙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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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자는 동안 죽을지도 모른 채 잠에 들지만, 아무런 걱정 없이 아주 편안하게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당연한 듯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며 곳곳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지만 나와 상관없다는 듯 살아간다. 가끔 안면이 있는 사람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들을 때면, "안됐네!" 짧은 한탄과 함께 다시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나와 관계된 친인척이나 친구의 죽음 앞에서는 그들을 잃었다는 슬픔과 절망에 삶이 무너져 내린다. 왜?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 억지를 부리는 것일까?

인간은 불멸의 존재가 아니므로 우리 모두 언젠가 죽음이라는 종말을 필연적으로 맞이한다. 죽음으로 맞이하는 이별은 도저히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죽음이 두려운 것이다. 설령 죽음 이후에 다시 만날 것을 확고히 믿는 종교인이라도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고통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사람은 늦어도 여섯 살에는 자신의 부모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자신도 죽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나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될 때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처음에는 이러한 충격과 두려움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의식 밖으로 밀어내 억압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른 누구의 죽음이 아니라 나 자신의 죽음 앞에서 공포에 떨지 않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나의 죽음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죽음은 혼자 맞이하는 것이지만, 죽음이 있기에 일상의 세계에서는 알지 못했던 자신의 고유한 삶의 진실을 깨달을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의미를 더 깊이 파고들수록 반대로 유한한 시간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죽음이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죽음을 알아갈수록 삶이 보인다. 인간의 유한성을 가장 확실하게 깨닫게 해 주는 사건이 바로 죽음이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유한한 삶과 죽음은 서로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을까?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내가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고, 내가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다른 누군가로 대체될 수 없는 나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며 사는 것이다. 자신의 고유한 역할을 다른 사람들, 다른 존재들, 지구 생명체들과의 관계에서 인식하고 그 의미를 찾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때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평화롭게 죽을 수 있다. 왜냐하면 삶에 부여하는 의미가 죽음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죽음의 의미와 삶의 의미가 다를 리 없다.

우리는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고백할 때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한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어느 한순간도 붙잡을 수 없음을 아는데 왜 우리는 그런 말을 하는 걸까? 그저 하나의 과장일 뿐이고 수사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 걸까?

우리는 모두 유한한 삶을 살다 죽지만 자신의 삶에서 하나의 의미가 되는 순간을 포착하고, 그것을 하나의 경험으로 간직한다면 생명의 유한성을 넘어설 수 있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이고 가장 숭고한 목표이자 진리인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그리고 사랑 안에서 실현된다'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늙는 것을 싫어한다. 노년을 젊음의 상실, 가능성의 상실로 생각하면 나이가 들수록 불안하고 초조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가에 달렸다. 인간은 자기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존재이다. 노년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전체적인 가치 체계에 중요한 요소이다. 죽음은 육신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일이고 순수한 영혼이 되는 일이므로 기꺼이 반길만한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기에 죽음에 대한 태도가 급격하게 변화했다. 생명체라면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것이 죽음인데, 이 시기에 이르면 죽음은 회피되고 금기시된다. 도시화, 핵가족화가 심해지면서 임종의 순간을 가족 모두가 함께하기가 어려워지고 지금까지 삶의 대부분을 살아왔던 공간에서 격리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때문에 죽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기회가 줄어들었고 이와 더불어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행복이라는 가치와 슬프고 억눌린 분위기의 죽음이 맞지 않아 회피 대상이 되었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죽음 이후를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죽은 뒤에 다시 살아난 적은 없으므로, 죽음을 현실과의 단절이자 현실에서 누리던 모든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벽'으로 여기면서 죽음을 거부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죽음 이후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 완전한 사라짐으로써의 죽음과 다른 세계에서 계속 사는 것으로서의 죽음 모두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기꺼이 바라는 바이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렇듯 두려움에 떨며 끌려가듯 죽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반기듯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불행과 고통이 닥치더라도 시간의 힘을 믿고 견디며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해야 자신의 명을 따르는 좋은 삶을 살고 좋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운명은 손 놓고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삶을 사랑할 때 만날 수 있다. 좋은 죽음은 한 사람의 몸의 기능이 정지되는 일이 아니라 개인의 마음을 넘어 우주의 마음, 자연의 이치로 시야를 넓혀 준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죽음은 결코 갑작스럽게 닥친 비극적 사건이 아니라 무한하고 근원적인 것과 하나 되는 반갑고 좋은 일이라는 반전이 생겨난다.

