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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ㅣ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4월
평점 :
삼국지를 읽고 자란 삼국지 키드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인물, 제갈량. 하늘과 구름, 심지어 귀신까지 이용해 모든 전장을 승리로 이끈다. 뿐만 아니라 그와 대적하는 모든 사람들을 바보 심지어 분을 못 참아 죽게 만드는 교묘한 말솜씨는 두말해 잔소리가 된다. 그런 그가 유비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 세상을 호령하며 삼국을 쥐락펴락했다. 그런 그에게도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까? 당시 사람들은 왜 제갈량을 사람이 아닌 신으로까지 받들었을까? #심리학이제갈량에게말하다 #심리학이제갈량에게말하다 책을 통해 알아보자!
유비에게 제갈량을 추천해 준 사마휘. 그는 '와룡과 봉추 중 하나만 얻어도 능히 천하를 편안케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적벽대전 이후 큰 공을 세웠지만 오나라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봉추(방통)은 오나라를 버리고 유비에게 귀탁한다.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긴 싫고 그렇다고 라이벌이 생기는 것이 두려웠던 제갈량은 봉추를 촉으로 부르며 추천장까지 써 줬지만 그가 촉으로 왔을 땐 오히려 몇 개월 자리를 비우며 봉추의 애를 태웠다. 신선과 같이 생긴 제갈량에 비해 못생긴 외모에 땅딸만한 키의 봉추는 유비의 눈에 차지 않았다. 또 봉추의 오만한 성격으로 인해 유비는 그를 한가한 지방의 현령으로 배임지를 결정한다. 유비의 박대에 화가 났지만 자신의 유능함을 증명할 길이 없었던 봉추는 배임지에서 일을 내팽개친 채 술에 취해 버린다. 이러기를 100일이 지나자 고을 사람들의 원성이 유비에게까지 전해지게 된다. 봉추를 벌하기 위해 장비와 손건이 파견되지만 술에 취한 채 100일 동안 밀려 있던 일들을 반나절만에 현명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자 장비까지 그의 현명함에 굴복하게 된다. 이후 제갈량이 지방 순찰을 하고 돌아와 봉추를 지방 현령으로 배임시킨 것에 대해 유비의 잘못을 지적하며 그의 라이벌을 조정으로 다시 불러들인다. 이렇게 라이벌을 자신의 발아래 두기 위한 제갈량의 술수는 자칫 봉추를 놓칠 뻔한 위기를 맡기도 한다.
서천의 맹주 유장, 그는 유약하고 능력이 모자라 그의 부하 장송이 배반을 하게 된다. 위험한 형국인 유장을 돕기 위해 같은 성을 지닌 유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형주를 어렵게 얻었지만 남을 돕기엔 힘이 부족했지만 유비는 새롭게 얻은 방통과 황충, 위연을 데리고 서천으로 향한다. 제갈량의 독주와 기존 무관들의 힘을 누르기 위한 대책이었다. 또한 기존 세력에 비해 공을 세울 수 없었던 신진 세력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그들은 최선을 다할 것이었다. 역시 방통은 천하의 귀재였다. 서천을 도모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유비에게 진언했지만 도덕적 관점에 얽매여 결정을 못 했다. 이런 그를 위해 방통은 서천을 취해야 할 마땅한 근거를 마련하여 유비의 마음을 돌리게 한다. 그런 방통이지만 공을 세우기 위한 욕심이 앞섰는지 제갈량이 보낸 천문 해석을 무시한 체 서천을 공략하다가 죽고 말았다. 천하를 얻기 위해 꼭 필요했던 방통이지만 그가 죽음으로 인해 라이벌이 사라진 것에 안도했을 제갈량.
위나라의 조비가 한헌제를 퇴위시키고 자신이 황제로 등극하고 국호를 위로 고쳤다. 이 소식을 들은 제갈량은 한나라의 정통성은 오직 유비만이 이을 수 있기에 그를 황제로 추대했다. 하지만 유비의 우유부단함과 도덕적 한계에 부딪쳐 황제 추대는 물 건너 간다. 여러 번 문무 대신을 동원해 유비를 움직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제갈량.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자 제갈량은 그의 주특기인 심드렁한 판매자 전략을 구사한다. 유비가 "끝끝내 황제가 되기를 거부한다면 모든 것을 그만두고 병석에 누울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퇴청해 버린다. 제갈량이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비이기에 결국 제갈량을 찾아간 유비. 제갈량의 출사표 이야기와 그동안의 이야기를 듣던 유비는 제위에 오를 마땅한 명분이 없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병석에 누운 제갈량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던 유비는 제갈량의 병이 다 나으면 다시 논의하자며 자리를 피하고자 하였다. 이때 승상부에 대기하고 있던 문무백관들이 몰려나와 바닥에 엎드리며 유비를 황제로 추대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쯤 되자 유비도 더는 거절하지 못하고 신하들의 청을 받아들이며 한마디 하였다. "나를 불의에 빠뜨린 것은 바로 경들이오!" 끝내 의롭고 바른 척했던 유비는 이렇게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관우가 오나라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이에 대한 복수를 위해 출정하려던 장비마저 부하들의 손에 죽게 되자 독이 오른 유비는 오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출정한다. 맹렬한 복수가 시작되며 무자비한 공격으로 전장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유비, 한껏 승리에 취한 유비는 전세를 둘러보지 않고 복수에 눈이 멀었다. 하지만 오나라의 더위에 느슨해진 촉군을 오나라의 반격에 결국 적벽 전투와 버금가는 피해를 입고 철군하게 된다. 두 동생의 복수에 실패한 유비는 죽음을 앞두고 제갈량을 부른다. 촌각을 다투는 시간에도 유비는 자신의 아들 유선을 제갈량에게 부탁한다. "만약 유선이 도울 만한 사람이거든 도와주고, 그 재주가 모자라 도울 만하지 않거든 그때는 제갈량이 성도의 주인이 되시오."
