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송세월
김훈 지음 / 나남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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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는 내 아버지와 같은 1948년생이다. 그래서그런지 항상 김훈 작가에게 친근감을 느꼈는데 이번 '허송세월'에서는 마치 내 아버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 했다.

팔순에 다가서는 작가에게는 이제 죽음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몸은 노쇠하여 젊을 때 만큼 움직이지 못하고, 좋아하던 등산도 결국 후배들에게 모든 등산장비를 나눠주며 포기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김훈 작가는 더욱 예민하게 문장을 고민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또한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그는 아직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자신없어한다. 그는 삶의 신산함과 불완전성을 받아들이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언어를 조탁하며 언어의 불투명함에 고민한다.

이 에세이는 결코 쉽지 않다. 문장 하나하나 허투로 쓰이지 않았고, 삶에 대해 그 살아온 세월만큼 밀도깊은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노작가의 원숙함을 느끼고, 또한 나이가 듦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작가다운 언어에 대한 예민하고 치열한 고민들.

나는 김훈 작가가 가능한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내 아버지에게 바라는 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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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소년 세트 - 전4권
유페이윈 지음, 저우젠신 그림, 황선미 외 옮김 / 마르코폴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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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내전에서 패해 장제스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갔을 때, 나로서는 대만에서 좋은 일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라 추측은 했더랬다. 장제스가 국공내전에서 패한 것이 정부의 실정과 부패 때문인데, 설마 대만에서 선정을 베풀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짐작했던 것보다 더 최악이었다ㅡㅡ;;;

내가 국민학생일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교류하던 나라는 대만이었다. 하지만 소련이 무너지고 동구권과 한국이 접촉하던 시기, 한국은 결국 대만과 수교를 단절하고(중국은 꼭 자기들과 수교 조건이 대만 단교다...ㅡㅡ;;;) 1992년에 중화민국와 정식으로 수교를 맺었고, 그후 한동안 우리는 대만을 잊고 살았었다. 그리고 중국의 역사에 대해 공부할 때에는 중화민국 중심의 역사를 배우게 되어, 대만의 역사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 '대만의 소년'이 알라딘 북펀딩으로 나왔을 때, 나는 내가 모르던 대만의 역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책의 펀딩에 참여했다. 장제스가 대만으로 와서 어떠한 정치를 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대만 사회의 의외의 비민주성의 원인도 궁금했다. 그래서 대만의 현재사를 꿰뚫는다는 책소개가 무척 끌렸다.

먼저 처음 느낀 것은 대만 사람들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의외로 거부감이 없었다는 것. 아무래도 일본은 한국에서보다 착취를 덜했기도 하고, 대만 사람들 또한 한민족같은 강한 민족의식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도 결국은 일본의 대동아전쟁에 휘말려들기도 하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난데없이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와서는 그야말로 폭정을 한다. 전형적인 독재 정치로,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끌고 가 처형하거나 수용소에서 강제노동을 시킨다. 이 만화의 주인공 차이쿤린도 단순히 독서모임에 참여한 죄로 심한 고문을 받고 수용소에 10년간 감금되는 시간을 보낸다.

장제스 정부의 통치는 장제스의 아들에게까지 세습이 되고, 차이쿤린은 수용소에서 나와 자신의 괴거로 인해 취업이 되지 않다가 출판계에 인연이 닿게 되고, 결국은 잡지사까지 창간하게 된다. 그러면서 정부의 문화정책과도 충돌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되고, 그 동안 대만은 계엄령이 해제되고, 민주주의가 도래한다. 그리고 1980~90년도에 들어와 차이쿤린은 자신이 수용되었던 뤼다오 교도소에 대해 증언을 하게 된다.

어쩌면 대만도 우리나라와 대단히 비슷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온 듯 하다. 다만 대만은 중국으로 인해 제대로 된 외교를 하지 못하고, 또한 중국으로 인해 체제의 위협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미 중국의 체제 안으로 돌아간 홍콩과 마카오의 현재 모습은 대만 사회에 커다란 공포를 주고 있을 듯 싶다.

대만의 역사에서도 보듯 민주주의는 쉽게 얻어지지 않고, 또 지키는 것에도 계속해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대만 사람들은 중국과의 합병을 원한다고는 하지만, 이 책을 보며 내가 느낀 대만사람들은 다시 권위주의 정부 체제에서 살고싶어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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