죽음을 직접 경험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글을 통해 죽음에 대한 통찰을 한 권의 책으로 옮겼다. 죽음을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삶의 종착역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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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리터의 피 - 피에 얽힌 의학, 신화, 역사 그리고 돈
로즈 조지 지음, 김정아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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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몸속에는 5리터의 피가 3~5km의 속도로 쉼 없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장기와 세포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

우리는 500밀리리터를 헌혈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나눈다. 500밀리리터면 우리 몸의 피 중 1/10에 해당한다.

500밀리리터가 얼마인지 감이 잘 안 온다면, 콜라병 하나를 생각해 보자. 콜라병 하나의 용량이 375밀리리터이니 한 병 하고도 1/4 정도이다.

아마 헌혈할 때 헌혈 팩 대신 콜라병을 논다면 다들 기절해 도망갔으리라...

피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피 검사로 생물학적 나이나 실제 나이가 몇 살인지,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그리고 다양한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지, 수술 뒤 섬망 증상을 보일지, 심장 기능이 떨어질지, 뇌진탕을 일으킬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피는 어디서 만들어질까? 이 질문에 어느 누구도 정확히 대답할 수 없다. 아마도 주로 뼈 속의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인류는 몇천 년 동안 두통부터 질식까지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고자 피를 뽑았다. 사혈이 거의 모든 질환에 유용하다고 생각해, 심지어 심각한 출혈을 치료할 때마저 피를 뽑을 정도였다. 하지만 피를 잃으면 생명체에서 목숨이 빠져나가듯, 피를 적절하게 대체하면 목숨을 되살릴 수 있다는 원칙이, 생명력 강인함을 얻고자 피를 마신 역사는 인류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의료 체계와 혈액 공급이 안정된 선진국에서는 거의 2초마다 한 명씩 수혈을 받는다.

익명의 자원자가 피를 기증하고 그 피를 필요한 사람에게 수혈하는 제도가 생긴 지는 채 100년도 되지 않는다.

사람에게 수혈을 시도한 사람은 영국 왕립과학원의 지원을 받은 리처드 로어였고, 맞수는 루이 15세의 주치의였던 프랑스 장-바티스트 드니였다.

출혈은 생명 활동 '교란' 때문에 일어난다. 일어나는 속도도 빠르다. 출혈 사망 중 4분의 1이 다친 지 세 시간 안에 일어난다.

1분에 5.5리터를 뿜어내야 하는 심장이 느려지고 피가 모이지 않아 사망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생리에서 피는 절반뿐이다. 여성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피를 흘리지만, 이때 자궁내막 상피와 그 아래에 있는 조직, 질 분비물, 자궁 경부 점액도 함께 흘러나온다. 이렇듯 생리는 다달이 피와 세포 조직 30~50밀리리터를 잃고, 얻는 것이라고는 생리통, 붓기, 울적한 기분을 포함한 여러 증상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비슷하게 생리를 하는 동물들도 있을까? 알려지기론 유인원, 구세계원숭이, 코끼리 땃쥐, 데스모두스 로툰두스를 포함한 박쥐 네 종류뿐이다.

'피에 얽힌 의학, 신화, 역사 그리고 돈'이란 부제목이 달려 있지만 이와 상관없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여성 작가 특유의 늘려 쓰기, 지루함의 반복, 책을 통해 얻는 지식은 거의 없다.

이 책을 빌 게이츠가 추천했다는 것조차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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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선진국 -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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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만년의 무궁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일제 식민지를 거쳐 1945년 광복을 맞이했던 독립국이기도 하다. 그 기쁨도 잠시 1950년 6·25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는 가히 세계 최악이라고 해도 될 만큼 빈민국이 되었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장군은 “대한민국이 전쟁에서 회복되려면 최소한 100년은 걸릴 것이다.”라는 참혹한 말을 남겼다. 맥아더 장군뿐 아니라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종군기자로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영국 타임지 기자 역시 한국의 미래를 절망적으로 봤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의 꽃이 핀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나길 바라는 것과 같다.”

1960년대 우리 경제 수준은 아시아에서도 하위권으로, 필리핀을 동경의 대상으로 여길 정도였다. 당시 필리핀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60.2달러였고, 우리나라는 91.6달러였다. 1인당 GDP 수치만으로도 필리핀은 우리나라보다 세 배 정도 잘 살았다. 미친 속도로 선진국을 베긴 최고의 후발추격국은 수십 년간 '어떻게'를 외쳐온 끝에 '왜'와 '무엇'을 묻는 법을 잃어버렸다. 정답은 늘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었다. 학교에선 여전히 표준화, 규격화, 주입식 암기 교육으로 산업사회를 이끌었다. 마침내 유엔경제총회인 운크타드(UNCTAD)는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 1964년 창설 이래 개도국을 졸업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처음이다.