유비는 삼국에서 사람 보는 눈이 가장 정확한 사람이었다. 그는 제갈량이 충성스럽고 절개가 곧은 고결한 사람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제갈량의 지배욕이 매우 강하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 제갈량과 관우의 미묘한 관계는 서로 통제권을 쥐려는 경쟁에서 비롯되었다. 유비는 자신의 아들 유선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유선의 지력과 능력은 그저 제갈량의 손바닥 안에서 놀 정도밖에 안 됐다. 그래서 제갈량을 믿지만 '만에 하나의 경우'를 염려해 이와 같은 예방조치를 내린 것이다.
제갈량은 융중에서 나오기 전 스스로 관중과 악의에 비유했다. 제갈량이 자신을 관중과 악의에 비유할 때, 관중과 악의는 모두 자신이 모시는 주군이 살아있을 때 웅대한 포부를 실현했다. 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려면 마땅히 유비가 살아있을 때 목표를 실현해야 했다. 그런데 유비가 죽은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재주를 지녔다고 할지라도 유비를 다시 살릴 수는 없었다. 제갈량이 유선을 도와 천하를 평정해 한황실이 중흥을 실현한다 해도 스스로 자신과 한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신중한 제갈량이지만 오나라 정벌에 온 정신을 몰두한다.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까지 몰아가 여러 차례 정벌에 나서지만 천문과 하늘의 뜻은 그에게 있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생명까지 잃게 된다.
제갈량이 천하에 이름을 떨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제갈량의 삶의 족적을 따라오며 그의 심리를 살핀 결과, 제갈량은 결코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결점 하나 없는 완벽한 사람도 아니었다. 종종 교활한 속임수를 썼을 뿐만 아니라 형주를 '빌리겠다'라며 억지를 부려서 고지식한 노숙을 가지고 놀았다. 몰인정하게 독한 수단을 써 주유를 격분시켜 죽이기까지 했다. 또한, 그는 편견에 좌우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위연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제갈량은 자나 깨나 위연을 반역자로 만들 궁리만 했으며, 심지어 죽기 직전에는 심혈을 기울여 위연을 '반역자'로 만들 함정을 파기도 했다.
그는 사람을 쓰는 데 있어서도 결코 완벽하지 않았다. 마속과 양의는 모두 제갈량의 신임을 한몸에 받은 사람들이나 결국에는 둘 다 제갈량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그는 고삐 풀린 말처럼 오만하고 순종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항상 '채찍'을 휘둘렀다. 이 때문에 관우, 위 연, 유봉, 요립 등이 모두 큰 고초를 겪었다. 언제나 자신의 지혜와 지략을 과시하고 싶어 했으며 걸핏하면 격장법을 써서 부하들의 자존 심을 자극했다.
그도 나약하고 무력한 때가 있었다. 이때는 그도 빳빳이 쳐든 고개를 숙이고 신령에게 도움을 간청했다.
제갈량은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이 아닐까 싶다. 대권을 자기 손에 틀어쥐고 끝없이 북벌을 감행한 것도 단순히 유비가 죽으면서 남긴 당 부 때문만은 아니었다. 반드시 자신의 포부를 실현해 강자아, 장량, 관 중, 악의와 같은 위대한 사람보다 더 큰 공을 세우고자 하는 욕망이 컸던 탓이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극히 이타적인 사람이었다. 수십 년 동안 제갈량은 나라를 집으로 삼아 오로지 촉한을 위해 제 한 몸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그의 출중한 용모와 신선 같은 풍모를 기억한다. 비범한 지략과 깊은 학식도 기억한다. 우리는 그가 평생 한 주인에게 충성을 다 한 것을 기억하며 그가 '몸을 굽혀 모든 힘을 다하며 죽은 후에야 그만둔' 것을 기억한다. 그가 세찬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와 같은 삶을 살다 간 것도 기억한다. 우리는 그가 바람처럼 자유분방한 삶을 살다 간 것을 기억한다. 우리는 그가 살아있는 전설이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우리는 그의 수많은 실수와 단점을 잊었다. 그가 이룬 공적이 사실 강자아와 장량만 못했고 관중과 악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잊었다. 제갈량이 성공을 거둔 것은 그가 인간의 심리 법칙을 훤히 꿰뚫어보고 능수능란하게 활용한 덕분이다. 제갈량이 실수를 한 것도 그 또한 인간인 탓에 인간의 심리 법칙에 제약을 받은 탓이다.
제갈량은 살아 숨 쉬는 인간이었다. 인간이기에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제갈량이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의 완벽함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제갈량의 완벽함에 홀려 그의 실수를 가려서도 안 된다. 그가 결코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가 완벽하기를 바란다. 이 세상에 적어도 한 명은 완벽한 우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람이기를 바란다. 제갈량은 그만큼 영예를 누리기에 충분한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각의 선택성'은 인간의 본성으로 버리려야 버릴 수 없다.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제갈량의 심리와 인간적인 모습까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심리학이제갈량에게말하다 책을 통해 삼국지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어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