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1~3 세트 - 전3권 ㅣ 에세
미셸 드 몽테뉴 지음, 심민화.최권행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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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한 번 몽테뉴의 에세를 축약본으로 읽은 적이 있지만 민음사에서 3권으로 완역본이 나와 읽게 되었다.

몽테뉴가 평생에 걸쳐 쓴 만큼 내용은 대단히 방대하다. 축약본을 읽었을 당시에는 인생에 대한 잠언이라는 느낌으로 읽었었는데(기억이 그렇다) 실제로 본 완역본 에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지독한 탐구로 느껴졌다.

내가 알기로 몽테뉴가 이 '에세'를 새로운 글쓰기의 형식으로 썼다고 한다. 소설도 아니고 서사시도 아닌 자신에 대한 글쓰기. 이 '에세'가 나중에 에세이로 발전하는 것이다.

일단 이렇게 자신을 둘러싼 여러가지 주제들에 대하여 깊게 사고하고 탐구하고 그것을 이렇게 두꺼운 3권으로 써냈다는게 경이로웠고 또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출판했다는 데 감탄스러웠다. 몽테뉴가 살던 시대가 종교개혁 시기로 프랑스가 신교와 구교 사이에 실질적으로 전쟁 상태였었는데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책을 출판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내용은 쉽지 않다. 일단 과거의 책이고 그리스나 로마 고전에서 인용해온 문장들도 많고 사고도 깊다. 어떻게 이렇게 자신에 대해 깊게 탐구하고 사고할 수 있었을까? 몽테뉴가 그야말로 작정하고 일도 그만두고 은둔한 뒤에야 쓸 수 있는 글이긴 한 것 같다.

그 광활한 사고의 세계를 다는 이해는 못했지만 더듬더듬 책을 읽어 나갔다. 어찌되었든 3권 다 완독했고 완독 후 소감은 번역한 분께 감사하다는 것. 번역 작업도 만만치 않았을 듯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은 시대적 한계 상황도 있긴 하겠으나 몽테뉴의 여성관이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긴 뭐 당연한 것일라나. 어찌 되었든 500년 전 글임에도 여전히 현재성을 잃지 않는 고전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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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생활자의 수기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2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동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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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화자는 대단히 독특하다. 절대 사람과 교류하지 못하는, 아니 사회에 적응할 생각조차 없는 사람이다. 그는 증오에 가득차 있으며 사회에 대한 은폐된 불안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결국 사회와 철저히 떨어질 수 있는 완전히 고립된 곳에 은신처를 마련한다. 그의 적의에 찬 발언들을 따라가다보면 오로지 사회에 대한 적대 속에서만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는 한 인간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이다지도 철저히 사회에 적대적일 수 있는지! 1부에서 그는 요행히도 친척의 유산을 받아 일을 그만두고 은신처에서 은둔하고 있음을 밝히며, 2부에서는 어쩌면 자신과 교류할 수도 있었을 한 여인을 모욕한다. 그는 철저히 사회의 가치를 내던지며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런 화자의 독백은 어쩐지 '죄와 벌'의 라스꼴리노프를 떠오르게 한다. 알고보니 이 소설이 도스토옙스키의 예술적 모티브의 바탕이 되었다 하는데 이렇게 한 사람의 심리를 철저하게 파고드는 서술이 놀랍기만 하다.

분명 화자는 몹쓸 인간이고 찌질한 인간인데 뭔가 묘하게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이게 바로 대가의 솜씨라고나 할 수 있을까? 그의 캐릭터 구축능력과 심리묘사 능력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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