이젠 3차 산업혁명이 막바지에 달하며 4차 산업혁명기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은 선진국의 발전된 모습과 기술을 베끼면 됐었지만 이젠 한계에 봉착했다. 이젠 '어떻게'가 아닌 '왜'와 '무엇'을 물어 답을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다. 해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짧은 근현대기 남의 나라를 베끼다 보니 원칙을 무시한 채 현상만 배워왔다. 그 단면으로 한국 사회 이곳저곳이 병폐에 시달리고 있다.

산재 사망률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다. 1위도 여러 차례 했고, 5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왜 이렇게 많이 죽을까?

한국 사회는 안전에 투자 하는 대신, 사고가 났을 때 448만 원의 벌금으로 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이라면 명백히, 그냥 싸게 사람을 죽이라는 지령을 내리기 쉽다.

강남 땅값은 자고 나면 오르는 신기루와 같다. 젊은이들이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고 해서 강남에 집을 마련할 기회는 이미 상실되었다.

경리단길 사례처럼 세입자가 열심히 일해서 고객을 끌면 건물주가 월세를 3배 올려 그간 고생한 대가를 한순간에 가져가 버린다.

전형적으로 열심히 일을 할수록 벌을 주는 구조다. 젊은 청년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코인의 불바다로 뛰어드는 건 이런 구조의 결과다.

출산율이 떨어지니 산부인과나 흉부외과 의사가 되려는 의사 지망생이 없다. 이젠 애를 낳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

한국의 80대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67.4명으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이런 구조가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는 뭘까?

각자도생해라. 늙어서 일을 못 하게 되면 스스로 죽을 일밖에 없다. 너의 적성이 무엇이든, 꿈과 희망이 무엇이든 간에 어떻게든 노후를 보장해 주는 공무원 시험을 쳐라 도전을 하다 실패하면 비참한 노후밖에 남지 않는다.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아이들은 뭔가를 죽어라 외운다. 다 외울 때쯤엔 아무 데도 쓰이지 않을 낡은 지식으로 머리를 꽉 채워 무얼 하나. 혼자 공부하는 법을 가르치는 게 진짜 교육이다. 또한 온종일 앉아만 있는 한국식 교육은 학생들의 뇌를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 아이들을 좁은 교실에 가둬놓고 몇 시간씩 움직이지 말고 공부하라는 건 뇌를 죽이는 일이다. 특히 한국 소녀들의 경우 무려 97.2%가 운동 부족이다. 이 시기의 운동 부족은 평생의 체형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AI 시대,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 '디지털 경제는 데이터 경제다' 주창하는 정부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기계가 읽을 수 없는 문서들을 끊임없이 공개하고 있는 것은 진심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묻히는 귀중한 자료들을 표준 포맷으로 만들어 기계가 읽을 수 있도록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공공 정보 공개국에서 세계 최고의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 보유국'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하자.

책을 읽는 동안 답답한 우리의 현실을 목도하며 암울한 생각이 든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남들은 2년여의 시간 동안 사회 전반적으로 준비해 온 결과물을 그냥 또 베끼려는 우리의 자세.

원인도 결과도 어디로 갈지 모른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교육은 교육대로, 산업은 산업대로...

이대로 가다간 빗 좋은 개살구와 같이 이도 저도 아닌 추락하는 아시아의 용을 몸소 겪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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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 - 상처받은 줄 모르고 어른이 된 나를 위한 심리학
배재현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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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가장 약하고 죽을 것 같은 시점에 '엄마'를 찾게 된다.

나와 열 달을 탯줄로 연결되어 감정적으로 교류한 첫 번째 여자! 하지만 그 여자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어른이 된 시점까지 엄마에게 받은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인생의 주체가 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나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몸에 새겨져 버린 고통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


1장, 어린 시절 상처는 그냥 괜찮아지지 않는다 와 2장 나는 왜 엄마가 가끔 미워질까? 부분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과거의 슬픔과 상처에 침잠되어 우울감이 찾아왔다.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을 통해 나의 과거의 상처를 어느 정도 봉합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책 속에 나오는 예시가 나의 이야기 같아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억눌려 있던 감정은 가장 어리고 약할 때 경험한 고통의 감정입니다. 그 감정을 넘치지 않고 안전하게 잘 다루어 흘려보내는 것을 경험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조절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완화됩니다.

회복이란 어떤 극적인 모습이 아닙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올렸을 때, 바로 그 순간은 안 좋은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이내 적절한 거리를 두고 '아, 그때는 정말 힘들었지, 내 인생에 그런 시간이 있었지. 하지만 그건 지나간 일이야, 나는 이제 안전하고 괜찮아' 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나를 지탱해 준 '그 무엇'에 대해 생각해 보고, 내 안에 있는 긍정적 자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시도해 보자.


