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3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라마작가 수업 중에, 작품에 있어 여러 플롯들을 배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바로 '오이디푸스 플롯'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자만으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그로 인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겪게 되는 고통 앞에서 결국은 속죄의 마음을 갖게 되지만, 이미 그 또는 그녀는 사라져버렸을 때 가지는 그 순간에, 관객은 '인생'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바로 이 작품, 이언 매큐언의 '속죄'도 정확히 '오이디푸스 플롯'을 따른다. 13살의 브리오니는 상상력이 풍부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지나치게 확신하는 오만함도 가지고 있는 소녀이다. 그녀는 친언니의 연애과정을 보면서 엉뚱한 상상을 펼치고, 저택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해 언니의 연인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운다. 그리하여 언니와 언니의 연인은 고통스러운 이별을 하게 되고, 두 사람 다 제2차 세계대전에 휘말려 사망한다. 그리고 브리오니는 자신이 저지른 죄악을 뒤늦게 깨닫고 평생을 속죄하며 죽기 전에 자신의 죄를 세상에 폭로하기로 한다.

이언 매큐언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너무나 생생하게 설정했고, 그들의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그려내면서 파국으로 가는 과정을 촘촘하게 쓰고 있다. 그리하여 인물들은 자신들의 성격과 사고로 인해 운명적인 파국을 맞는 그 과정을, 작가는 정석적인 구성을 통해 훌륭하게 완성해낸다.

인간은, 되돌릴 수 없는 죄를 저지를 수 있는 존재이지만, 그리하여 '이미 일어나버린 일'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그 결과를 똑바로 마주보며 자신의 죄에 대해 속죄하고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고귀하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인물들은 너무나 아름답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2026-09-27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크니와 게이퍼드가 말하는 그림의 역사 - 동굴벽화부터 아이패드까지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미술문화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백수린 지음, 주정아 그림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알다보니 간혹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이 각 사람마다 취향도, 관심사도 너무나 달라 쉽사리 책을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책인 백수린 작가의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를 읽고서는, 뭔가 있어보이면서도 독자가 부담스럽지 않은, 그야말로 타인에게 선물로 주기에 아주 적당한 책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백수린 작가의 문체는 섬세하면서도 조심스럽다. 그러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본다. 그리하여 이 소설집은 정말 몇 페이지 되지 않는 짧은 소설들이 들어있는, 살면서 어느 순간 느끼는 반짝이는 그 순간, 그 찰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일상적인 순간들을 잘 담아낸다.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소소하지만 반짝이는 순간이지만, 우리는 그 기억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특히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의 근원이라는 것이 정말 따뜻하게 다가온다.

세상을 살아가기 힘겨운 동안에도, 우리 마음속에는 찰나의 반짝임이 지나가고, 어쩌면 오늘 밤이 지나면 그 일을 잊을지라도 마음 속 한 구석에는 계속해서 흔적을 남기는, 그런 소소한 일. 작가가 쓰는 짧은 소설 속 그런 순간들에 대해, 결국에는 나도 타인과 나누고 싶은 것이다. 포장지에 예쁘게 포장해서, 수줍게 선물로 내밀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