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 싫어하던 바퀴벌레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 과학자의 이야기
야나기사와 시즈마 지음, 명다인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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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이 녀석을 본 사람은 누구라도 살인 본능을 느낀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꺄악~ 소리를 지르며 의자 위로 올라간다. 심지어 이 녀석을 박멸하기 위한 특수 조직도 있다. 이 녀석은 누구일까? 정답은 바로 바퀴벌레. 그런데 동그랗지도 않는데 왜 바퀴벌레라고 이름 지었을까? 바퀴벌레의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 검색을 해보니 신기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라 쿠카라차 라 쿠카라차 아름다운 그 얼굴 라 쿠카라차 라 쿠카라차~.’ 명랑한 멜로디로 친숙한 이 노래의 제목 ‘라 쿠카라차’는 스페인어로 ‘바퀴벌레’라는 뜻. 흥겨운 멜로디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에겐 충격일 테지만, 사실이다. 영어로 바퀴벌레를 뜻하는 ‘cockroach’ 역시 ‘라 쿠카라차’에서 유래했다.[네이버 지식백과] 지구의 숨은 지배자 - 바퀴벌레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바퀴벌레의 이름은 벌레는 뜻하는 바구미와 비슷하다는 데서 온 우리 고유어란 소리도 있고 발이 수레바퀴처럼 잘 움직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지만 아직 확실한 건 없다. 출처 : 광주드림(http://www.gjdream.com) 더 검색을 해도 특별한 이름의 유래는 알 수 없었다.


#내가바퀴벌레를오해했습니다 책을 보기 전까지는 바퀴벌레에 대해 혐오스럽다 생각했다. 또 바퀴 한 마리만 있어도 집에 거의 백 마리의 바퀴벌레가 살고 있다고 믿어왔다. 책을 읽으며 이 모두 사실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고, 왜 바퀴벌레를 혐오스럽게 생각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건 바퀴벌레의 외모 때문이지 않을까? 검은 갑옷을 입은 채 엄청 빨리 빛을 등지고 도망치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바퀴벌레가 생태계에서 썩은 동물이나 식물을 먹어 청소하는 청소부의 역할을 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야나기사와시즈마 는 어려서부터 생물을 좋아해 자연과학부에 들어 활동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막연히 생물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생각에 곤충관에서 일하게 되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곤충관에 전시하기 위해 바퀴벌레를 사육하겠다는 다짐에 경악을 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바퀴벌레와의 합방은 그에게도 무리였다. 하지만 동료가 쉬는 날 바퀴벌레에게 먹이를 주며 바퀴벌레와 관계가 시작된다.

2017년 3월 곤충관 업무의 일환으로 야에야마 열도의 이리오모테섬으로 방문하며 바퀴벌레와 인연이 깊어진다. 그곳에는 히메마루바퀴가 있는데 암컷은 공벌레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 수 있다는 도감의 설명에 꼭 히메마루바퀴를 수집하겠다 다짐한다. 이리오모테섬에 도착한 지 하루 만에 목표하던 벌레 채집이 완료되었다. 또 없을까 싶어 헤드라이트로 도로변의 나무를 비추다 나무줄기에 까만색 타원형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뭘까 싶어 바짝 다가갔는데 길게 뻗은 더듬이가 보였다. 그렇게 찾고 싶어 하던 바로 히메마루바퀴였다.

이렇게 신기한 바퀴벌레들을 모아 전시를 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점점 발전해 정말로 3~4월 사이 곤충 비수기에 특별 전시를 하게 되었다. 다양한 바퀴벨레들을 판매하는 사이트에 접속해 신기한 바퀴벨레들을 구입하며 전시관을 꾸몄다.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바퀴벌레가 아닌 줄 알고 만졌던 아이들에게 바퀴벌레라 알려주니 모두 경악하며 손을 띄는 모습에 약간은 상처를 받았다. 조금 특이하고 예쁜 바퀴벌레가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2018년 채집 출장지로 일본의 최서단에 위치한 요나구니섬으로 결정되었다. 여러 종류의 생물들 중에 일본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수수께끼 루리바퀴'가 서식한다는 정보를 알아냈다. 일본보다는 대만에 더 가까운 요나구니섬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수수께끼 루리바퀴'는 아무리 찾아봐도 눈에 띄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 밤에 한 수목에서 1센티미터 정도의 크기에 털이 난 갈색 생물을 발견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바로 그 루리바퀴였다. 간신히 채집한 '수수께끼 루리바퀴'는 아직 유충이라 전반적으로 갈색이었다. 보통의 루리바퀴와 뭐가 다른지 차이점을 알아내려면 성충으로 부화시켜야 했다. 다행히 암수 한 마리씩을 채집했으니 이참에 번식까지 성공하면 금상첨화다. 그 후 한 달이 지났다. 루리바퀴보다 한 둘레 더 큰 몸통, 에메랄드그린으로 빛나는 날개에 선명하지 않은 빨간 무늬를 가진 아름다운 수컷 바퀴벌레가 부화했다. 뒤이어 부화한 암컷도 일반 루리바퀴보다 컸다. 게다가 루리바퀴라면 있어야 할 배의 노란 무늬가 보이지 않았고, 색깔도 전체적으로 어두워서 완전히 다른 종으로 보였다. 루리바퀴와 나란히 놓고 보니 완전히 다른 바퀴벌레이다. 미기록종이라는 확신이 들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처음 발견된 종이었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 논문을 작성하여 학계에 보고했고, 논문이 통과되어 공식적인 이름으로 'donanensis tokaraensis'라 이름을 붙였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바퀴벌레의 그림을 보면서도 왠지 거부감이 들기에 아직까지는 바퀴벌레에 대한 편견이 깨지지 않았다. 그래도 인류의 적으로만 알고 있던 바퀴벌레에 대해 조금을 이해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리드리드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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