자신이 경험하는 신체의 고통이 어린 시절 경험들과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란 사실 쉽지 않다.


정서적 방치, 즉 부모가 아이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무시하고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사랑을 기대하며 인정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인데 말입니다. 특히 아이가 곤란한 상황에 부닥쳐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에 부모가 그 감정을 외면하고 무시하거나 오히려 비난하며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의 인정이나 칭찬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서 결코 만족하지 못해, 대체로 자기 비하를 하거나 자존감이 낮지요, 성인이 되어도 부모와 건강하게 거리를 두고 개별적인 존재로 분리되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에 어른이 된 내가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이해해 주고, 상처받아 위축되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회복과 성장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무리 고통을 주는 대상이라도 아이에게 부모는 애정과 애착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나를 원하고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하며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줄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정서적 지지와 공감의 결핍은 내 부모 세대의 그 위에서부터 이어져온 경우가 많습니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부모를 다시 바라보는 것은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할 수 있어야 거기서부터 변화가 시작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트라우마는 그냥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정 시점에 갑자기 튀어나와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린다. 이런 원인의 제공자가 나를 태어나게 한 엄마라는 존재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 역시 그녀의 윗대에서 물려받은 상처와 트라우마로 인해 나에게 그렇게 대했으리란 것을 어른이 되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 버릴 용기가 필요할뿐더러 나 자신의 상처도 되돌아 보고 공감해 주어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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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의 마법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 지식 세대를 위한 좋은 독서, 탁월한 독서, 위대한 독서법
김승.김미란.이정원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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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 서적을 갖추어 두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방"

사실 서재가 별도로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 수준이 뒷받침해 준다는 이야기이다. 4인 가족이 34평 아파트에 거주할 경우 방이 3개에 거실 하나이다.

거실이 바로 서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지 않을까 싶은데, 현실은 가족 공동의 공간이자 tv를 보는 장소이기에 부적합하다. 이렇듯 현실에서 서재라는 별도의 공간을 갖기에는 허황된 꿈이거나 부유한 삶의 소유자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서재의 마법] 책을 받는 순간,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1인당 1년에 독서량이 채 한 권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재라니...


매월 3500권 정도의 새로운 책이 쏟아진다. 최소 하루에 100권 이상의 책이 신간 코너에 등장했다 사라진다. 이렇게 많은 책 중에서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할까? 독서 그 자체가 모든 것을 완성시키는 것은 아니다. 독서를 통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낳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서의 단계

1단계는 넓은 독서, 관심의 폭, 폭넓은 시야

2단계는 깊은 독서, 관찰의 깊이, 깊이 있는 시각

3단계는 높은 독서, 통찰의 안목, 날카로운 시선

깊이의 독서는 넓이 독서의 단계를 꼭 넘어야 가능하다. 깊이 독서의 목적은 그 분야의 체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미 읽으면서 주제를 도출했던 책들 중에서 체계에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는 '필요 독서'를 하면 된다.


인생의 베이스캠프란 인생의 쓰디쓴 실패와 시행착오를 경험했을지라도 그곳으로 돌아가 쉼을 얻고, 회복하며,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다시 시작하는 힘을 얻는 곳이다.


정상에서 발견한 것은 꿈이고 이것이 베이스캠프를 거치면서 목표로 바뀝니다. 그리고 다시 세상으로 가면서 그 목표가 계획으로 바뀝니다. 현실로 돌아가서는 계획대로 실천하고 실천에 대해서는 반드시 평가를 거쳐야 개선이 됩니다. 꿈이 목표로 바뀔 수 있도록, 즉 베이스캠프를 지나가게 하는 독서는 일단 '좋은 독서'라고 봅니다.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깨달은 꿈과 동기부여를 기록하여 목표로 바꾸는 사람은 그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책이 어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지 간단하게 대상과 도움의 내용을 기록해 보자. 또한 읽은 날짜, 저자, 연관 도서 등 최소한의 정보를 간단히 입력해 자신만의 도서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 책을 읽은 후 마음에 깊이 와닿는 저자가 있을 경우, 그 작가의 책을 모두 찾아 읽기 시작해 보자. '넓이의 독서'를 통해 그 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작가가 전달하는 주제의식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게 때 '깊이 독서'가 된다.

저자 3명이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폴샘이라는 가상의 인물의 서재에서 인터뷰하는 내용이다. 딱히 서재라는 공간과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대한민국의 실정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기에 내용이 거북하긴 사실이다. 요즘과 같은 미디어 시대에 다시 책, 그것도 서재를 들고 나온 부분이 시대착오적인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인생의 베이스캠프에서 읽을 만한 책 추천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서재의마법 #미디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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